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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쓸모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스튜디오오드리 / 2023년 5월
평점 :

부쩍 여름의 기운이 가득하네요.
길어진 햇살 따라 나무 잎사귀들이 진초록으로 물든 치마를 입고 춤을 춥니다.
드넓은 푸른 잔디에서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왈츠처럼 퍼지고, 아빠가 입을 주욱 내밀고 포로록 불어주는 비눗방울이 공기 위에 음표를 그리듯 경쾌한 리듬을 만들고요.
이렇게 가만히 타인의 풍경을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마구 좋아지는 요즘입니다.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들면서요.
아, 떠나고 싶다…. 나만의 안온한 공간을 찾아서.
언어로 치유하는 영혼, 정여울 작가가 새로운 작품을 발표하였습니다.
제목은 『여행의 쓸모』. 어떠세요. 벌써 설레지 않으세요?
표지도 너무 예쁜데, 저는 일찍 신청해서 정여울 작가님의 친필 사인본을 받았어요. 독자들을 생각하며 팔이 떨어져라 일일이 사인하셨을 작가님이 눈에 선하네요.
보통 사인본 하면, 인쇄본이 많잖아요. 그런데 정 작가님은 정말 온 마음을 다하시는 분이거든요.
일일이 쓰신 티가 납니다. 누구보다 매의 눈인 독자들은 다 알잖아요.







게다가 이승원 사진작가님과 함께하셨다니 두말할 필요가 없어요.
글을 쓰는 사람과 그분의 마음을 알고 찰나를 앵글에 담는 사람.
얼마나 합이 좋을까요?
두 분은 여러 번 작업을 같이 하셨는데, 매번 훌륭한 결과물을 내시거든요. 따라서 여러분은 이번에도, 역시, 어김없이 기대하셔도 좋아요.
양면으로 사진을 인쇄하기 위해 도톰한 내지를 사용하고, 파란색 잉크로 활자를 꾹꾹 담았습니다.
활자와 사진, 화려한 색감 때문에 책을 보는 것 자체만으로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이에요.
책장을 넘기며 작가와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요. 마치 여행 가이드처럼 작가님이 조곤조곤 이야기를 해주시거든요.
예술가의 정취를 따라서, 또는 애정 하는 작품과 예술의 혼들을 따라서 작품세계와 작가들의 이야기, 본인의 각별한 느낌과 추억을 들려줍니다. 따뜻하고, 정겹고, 나긋나긋한 목소리로요.
이 책은 느긋하게 보기에도, 필요한 부분을 들춰 보기에도 좋습니다.
여행을 가기 전에 봐도 좋고, 여행 가서 봐도 좋습니다.
내가 느끼는 바와 작가가 느꼈던 바를 비교하는 재미도 있을 거예요.
아, 그리고 책에 실린 사진들. 정말 멋지거든요?
볼 때마다 와...!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올 거예요.
저도 그랬거든요. 사진을 허투루 보지 말길 바랍니다.
먼저 사진을 꼼꼼히 둘러보고 글을 읽길 바라요.
사진에서 느끼는 단상과 작가가 쓴 글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을 거예요. 이렇게 나만의 여행을 떠나는 거죠.
그 누구의 일방적인 가이드가 아닌, 내가 주체가 되어 떠나는 여행처럼 즐기시길 바랍니다.
책에서 나는 잉크와 종이 냄새가 저를 자극하듯이, 책을 통해 느껴지는 따뜻하고 정겨운 시선들이 오로지 당신만을 위한 힐링 스팟이 될 거예요.
일상이 바빠 여행을 엄두도 못 내고 계신 분들, 여행을 가면 핫플레이스를 찾아 떠밀려 가듯 발걸음을 옮기시는 분들, 사진을 찍기 위해 제대로 정취를 느끼지 못하는 많은 분들께 일말의 안식처가 될 것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바삐 살아가는 동안
우리 자신도 모르게 놓치는
생의 아름다움은 무엇일까.
목적지 중심의 사고, 목표 중심의 사유는
편의주의로 가는 지름길이다.
나는 조금 더 느리게 살고 싶기에
'목적지'뿐 아니라 '가는 길'도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삶도 여행도, 인간관계도 일도,
조금 더 느려도 좋으니 '목표'만이 아닌
'과정'이 탄탄하고 진실했으면 좋겠다.
눈부신 글이 너무도 많지만, 제 생각을 대변해 주시는 저 단락이 참 좋았습니다.
우리는 경쟁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요. 누구를 밟고 일어서야 승리했다고 인정합니다.
이런 풍토를 누구는 직설적이고 극적으로 표현을 한다면, 누구는 우회적으로 따뜻하고 잔잔하게 표현합니다.
오늘 아주 잔혹한 스페인 영화를 보고 나서 아, 이것이 결국 같은 소리이구나.라고 알아차렸죠.
결국 각 매체에서 던지는 다양한 색깔의 목소리와 메시지를 알아듣는 자가 좀 더 성숙한 시선을 갖지 않을까 하는 마음입니다.
어디서든 영감의 촛불은 켜질 수 있어.
사막 위에서도, 바다 한가운데서도,
영감의 촛불은 켜질 수 있어.
그러니 포기하지 마.
글쓰기로 너의 존재 자체가
사람들에게 작은 촛불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네 가슴속에서 아무리 힘든 순간에도
결코 포기할 수 없었던
글쓰기의 꿈을.
얼마나 치열하게 자신을 달래가며 글을 써왔는지 느껴지시나요. 상처와 결핍을 스스로 치유하며 글로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전하는 작가이기에, 그 간절한 열망과 소망을 만끽하며 또 다른 꿈을 꾸게 됩니다.
나도 어떤 방향으로든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으로, 그렇게 살고 싶다는 희망이요. :)
** 본 포스팅은 독자가 직접 구매하고 완독한 것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