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삭이는 자 1 속삭이는 자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시공사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난 추리소설이 좋다. 무엇보다 책장 넘어가는 속도와 비례하여 몰입할 수 있는 그 재미가 최고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어디선가 추리소설 추천 중 이 책의 이름을 보고 냉큼 1, 2권을 읽었다.

 

도나토 카리시라는 낯선 작가 이름을 보고 프랑스쪽인가? 생각했는데 이탈리아 작가라고 한다. 이탈리아 추리소설은... 거의 읽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우선 작가가 실제 범죄심리학자로서, 경험한 사건을 토대로 썼다고 하니 탄탄한 줄거리가 있겠지.

일단 흡입력은 있다. 흥미진진하고, 꽤 두께가 있는 두 권짜리 분량임에도 빨리 읽었다.

그런데 기존에 앞서 나왔던 인물과 관련되어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거나 복선이 있는게 아니라

계속하여 쌩뚱맞은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한다. 1, 1+, 1-, 2, 1---- 이런 식이 아니라

1, 2, 3, 5, 6, .... 이런 느낌이다. 계속해서 등장인물을 늘려가다보니 나중에는 지나치게 방대해지는 느낌?

결국 모든 일의 원흉이자 최종 범인에 대해서는 소설의 첫부분부터 함께 갔던 사람이 아니라 뒤늦게 마지막에 뿅 하고 나타난데다 상세한 설명까지 없는 희미한 존재감만 부여하게 된다.

범인에 대한 뼈대를 하나하나 수집해서 결국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그동안 모아왔던 조각을 짜맞춰 범인의 전체적인 형태와 그의 행동과 생각을 관통하면서 알 수 있게 되어야 죽 이어져왔다는 느낌이 들텐데, 이 소설의 범인은 모든 것의 배후에 있고 모든 것을 장악하지만 그는 마지막에 뿌연 형태의 전체가 갑자기 등장하여 거리감이 느껴지게 만든다.

그래서 그동안 흥미진진하게 달려가던 이야기가 끝에 가서는 반전을 봐도 악!!아!! 이게 아니라 어 뭐지..? 하면서 당황하게 된다.

제목이 '속삭이는 자' 즉 실제로 범행을 옮기는 이가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잡아 전혀 그럴 이유도 용기도 없었던 사람들에게 살인을 부추기게 하는 거대하게 스며드는 존재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니만큼, 오히려 그런 느낌을 받도록 작가가 일부러 설정한 것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는 동안 나도 서서히 형체를 알 수 없는 공포감에 마음이 젖어들어가는 것 같았다. 졸린 와중에도 끝이 궁금해서 새벽까지 책을 놓지 못하는 동안, 그리고 책을 덮고 나서 갑자기 엄청난 무서움이 몰려와 누군가 말을 걸고 싶었을 정도로. 사실 사람의 마음이란 얼마나 약하면서도, 또 강한 부분인지.. 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살인의 본능이 있지만 그걸 감추는 한계가 다를 뿐이란 말엔 동의할 수 없다. 아무튼 스며드는 무서움을 남긴 여운을 가진 소설이다. 대낮에만 읽어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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