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째 아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
도리스 레싱 지음, 정덕애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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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방식으로 접근했다는 이 책의 간략한 줄거리를 보고 대단히 흥미가 생겨 단숨에 보았다.

하지만 그다지 공포스럽지도, 섬뜩하지도 않았다. 일단은 '다섯째 아이'인 벤이 기형아도 아니고, 병원에서 이상이 있다고 판단받을 만큼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 <정상이지만 힘이 무지하게 세고 어딘가 말할 수 없이 이상한> 애매모호한 아이였기 때문이다.

벤 그 자체보다는 무작정 계획없이 아이를 낳아버리고 마는 (그것도 몇년, 몇개월차이로) 부부가 더 무섭게 느껴졌다.-_-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여자가 누구나 다 아이를 사랑스럽게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고 벤이 정상적인 아이라고 할 수 없다면 그 이유는 해리엇이 임신기간에 가진 우울함, 신경쇠약, 진정제의 과다복용 등의 부작용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6년사이에 아이를 그렇게나 계속해서 가진다면 언젠가는 아이를 낳게 될 같은 여자로서 나 같아도 불안정한 정서와 신체를 가질 게 뻔할 것 같다.

작가는 이 소설의 모티브를 세 아이는 정상이었으나 기형적인 네번째 아이로 인해 가정이 파괴되었다고 하소연한 어떤 주부의 사연, 그리고 고대의 유전자가 지금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는 인류학자의 말 두 가지에서 가져왔다고 했다. 하지만 소설에서 보이는 벤의 특성이 고대에 존재했을 법한 인간과는 전혀 다른 어떤 종족의 유전자라고 보기에는 그다지 궤도를 벗어나지도 않았으며, 전체적인 소설의 줄거리는 저 주부의 사연과 똑같지 않은가.-_-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기대했던 만큼 실망스러운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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