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마법과 쿠페 빵
모리 에토 지음, 박미옥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원제는 <영원의 출구>란 말을 들었는데.. 제목과 표지는 요즘 유행에 발맞추어 지나치게 이쁘게 꾸민듯한 작위적인 느낌이 나서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책이다.

처음 시작부분과 마지막 끝맺음 부분까지 <영원>이란 주제가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거 같고, 원제가 참 잘 어울리는데 약간 아쉽다.

영원한, 끝없는 것을 우리는 동경한다.

그러나 끝이 있는 것일수록 사랑스럽다. (370p)

성장소설은 대체로 사실적이면서 진부하기 마련이지만 역시 이 소설, 나도 어릴때 한번쯤 해본 생각, 행동, 내가 아니더라도 주변 누군가에서 보았던 모습들을 잘 그려냈다. 하지만 재미있다. 각 에피소드마다 결말을 완전히 보여주지 않았기에 이게 뭔가 싶다가도 오히려 흥미진진하기도 했다. 내가 생각해보는 결말. 있을 법 하면서도 특색있는 사건들, 묘한 느낌이었다.

주인공 노리코도 평범한 듯 하면서 친근하기도 하고,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역시 호감이 가는 캐릭터다. 성장소설이기에 노리코의 성장을 지켜봐왔기에 그런건 당연할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에필로그에 짧게 나온 '어른이 된' 노리코의 이야기도 조금 더, 더 자세히 읽고 싶어지는건 역시 살아움직이는 캐릭터의 힘일것이다.

영원, 희망, 미래 운운하면서 뜬구름같은 얘기들을 대책없이 늘어놓으며 솜사탕같이 사뿐사뿐한 얘기가 아니라서 마음에 더 들었다. 뭔가 조용하고 잔잔한 힘이 바탕에 깔려있으면서, 뛰어나지 못하고 실패도 하고 바보스럽기도 한 그런 부분이, 장미빛 미래와 후회없는 과거와는 거리가 먼 지지부진한 딱 우리 인생같은 솔직하고 현실적인 얘기가 마음에 더 와닿았다. 책장을 덮고 다가오는 그 적나라함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아동문학을 주로 써왔다는 작가치고는 의외로 현실을 담담하게, 관조적으로 보는 인생관을 가지지 않았나 싶다. 아니면 뽀송뽀송하고 희망만이 가득한 아동문학을 주로 써왔기에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소설에는 그 반대급부가 나타나는 것일까.

아무튼, 일단은 재미가 있고, 이 작가의 다른 책도 다 읽어보고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그런데 정말, 검은 마법을 쓰는 마녀 선생님을 아이들은 어떻게 퇴치했을까. 나의 상상력은 역시 빈곤해져가고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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