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또 읽고
아발론 연대기 - 전8권 세트
장 마르칼 지음, 김정란 옮김 / 북스피어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흔히들 서양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네들의 신화를 읽어 봐야한다고들 한다. 이는 일리있는 말이다. 하지만 슬프게도, 서양에는 아일랜드 신화나 켈트 신화같은 좋은 신화들이 많이들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그리스/로마 신화 외에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아발론 연대기」는 이러한 갈증을 달래줄 책이다. 이 책에는 서양문화 전반을 관통하고 있는 켈트신화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켈트신화 책은 아니다. 전반적인 스토리인, '아더왕의 성배탐색' 자체부터가 크리스트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설 전반에 나오는 성배, 성자, 교회, 국교(國敎)인 크리스트는 이 책이 크리스트 이야기란걸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에서 켈트신화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고 한것은,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신화(소설) 전체에 뿌리내리고 있는 켈트적 요소들을 쉽게 찾아 낼 수 있기 때문이다(몰라도 주석이 친절히 알려준다). 성배의 원형인 사람을 되살리는 소생의 솥과, 모든 이를 배불리 먹일 수 있는 풍요의 솥. 켈트신화속 여신의 면모를 가지고 있는 모르간이나 호수의 부인(이 부분은 소설 「다빈치 코드」에서 자주 언급되는 여신과도 일치한다). 켈트를 대표하는(특히 주술적인 힘에서) 멀린. 태양신의 면모를 가지고 있는 가웨인 등..
이는 크리스트가 제 아무리 켈트와 같은 다른 유럽신화(문화)나 태양신 숭배와 같은 종교를 이교로 칭하며 깎아내리고 지우려 해도, 결국엔 크리스트의 기원이기 때문에 지워질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켈트 속 크리스트이며 크리스트속 켈트가 아닐까(앞에서 밝혔듯 성배의 원형인 소생의 솥과 풍요의 솥이라던지, 태양신 숭배일인 12월 25일과 같이 크리스트적 요소에는 '이교도'적 요소가 원형으로 자리잡고 있다).

끝으로, 「아발론 연대기」는 켈트 이야기 뿐만 아니라, 우리가 흔히 갖는 로망(roman)도 가지고 있다. 여성과 약자를 보호하는 기사 -하지만 현실은 농노들의 착취계급에 불과한 - 가 그것이다. 서양의 신화, 특히 켈트신화에 흥미가 있을 뿐아니라, 기사도의 로망을 갖고 있다면, 아발론 연대기를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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