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의 선물
Irvin D. Yalom 지음, 최웅용 옮김 / 시그마프레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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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위는 어둡다. 당신의 사무실에 왔는데 당신은 보이질 않는다. 사무실은 비어있고, 들어가서 둘러보니 있는 것이라곤 당신의 파나마모자뿐이다. 그 모자도 온통 거미줄로 덮여있다.”


  심리학자이자 소설가인 어빈 얄롬(Irvin D. Yalom)의 책, 『치료의 선물(The Gift of Therapy)』 서두이다. 심리학 서적인지 소설책인지 아리송할 만큼 친근한 문장이다. 환자(내담자)의 꿈 이야기로 책을 연 얄롬은 두 편의 소설을 펴낸 이야기꾼답게 자신의 심리치료 경험을 시종일관 편안한 말투로 이야기해준다. 얄롬은 실존주의 심리치료의 입장에서 ‘치료자와 내담자가 (치료라는) 여행의 동반자’라는 관점을 갖고 있다. 심리치료사는 실존적 문제를 안고 찾아오는 내담자(환자)를 치료해주기만 하는 게 아니라 (내담자와 상호작용하는 동안) 자신의 실존적 문제를 치유해간다는 것이다.

  인간은 수많은 인간관계 안에서 문제를 감지한다. 그 문제들이 심각해져서 삶을 지속해가는 것이 힘겨워지면 사람들은, 심리치료사를 찾게 된다. 얄롬은, 관계 안에서 일어난 문제는 관계 안에서 풀어야 한다고 말한다. 눈도 맞추지 않고, 충분히 이야기를 듣지도 않고, 그저 겉으로 드러난 증세만을 관찰한 뒤 약을 처방하는 식은 ‘관계’가 아니다.

  얄롬은 치료자와 내담자(환자) 사이에 관계가 형성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치료자가 내담자와 관계맺음에 머뭇거려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좋은 관계가 형성되어야 두 사람은 명실공히 ‘동반자’로서 각자의 삶을 함께(나름대로) 치유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치료자는 치료의 과정에서 내담자를 치료해준 것이지만, 그것은 또한 내담자 스스로 치료한 것이기도 하다는 게 얄롬의 주장이다. 한없이 겸허한 심리치료사 얄롬의 이 책은, 앉은 자리에서 쭉 일독하고도(그만큼 쉽게 읽힌다), 두고두고 옆에 두어 곱씹어가며 읽고 싶은 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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