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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문학 어떻게 볼 것인가
황종연 외 지음 / 민음사 / 1999년 1월
평점 :
품절


굉장히 우연한 기회에 읽게된 다른 평문의 주석을 통해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책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읽게 되었다고 할 수도 있는데 뜻하지 않은 많은 것을 얻게 되어 다 읽고 났을 때의 만족감과 유쾌함은 <그 어느책 못지 않은 것>이 되어버렸다.

특히나, 90년대에 10대를 보낸 다시 말해서, 삶의 경험이 90년대가 전부인 나로서는 10년단위의 시대 구분이 여러가지 이유로 그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90년대의 정리는 매우 의미있는 것이었다. -물론 책 한권으로 90년대를 정리한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며 거친 방식이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90년대와 비교를 해볼만한 시대를 살지 못한 탓에 90년대 자체가 어떠한 특정한 기호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90년대는 단지 현재-오늘 날에는 과거에 불과한 어느 지점인 것이며 그 속에서 진행되었던 여러 논의들에 물론 관심은 많지만, 기성세대들의 굉장히 호들갑스러운 반응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인 90년대라는 공간이야 어찌되었건, 문학에 있어서 그것은 <위기>라고도 불리울 만큼의 때로는 획기적인 변혁의 시대인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또한, 21세기 역시 90년대의 에피고넨(아류)-이 말보다는, 연장선상에 있다는 말이 심리적으로 더 행복함을 주는 선택이긴 하지만-일 것이라는 강상희 교수의 예견에 기대어 볼때에도 아니라면, 이미 21세기가 진행되어 이제 몇일 후면 2003년을 맞게되는 이 시점에서(이 책만 해도 99년도에 만들어졌다) 90년대를 넘어서는 새로운 어떤 문학의 맹아가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 물론 아직 초기임에 그런 판단이 당연히 섣부르긴 하지만 - 90년대는 과거 이상의 현재적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90년대 문학의 전반적 정리와 21세기의 우리 문학이 걷게 될 길에 대한 예측을 그 내용으로 하는 이 책에서는, 한 저자가 그 내용을 기술한 것이 아닌 우리에게 익숙한 비평가들이 좌담의 형식과 평문의 형식을 통해 각자의 눈으로 본 90년대를 이야기 하고 있다.

따라서, 물론 대개는 동일하거나 혹은, 유사한 시각을 보게 되지만 또 다른 상당 경우는 서로 다른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흥미로우며, 90년대에 화제가 되었던 작가들과 그들의 실제 작품을 통한 논의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그들 작품을 직접 대할때와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 마치 다른 친구의 성적표를 들여다 보는 기분이랄까 ^^;;

눈에 나는 점이 있다면, 한 작가가 동일한 관점에서 책을 집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 다른 평론가라 하더라도 90년대라는 토막을 보는데에 있어서 어떤 동일한 맥락이라는 것은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여러 평론가의 기고가 상당히 동어반복적인 느낌이 든다라는 것을 지적하려면 지적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대개는 접근을 달리 해 보려는 '노력'은 엿보인다.

또 하나는 언뜻 책 자체에 비해 가격이 좀 비싸다는 것인데 -인터넷 상으로는 잘 보이지 않겠으나 꽤 얇은 책이다나 같은 경우도 처음엔 내심 투덜거렸었지만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만족감만 남기고 홀연 사라져버렸다. ^^; 꼭 평론을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90년대에 발 붙였던 우리 모두 혹은 우리 가운데 문학에 대한 애착이 있는 사람이라면
정말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책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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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듣지 않는 남자 지도를 읽지 못하는 여자
앨런 피즈 외 지음, 이종인 옮김 / 가야넷 / 2000년 9월
평점 :
절판


책을 읽으면서 많이 혼란스러웠다. 워낙에 집중과 몰입에 뛰어난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책을 읽는 동안은 이 전까지 내가 가지고 있던 가치관,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인간이라는 종에 관한 나의 모든 상식 체계(생득적 조건들에 대해 사회정치적 요인의 효과가 더 크리라는) 가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어쨌거나 개인적으로는, 운명론으로 인한 무기력함의 극복, 혹은 여성성에 대한 신뢰와 정체성 확립을 위해 필요로 했었던 후천적 내지는 환경적 요인의 영향력에 대한 (때로는 맹목적이기까지 한) 나의 믿음을 재고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아마도, 줄줄이 제시되는 '과학적'이라는 코멘트들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물론, 이 책의 내용을 전적으로 믿지는 않는다. 사회 생물학이라는 분야 자체의 축적된 정보 체계에 대한 회의도 한 몫하고 있지만, 사실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몇몇 논의들에 대해서는, 이 책에서 말하는 것만큼이나 충분한 근거와 설득력 있는 자료들로 반박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측의 주장이라도 충분히 전복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지만)

그러나, 아직 논란의 여지를 충분히 가지고 있는 정보의 진실성 여부는 차치하고서라도- 물론, 독자가 논픽션 서적을 집었을 때의 정보에 관한 기대치는 단연 픽션을 선택했을 때의 그것보다는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성을 온전히 이해하고자 하는 갈구가 뚝뚝 묻어 나오는 이런 류의 제목을 가진 책을 집어들었을 때 우리가 추구하는 또 다른 목적을 상기한다면, 이 책은 그 나름의 제 기능을 다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책을 펼칠 때, 우리의 마음은 이성에 대해 이해해 보고자하는 욕구로 가득했을 터이고 (나도 그랬었나? ^^;;) 적어도 이 책을 읽는 중에나 혹은 책을 덮었을 때는... 내가 상대와 다르다는 그 현상적인 사실에 대해 암묵적 동의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틀림이 아닌 그 다름에 대해서 말이다.

어쩌면, 단 몇 일, 몇 시간, 혹은 그 순간만이라도 그를 혹은 그녀를 위해 진정으로 이해한 대로 행동하리라 결심할 수 있는 인류평화를 위한 결의(^^;)가 가능할 지도 모른다.

여성해방운동에 대해, '여자가 잘못 인도되고 있다!' 는 가히 무모하리만큼 충격적인 발언도 주저하지 않는 필자들의 태도가 인상적이었으며, 나의 경우 꽤나 매력적인 언변에 정신을 빼앗겼기에 책이 손에 들어 있는 동안은 비판의 고삐를 늦추지 않기를 당부한다 후훗~

결론에 이르는 과정을 중시하시는 분들이라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를 읽으셨더라도 같은 목적을 다른 길로 찾아드는 묘미로 즐길 수 있겠지만, '모로가도 서울로만 가면 되시는' 담백한(?) 분들은 또 다른 지의 세계를 찾아 떠나심이 현명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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