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듣지 않는 남자 지도를 읽지 못하는 여자
앨런 피즈 외 지음, 이종인 옮김 / 가야넷 / 2000년 9월
평점 :
절판


책을 읽으면서 많이 혼란스러웠다. 워낙에 집중과 몰입에 뛰어난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책을 읽는 동안은 이 전까지 내가 가지고 있던 가치관,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인간이라는 종에 관한 나의 모든 상식 체계(생득적 조건들에 대해 사회정치적 요인의 효과가 더 크리라는) 가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어쨌거나 개인적으로는, 운명론으로 인한 무기력함의 극복, 혹은 여성성에 대한 신뢰와 정체성 확립을 위해 필요로 했었던 후천적 내지는 환경적 요인의 영향력에 대한 (때로는 맹목적이기까지 한) 나의 믿음을 재고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아마도, 줄줄이 제시되는 '과학적'이라는 코멘트들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물론, 이 책의 내용을 전적으로 믿지는 않는다. 사회 생물학이라는 분야 자체의 축적된 정보 체계에 대한 회의도 한 몫하고 있지만, 사실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몇몇 논의들에 대해서는, 이 책에서 말하는 것만큼이나 충분한 근거와 설득력 있는 자료들로 반박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측의 주장이라도 충분히 전복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지만)

그러나, 아직 논란의 여지를 충분히 가지고 있는 정보의 진실성 여부는 차치하고서라도- 물론, 독자가 논픽션 서적을 집었을 때의 정보에 관한 기대치는 단연 픽션을 선택했을 때의 그것보다는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성을 온전히 이해하고자 하는 갈구가 뚝뚝 묻어 나오는 이런 류의 제목을 가진 책을 집어들었을 때 우리가 추구하는 또 다른 목적을 상기한다면, 이 책은 그 나름의 제 기능을 다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책을 펼칠 때, 우리의 마음은 이성에 대해 이해해 보고자하는 욕구로 가득했을 터이고 (나도 그랬었나? ^^;;) 적어도 이 책을 읽는 중에나 혹은 책을 덮었을 때는... 내가 상대와 다르다는 그 현상적인 사실에 대해 암묵적 동의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틀림이 아닌 그 다름에 대해서 말이다.

어쩌면, 단 몇 일, 몇 시간, 혹은 그 순간만이라도 그를 혹은 그녀를 위해 진정으로 이해한 대로 행동하리라 결심할 수 있는 인류평화를 위한 결의(^^;)가 가능할 지도 모른다.

여성해방운동에 대해, '여자가 잘못 인도되고 있다!' 는 가히 무모하리만큼 충격적인 발언도 주저하지 않는 필자들의 태도가 인상적이었으며, 나의 경우 꽤나 매력적인 언변에 정신을 빼앗겼기에 책이 손에 들어 있는 동안은 비판의 고삐를 늦추지 않기를 당부한다 후훗~

결론에 이르는 과정을 중시하시는 분들이라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를 읽으셨더라도 같은 목적을 다른 길로 찾아드는 묘미로 즐길 수 있겠지만, '모로가도 서울로만 가면 되시는' 담백한(?) 분들은 또 다른 지의 세계를 찾아 떠나심이 현명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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