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기초 : 한 남자 사랑의 기초
알랭 드 보통 지음, 우달임 옮김 / 톨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아름다운 결혼을 꿈꾸는 당신에게

 

  결혼은 사랑의 결실이다. 하지만 다른 말로 인생의 새로운 출발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여태껏 살아왔던 방식에서 벗어나 상대방의 삶의 방식과 발맞춰 살아가야 한다. 여기 결혼으로 수많은 고민에 휩싸여 있는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벤이다. 벤은 두 번의 사랑을 거쳐서 지금의 아내인 엘로이즈를 만났다.

  그와 그녀는 남들처럼 아름다운 사랑을 했다. 그 결실로 결혼했고 런던 북부 근교에서 두 아이와 보금자리를 꾸렸다. 세월은 흘렀고 두 사람의 관계는 애매해졌다. 소원하다고 하기엔 벤이 엘로이즈에게 사랑이 있었고 좋다고 하기엔 두 사람만의 교감이 줄어들었다. 이 사이에서 벤의 고민이 시작된다.

  사회적 관계의 모순 중 하나는, 우리가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보다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들에게 결국은 훨씬 더 잘해주게 된다는 사실이다.(<사랑의 기초> p42~43)

  결혼 생활을 하면서 두 사람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맞춰야 했다. 여름휴가를 보내는 방법에서부터 집을 관리하는 일, 길거리에서 길을 묻는 일…. 그들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사소한 일들이 결혼이라는 이름 아래에 자신들을 이토록 힘들게 할지 몰랐을 것이다. 두 사람은 결혼이라는 단어 아래에서 교육자가 되어야 했고, 모든 것을 이해하는 부모가 되어야 했고, 마음대로 사랑을 할 수도 없었다.

   벤은 결혼의 제도 아래서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결혼이라는 끈은 놓지 않았다. 그가 자신이 꿈꿔왔던 이상적인 결혼 생활을 위해서 인생 대부분을 참고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인생보다는 아이, 가정을 먼저 생각한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의 이러한 생각은 훗날 베키라는 25살의 젊은 여자와 아침을 맞이한 날까지 이어졌다.

   이런 벤의 모습을 보며 그가 결혼이라는 단어에서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그가 바람을 피웠다고 그만두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다. 작은 행복을 느끼고 있지만, 그것마저 벤의 최면을 걸고 있는 듯했다.

   벤은 자신이 이러한 소소한 행복을 느껴야만 가정이 지켜진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라는 존재를 희생하면서 가정을 지키고 있었다. 그 모습이 힘겨워 보였고 연민이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한심했다. 자신의 인생을 제대로 찾을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가정에 매달린 그의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나의 '제도'였던 결혼이 '느낌에 헌신하는 것'으로 바뀌었다.(p143)

   책에서 결혼은 제도를 넘어서 정서적 교감과도 얽혀 있다고 말했다. 그제야 결혼 제도에 대한 생각이 치기라고 느껴졌다. 결혼이라는 단어는 삶에서 많이 접했지만, 결혼을 직접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벤의 이중적인 모습을 이해하지도 공감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의 삶을 통해 결혼과 간접적인 만남을 하고 그의 몸부림에 응원을 보내주고 싶었다.

   누구나 자신만의 이상적인 결혼관을 가지고 있다. 두루뭉술하게 세운 사람부터 촘촘하게 계획을 짠 사람들까지. 각자의 결혼관이 완벽히 일치한 상대방을 찾기란 하늘에 별 따기보다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상대방의 생각을 존중하고 맞추려고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한 의미에서 결혼에 대한 환상을 품은 사람들, 혹은 그 환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알랭 드 보통이 '사랑의 기초, 한 남자'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2012년 6월 4일자, 오마이뉴스-책동네에 실렸던 글입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739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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