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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심하는 인간 ㅣ 성서와 인간 9
송봉모 지음, 임지윤 그림 / 바오로딸(성바오로딸) / 2021년 10월
평점 :
새로운 표지와 조금 다른 판형으로 재탄생된 책으로, 휴대하기가 좋아 편안히 읽을 수 있다.
글씨도 커지고 문체도 이뻐졌다. 각주는 책 뒷면으로 정리되어 깔끔한 느낌도 준다.
회심은 그리스도교 신앙에선 중요한 주제인데, 머리로 이해하는게 아니라 완전히 깨어있는 상태인것 같다. 이 책은 자비와 용서의 무한한 하느님 사랑을 알려준다.
이 책 역시 마음을 잡는 구절들이 아주 많다.
9p) 살아가면서 무엇인가 잘못했을 떄, 수판을 툭툭 털고 다시 놓듯이 잘못된 것을 훌훌 털고 새롭게 시작할 수만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구원일 것이다. →그 수판을 털어내는게 생각보다 쉽지않다. 그래서 계속 꼬이기만 하는 경험을 한다.
13p) 그분은, 우리가 최선을 다해 살며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나 당신께 돌아오기를 바라신다. →앤도 슈사쿠 침묵을 영화화한 [사일런스 2016]의 기치지로가 떠올랐다. 그는 배신하고 다시 돌아와 용서를 청하고, 다시 배신하고 다시 돌아온다. 그가 그럼에도 돌아오는 모습을 보면, 그는 용서의 하느님을 분명히 느꼈던거 아닐까.
21p) 친밀한 관계가 되기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정직이다. →예처럼 아프면 아프다고 하는게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느낀다. 영적 합리화가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있다.
47p) 놀랍게도 많은 신앙인이 하느님께서 용서하셨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자기 스스로는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진정한 자유 대신 족쇄를 달고 있는 모습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
71p) 이러한 인물들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 안에 있는 상처가 은총의 도구로 변하고 우리의 부족한 모습이 봉사의 발판이 된다는 사실을 배운다. →신앙생활에서 체험하는 순간 감사를 드리게 된다.
83p) 상대방의 선을 생각하고 꾸짖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꾸짖을 때는 제삼자를 통하지 말고 직접 그에게 가서 꾸짖어야 할 것이다. →선을 생각하고 꾸짖는 행위는 사랑인데, 요즘은 비겁해진다. 사랑의 행위를 피하게 된다. 직접하라는 것이 뒷담화나 타인을 끌어들이지 말라는 건데, 실제 큰 용기가 필요하다.
87p) 고해성사는 대자대비하신 하느님에 대한 이성적 깨달음을 내면적 깨달음으로 만드는 길이다. →성찰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런 경험은 손꼽을 수 있으니..
93p) 죄는 나와 하느님과의 관계를, 나와 다른 사람의 관계를, 나와 내 자아를 떼어놓는 것이다. →분리된 채 외롭게 서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110p)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는 결심 밑바닥에는 자기애와 자만심이 자리 잡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저녁기도에 '다시는 죄를 짓지 않으며' 이 부분이 늘 불편하다. 요즘은 의지로라도 다짐하자싶어서 편안히 하고 있다.
그래서 한번 읽고 치울 책이 아니라 계속 들어다봐야 하는 책이다. 죄는 우리와 너무나 밀접하고, 용서를 끊임없이 청해야 한다. 끝부분에 나오는 양심성찰을 일상에 적용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 그래서 계속 도전해 볼 수밖에 없는 듯하다.
예수님의 시선은 우리가 지은 죄에 있지 아니하고 넘어진 인간이 다시 일어나야 한다는 데 있다. - P12
울부짖는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행위다. - P38
"모든 성인에게는 과거가 있고, 모든 죄인에게는 미래가 있다." - P63
뉘우침이란 청하지 않아도 한밤중에 찾아와 사람들을 깨우며 스스로를 응시하도록 만들고 있으니 - 칼릴 지브란 - P85
"내가 너를 씻어주지 않으면..."이라고 하신 걸까? 그것은 우리가 우리 자신의 발을 씻을 수 없기 때문이다. - P104
잘못을 통회하는 것과 자책감으로 괴로워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 P108
회심은 자백이 아니라 하느님을 향한 지평의 변화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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