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사랑에 빠지는가 - 우리가 아직 몰랐던 사랑의 심리
헬렌 피셔 지음, 정명진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인간이 느끼는 `사랑`이라는 심리를 인류학,생리학적으로 설명한 책. 저자는 정욕,애정,애착이라는 세가지 짝짓기 욕구가 복잡하게 영향을 미쳐 `사랑`이라는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각각의 욕구는 서로 다른 신경화학물질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한다. 정욕은 테스토스테론,애정은 도파민,노르에피네프린,세로토닌, 애착은 옥시토신, 바소프레신이라는 식이다. 우리가 사랑에 웃고,울고,행복해하고,괴로워하고, 화내고 즐거워하는 이유는 이런 호르몬이 복잡하게 작용한 결과라는 것이다.

또 저자는 이런 욕구가 각각의 목적을 가지고 진화했다고 한다. 정욕은 짝짓기 자체를 위해서, 애정은 한 개인에게 관심을 집중해 에너지를 절약하게 하기 위해서, 애착은 적어도 아이 하나를 기를 수 있을 기간만큼 짝과 함께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진화했다. 이런 욕구는 동물에게도 있지만, 인간이 가장 고도로 발달시켰다는 설명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정욕,애정,애착이 복잡하게 얽힌 결과물이라는 저자의 설명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다른 낱말로 표현하자면, 성욕,로맨스,안정감 정도로 부를 수 있을 거 같다.) 우리가 여러가지 감정을 뭉뚱그려 `사랑`이라고 부르고 있긴 하지만, 사람따라 정말 다양하게 `사랑`을 정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정욕을 사랑이라 부르기도 하고, 어떤 이는 애정을 사랑이라 부를지도 모른다. 또 어떤 사람은 애착이 없으면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저자의 관점에 따르면 셋 다 옳다. 거기에는 그냥 용어의 혼란이 있을 뿐이다.

또한 사람들이 사랑에 `미치거나` , `중독되는` 이유는 이런 본능적인 욕구를 발동시키는 천연각성제, 즉 도파민이나 세로토닌 같은 뇌안의 호르몬 때문이라는 얘기도 흥미롭다. 실제로 사랑에 미치거나 중독된 사람은 마약에 중독된 사람과 비슷한 뇌를 가지게 된다고 한다. 참 얄궂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짝짓기를 위해 진화한 것이므로 목표를 달성하면 더 이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근거로 결혼후 4년이 지나면 이혼하는 커플이 많다는 사실을 든다. 옛날 인간의 조상이 짝짓기를 하고 자식을 낳아서 그 자식이 자립할 때까지 키우는 시간이 4년 정도라는 설명이다.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로맨스가 계속되게 만들려면 이렇게 짝짓기를 위해서만 진화한 뇌를 어느정도 `속여야`한다고 말한다. 이런. 진정한 사랑을 위해선 자신을 `속여야`만하는 것인가? 이것 또한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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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느낀 것. 간략서술.

세로토닌이니 도파민이니 이런 호르몬의 이름이라든지, 고대 인류가 어땠느니 하는 인류학적인 설명은 잊어버려도 좋다고 생각한다. 기억 할 것은 인간은 무한한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설명하듯 우리는 호르몬에 영향받고, 환경에 영향받고, 통계적으로 비슷한 행동을 하는 존재다. 하지만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100% 수동적인 존재는 아니다. 적어도 우리는 환경을 어느정도 선택할 수 있는 의지는 있다. 자신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행동을 할지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다면 적어도 혼란해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똑같은 행동을 해도 충동인지 선택인지의 여지는 있다. 사랑이든 뭐든, 삶에 끌려가지 말고 삶을 선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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