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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을 쓴 미치 앨봄의 첫 소설. 천국을 소재로 삶과 죽음에 대해 성찰한 짧고 아름다운 이야기다. 여기서 작가 미치 앨봄에 대한 편견이 있었음을 고백해야겠다. 처음 `모리..`를 읽었을 때, 나는 작가에 별 염두를 두지 않았다. 아니, 난 오히려 `모리..`의 작가가 일에 치여사는 짜증나는 뚱뚱한 중년 남성이라고 상상했었다. 그리고 모리교수의 인생철학에서 배어나오는 영감이 아니었으면 작가가 절대 그 책을 쓸 수 없을 거라고까지 상상했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난 작가가 그 책에서 모리교수를 높이기 위해 자신에 대해 겸손하게 썼던 내용를 마음대로 확대 상상한 모양이다.
하지만 난 간과한게 있었다. 자서전을 대필해도 작가의 향기는 남는다는 것. 그리고 훌륭한 제자없이 훌륭한 스승도 없다는 것. 미치 앨봄은 `모리..`에서 보여준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한층 더 다듬어 감동적인 이야기로 재탄생시켰다. 천국에서 만나는 다섯 사람을 인연,희생,용서,사랑,화해라는 흔한 주제로 엮어낸 것은 언뜻보면 진부해보이지만, 등장인물과 배경의 섬세한 묘사는 그런 느낌을 달아나게 만든다. 쉬우면서도 감동적이고 여운이 남는 이야기. 이런 건 쉽게 쓰지 못할 거 같다. 게다가 이건 이 작가의 첫 소설이 아닌가? 비록 작가가 그 전에 글쓰는 직업에 종사했다고는 하지만, 칼럼과 소설은 엄연히 다르다. 모리교수가 영감을 줬다고는 하지만, 영감을 받고도 소화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런 글을 쓰는 작가는 아마 모리교수만큼이나 삶을 사랑하고 삶과 죽음에 대해 성찰해 온 사람이었음에 틀림없다. 그가 모리교수를 찾았던 것도, 결국 책을 썼던 것도 그가 모리교수와 마음한구석에서 연결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냥 모른 체 지나쳤을 수도 있었을텐데 말이다. 미치 앨봄에 대한 안좋은 편견은 이제 사라졌다.
그러고나니 `모리..`의 제목이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었다는 걸 기억해냈다. `함께 한`. 모리와 미치가 대화를 함께 나누지 않았다면 좋은 생각은 쉽게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아예 생기지도 않고 묻혀버렸을 지도 모른다. 미치가 없었으면 모리도 없었다. 어쩌면 미치와 모리가 주는 교훈은 사람끼리 생각을 나누고 교감하는 것이 말로 인간 본연의 성품을 깨닫는 길이라는 사실일지도 모르겠다.
소설의 주인공인 에디는 천국에서 다섯 사람을 만나 진실한 대화를 나누면서 영혼의 평화를 얻었다. 딱 다섯 사람이다. 나는 현실에서 다섯명보다 훨씬 많은 사람과 만나지만 영혼이 평화롭지는 않은 것 같다. 나는 그 사람들과 마음을 열고 진실한 대화를 하려고 노력했을까? 헹여 마음을 닫고 거짓으로 대하진 않았을까? 다 읽고 나서 그런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나도 영혼의 스승을 찾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