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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로 읽는 부의 세계사 - 카이사르에서 빌 게이츠까지,부의 탄생과 몰락을 한눈에 읽는다
데틀레프 귀르틀러 지음, 장혜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원제는 `Die Dagoberts`다. `Dagoberts`는 Dagobert Duck에서 따온 이름이다. Dagobert Duck이 누구냐고?
바로 이 분, Scrooge McDuck 씨. (Dagobert Duck은 Scrooge McDuck씨의 독일판 이름이다. 우리나라에선 `욕심쟁이 오리아저씨`란 제목으로 방영했다.) Donald Duck의 삼촌이자, 돈으로 가득찬 풀장에서 수영하는 게 취미인 만화계 최고의 부자 캐릭터. 어릴 적 나에게 부자가 되는 꿈을 꾸게 해준 `세상에서 가장 돈이 많은 오리 아저씨`. 바로 그 분이시다. 지금은 부자하면 빌 게이츠가 떠오르지만, 어릴적만 해도 바로 이 분이 떠올랐다. 그 정도로 부자에 대한 이미지를 만드는데 이 캐릭터가 큰 영향을 끼친 셈이다.
자, 이제 이 원제를 우리나라말로 그대로 옮겨보면 어떨까? 아마 `세계의 욕심쟁이 오리아저씨들` 정도로 옮길 수 있을 것이다. 번역판 제목보다 웬지 덜 머리 아프고 더 재미있게 들리지 않는가? 작가가 만화주인공의 이름을 책제목으로 쓴 것도 아마 이런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자칫 딱딱해지기 쉬운 역사이야기를, 쉽고 재밌는 글로 풀어내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이 만화캐릭터 말고 다른 `부자`들을 소개하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비록 번역판에선 `부의 세계사`라는 무난한 제목을 썼지만 말이다.)
그렇다. 이 책은 바로 `부자`에 대한 책이다. 그것도 그냥 돈이 적당히 많은 부자가 아니라, 역사상 최고의 부자를 다룬 책이다. 이 책은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부터 빌 게이츠까지, 역사적으로 `최고의 부자`는 누구였고, 그들이 그 `부`를 어떻게 이루었는지, 또 그 `부와 부자`가 어떻게 세계사에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 다룬다. 각 시대별로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이 쉽고 재밌게 씌어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권력자`가 아닌 `부자`라는 키워드로 세계사를 보는 관점도 색다르다. 이 책을 읽으면, 부자들이 세계사에 끼친 영향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크다는 걸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만화주인공 이름이 제목이라고 쉽고 재밌게만 쓴 것은 아니다. 각 장마다 충분히 전문적인 명쾌한 설명이 담겨있다. 특히 부의 세계사를 고대부터 현대까지 차례대로 `권력의 시대`, `상인의 시대`, `자본의 시대`, 그리고 `가치의 시대`로 분류한 것은 절묘하다고 생각한다.
`부자`나 `역사`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한테는 필독서, 관심이 별로 없는 사람에게는 강력추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