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경제학 - 상식과 통념을 깨는 천재 경제학자의 세상 읽기
스티븐 레빗 외 지음, 안진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경제학에 대한 책은 아니다. 그렇다면 제목처럼 정말 괴짜스러운 얘기가 담겨 있는가? 그것도 아니다. 제목이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이 책은 숫자와 통계학에 대한 책이다.

저자가 책에서 언급했듯이 이 책에는 중심주제가 없다. 대신 매 장마다 경제학과 별 관련없어보이는 질문을 던진다. 교사와 스모 선수의 공통점은? 마약 판매상은 왜 어머니와 함께 사는 걸까? 그 많던 범죄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같은 질문 말이다. 경제학의 주제라고 보기엔 괴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괴짜` 아닌 경제학이 나오는 부분은 바로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만드는 과정이다. 저자 스티븐 레빗이 해답을 제시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가 경제학의 주요한 도구, 즉 숫자데이터를 이용한 통계학이기 때문이다.

스티븐 레빗이 사용하는 분석도구는 전혀 별나지도 않고 괴짜스럽지도 않다. 우리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정석적이고 혹은 지루하기까지한 통계학적 방법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지루한 과정을 통해서도 재밌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질문만 제대로 던진다면 말이다. 스모 선수나 교사들이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증거를 찾아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왜 90년대 들어 미국의 범죄율이 급속도로 떨어졌을까? 이런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저자는 스모 경기 전적을 분석하고, 학생 시험답안을 조사하고, 낙태율과 범죄율의 상관관계를 계산한다. 빙고! 결국 저자는 단서를 찾아낸다. 스모경기에서 비정상적인 승률이 잠시 나타나는 걸 확인하고, 학생들 답안지에서 통계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패턴을 찾아낸다. 또, 태어날 자식이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불운한 가정의 낙태율이 증가한 것이 범죄율 하락과 연관관계가 높다는 걸 밝혀낸다.

탐정활동과도 비슷한 이런 작업을 통해 저자가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가 상식과 통념에 너무 편하게 기대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예를 들어, 범죄율이 낮아졌다는 정보를 접하면 우리는 그게 강력한 범죄정책 덕택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데이터를 잘 살펴보면 낙태허용여부가 예상과 달리 가장 큰 요인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이유를 밝혀내는 것이 천재적인 영감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란 점도 중요하다. 세심한 관찰, 그리고 통계학이라는 잘 발달된 도구와 그걸 이용할 줄 아는 사람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직접 보여줌으로서, 경제학이 현실과 동떨어진 어려운 개념만을 다루는 학문이 아니라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실적인 질문에도 답을 할 수 있는 학문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고보니 책 표지의 그림이 제목보다 더 이 책에 어울리는 거 같다. 겉으로 보기엔 사과인데 잘라보니 오렌지인 재밌는 그림말이다. 이 그림에서 사과는 우리의 통념을 상징하고, 오렌지는 진실을 뜻할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사과인 줄 알고 잘라봤더니 오렌지가 나와 놀라는 경우를 종종 접한다. 하지만 그 사과를 자른 사람은? 전혀 괴짜스럽지 않은, 경제학이라는 `과도`를 든 스티븐 레빗이다. 그림은 마치 독자들도 사과를 잘라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두려워하지 말자. 적당한 `과도`는 저자가 준비해 줄 테니까. 우리가 정말로 준비해야 하는 것은 사과가 정말 오렌지인지 한번 잘라보는 마음가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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