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그림으로 읽기 - 그리스 신들과 함께 떠나는 서양미술기행
이주헌 지음 / 학고재 / 2000년 7월
평점 :
절판


저자에 따르면, 이 책은 '퓨전 책'이다. 한 책 안에 그리스 신화에 서양 미술, 그리고 기행문까지 버무렸다. '퓨전' 음식은 때로는 색다른 맛을 주긴 하지만 종종 이도 저도 아닌 맛을 내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책은 어떨까?

이 책은 저자가 가족과 함께 그리스 일대를 돌며 본 예술 작품들과 그리스 신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우려와 달리 책의 내용은 난잡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머리에 쏙쏙 잘 들어오는 성공적인 '퓨전'이었다.
우리는 그리스 신화를 문학이나 연극, 영화에서 많이 접할 수 있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현대 예술은 서양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또 그 서양 예술의 뿌리는 바로 그리스 문화에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보통 사람들은 그리스 신화에 대해 잘 모른다. 사실 그리스 문화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최근에야 들어온 문화라 손에 잡히고 얼굴을 맞댈 그 무언가가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그리스 신화와 그것을 끊임없이 재해석해온 서양문화를 설명하는 방법으로 미술작품을 택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저자는 우선 많은 그림과 조각작품들을 컬러 사진으로 책에 소개하고,미술평론가로서 경험을 살려 우리가 그저 그렇게 지나쳤던 그림 뒤의 신화 이야기를 무리없이 이끌어낸다. 그렇게 이야기와 결합한 예술작품들은 금새 생기를 얻는다. 아하! 멀리만 있던 그리스 문화, 서양문화가 어렴풋이 손에 잡힐 듯하다. 예술작품도 인간이 표현한 것, 그 표현 언어를 모르면 잘 이해가 안 가는 법이다. 저자는 그걸 친절하게 번역해준다. 역시 사람 마음에 직접적으로 와닿는 미술작품들 답게 배경의 신화 이야기가 기억에 선명하게 남는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에 지루해질 때쯤 양념처럼 아들들과 함께한 기행문과 개인의 철학을 이야기하는 수필문을 껴넣는다. 게다가 관심있는 사람은 나중에 찾아볼 수 있게 책에 나온 미술작품을 전시한 미술관까지 소개해준다. 이 정도면 독자가 그리스문화, 서양문화를 쉽게 이해하게 하려는 저자의 의도가 200% 정도 달성된 듯하다. 저자가 서문에서 자신있게 말한 것처럼 "퓨전이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일품요리'"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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