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의 유혹 1 - 재미있는 열세 가지 색깔 이야기
에바 헬러 지음, 이영희 옮김, 문은배 감수 / 예담 / 2002년 2월
평점 :
절판




<색의 유혹 - 재미있는 열 세가지 색깔 이야기>,
이 책의 원제는 번역서의 제목과 달리 약간은 딱딱한 <색이 감정과 이성에 끼치는 영향>이다. 원제처럼,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가 인식하는 색들을 심리학적으로 의미있는 열세가지로 분류하고, 그 종류에 따른 분석을 시도한다.


흔히 우리들은 '색깔'이란 것을 상당히 감성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색을 접할때 받는 인상은 직관적이이고 언어로 딱부러지게 표현하기 힘든 애매모호한 감정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색의 이름을 시적이거나 개인적인 표현으로 이해하곤 한다.

하지만 그런 색깔의 특성에도 분명 보편적인 것이 있다. 저자는 "색과 감정의 관계"가 "우연이나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일생을 통해 쌓아가는 일반적인 경험, 어린 시절부터 언어와 사고에 깊이 뿌리 내린 경험의 산물"이란 점을 지적하고, 책속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설명을 하고 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지루한 책이란 느낌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재밌다! 이 책은 번역서에 붙인 부제처럼 열 세가지 색깔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로 가득차 있다.
우선 사람들의 색깔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서 독일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의 결과를 제시한다. 그리고 색깔별로 그 설문조사의 결과들을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단지 사람들이 그 색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죽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생각 하나하나에 "심리학적인 상징"과 "역사적인 전통"의 근거를 들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예를 들면, 가난한 고흐가 즐겨썼던 노랑이 질좋은 카드뮴 노랑이 아니라 싸구려 크롬 노랑이었기 때문에 몇십년이 지난 지금 칙칙하게 변해버렸다는 사실이라든지, 나폴레옹이 당시에 비소를 함유한 녹색 염료로 염색한 물건들을 좋아했기 때문에 만성비소중독으로 죽었다든지, 중세에 보라색염색이 가장 비쌌기 때문에 최고 권력자의 색이 되었고, 그 이유로 영어에서 '폭력(violence)'과 '보라색(violet)' 두 단어가 유사하게 된 것이라든지 하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이와 같이 작가가 제시하는 잘짜여진 풍부한 역사,심리학, 또는 과학적인 이야기들을 따라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설문조사의 결과들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아는 만큼 보인다." , 작가가 강조한 이 말처럼 이 책을 읽고나서 단지 색깔을 느낌만으로 보던 것과는 다른 관점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색깔의 개념도 다른 개념들과 마찬가지로 경제적,기술적,사회적,언어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어 그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유럽에 비해 다른 문화권의 색인식에 대한 분석은 약간 부족한 감이 있지만 그것은 그 설명이 충실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잘 짜여진 분석을 좀 더 접하고 싶은 아쉬움 탓이다.

색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곁에 두고 읽어도 좋을 것이다. 그만큼 이 책은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독자에게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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