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 태양의 화가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7
파스칼 보나푸 지음, 송숙자 옮김 / 시공사 / 199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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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태양의 화가' - 책 전면을 차지하고 있는 그의 자화상에서 뻗어나오는 강렬한 느낌. 그렇다. 작가가 그에게 붙여준 별명처럼 그의 얼굴은 태양처럼 불타고 있었다.

빈센트 반 고흐란 이름은 미술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나같은 사람에게도 아주 친숙한 이름이다. 그는 휴대전화 광고에서도, 조용필의 노랫말에서도 등장한다. 무엇때문에 사람들이 그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일까?  
몇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의 '예술가다워 보이는' 삶에 있을 것이다. 그는 죽기전에 정신병에 시달렸으며, 자신의 오른쪽 귀를 자르고나서 그린 자화상은 유명하다. 그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강렬한 색상, 그리고 자살까지. 그는 고독한 광기속에 번뜩이는 천재성을 가진, 전형적인 천재의 향기를 풍긴다.

그의 작품을 진지하게 감상한 적도, 그의 전기를 자세히 읽은 적도 없는 나또한 고흐를 그렇게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 짧은 전기를 읽고 나서 그 상상은 바뀌게 되었다.
어린시절 그는 영화 <아마데우스>의 모차르트와는 달랐다. 네덜란드의 한 목사집안 큰 아들로 태어난 빈센트는 그림에 특출난 재능이 있던 것도 아니었고, 화가를 꿈꾸지도 않았다. 그저 그림 보는 것과 스케치하는 것을 좋아하는 평범한 청년이었다.
집안이 가난하여 밀도높은 고등교육을 받지도 못했고, 공부를 잘하지도 못했던 빈센트는 삼촌이 경영하는 그림상에서 몇년간 일을 도왔다. 그는 상처받기 쉬운 감수성을 가진 우직한 청년이었던거 같다. 그는 가난한 농민과 탄광촌 광부들의 삶에 매료되어 아버지를 따라 목회자가 되기로 마음먹었으나, 신학대학 입학실패, 실연등을 겪게된다. 이런 상처들이 그의 속에 있던 예술적 감수성을 일깨운 것일까? 그는 더욱더 종교적인 신념에 불타 가난한 동네의 선교사 일을 하려 했지만 그것은 일종의 방황이었다. 교회와의 불화끝에 그의 꿈은 좌절되었고, 전부터 좋아하던 그림을 그리기로 마음 먹는다.

그림을 배우는 과정도 그리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우직한 그의 성격은 착한 학생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자신이 다른 화가들과 섞여 작업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는 노력했다. 노력했다는 말이 맞다. 유일한 정신적 우군이자 경제적 조력자였던 동생 테오의 도움을 받아 그는 자연과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을 열심히 그렸다. 하지만 그의 '세련되지 않은' 그림은 그다지 환영을 받지 못한 거 같다. 아마도 그의 비사교적이고 불화가 잦은 성격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는 흔히 인상주의 화가로 분류되지만 실제로 그 인상주의파 모임에 속해서 활동한 것은 아니었다. 어쨌든 그는 그림을 팔 수 없었고, 보통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는 사내는 가족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법이다. 오직 테오만이 그의 편이 되주었다.
그런 탓인지 몰라도 그는 점점 그림에 몰두한다. 정신병 증세를 겪을 때 그가 스스로 말했듯 그림을 그릴때 그는 심리적 안정을 얻을 수 있었다. 프랑스 남부의 아를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두달간 그와 같이 작업했던 고갱의 말처럼 그는 '가혹할 정도로' 그림 그리는 작업에 푹 빠져있었다.
그의 말을 들어주고, 그림을 봐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일까? 개성 강한 고갱과 고흐의 아를 생활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결국 아를을 떠나겠다는 고갱의 말에 고흐는 자신의 귀를 자른다. 그후로 그는 요양원을 전전하며 그림을 그리다 자신의 배에 총을 쏴 자살한다.

그의 그리 길지 않은 인생은 그렇게 고독함과 그림에 대한 열정으로 채워져있었다. 그는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자신이 그림을 그리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람들을 괴롭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 그들은 그림을 통해 그들 대부분이 알지 못했던 부분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한다. 그러기 위해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는 최선을 다했던 것이다. 잘 정렬된 이론도 아니고, 하늘이 내려준 천재성도 아니었다. 그의 그림들은 대상물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에서 나온 것들이다. 그의 상징인 '해바라기'처럼, 그는 자연과 인간을 불타는 태양처럼 바라보며 그 곳에 다가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던 것이다. 그 불꽃이 자신을 잡아먹을때까지. 또한 그랬기에, 그의 그림은 그렇게 인상적일 수 있었던 것이다. 굳이 인상주의라는 범주로 분류해넣을 필요가 없을만큼.

그는 천재였지만, 그의 인생은 천재가 아니었다. 짧은 전기였지만 읽으면서 왜 고흐가 사람들을 매료시키는지 얼풋 이해할 수 있었다. 앞으로 난 이 화가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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