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다 사장, 샐러리맨의 천국을 만들다 - 인간 중심 유토피아 경영의 신화, 미라이 공업
야마다 아키오 지음, 김현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예전에 <MBC 스페셜>에서 미라이 공업이라는 일본의 한 중소기업을 소개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전 우연히 티브이를 보고 있었고요. 그저 그런 프로인가보다 하고 채널을 돌리려던 찰나, 나레이터의 멘트에 깜짝 놀라 그 프로를 유심히 본 기억이 납니다. 직장인이라면 놀랄 수 밖에 없는 설명이었죠. 그 설명은 대충 다음과 같습니다.


미라이 공업의 경영
1. 정년: 70세
2. 근로시간: 하루 7시간 15분
3. 직원 모두 정규직 고용. 잔업, 휴일근무, 정리해고 없음
4. 휴가: 연간 140일! + 개인 휴가
5. 육아휴직: 3년
6. 월급: 동종업계보다 10% 높음
7. 승진: 철저한 연공서열
기타 등등...

아니 저런 꿈 같은 직장이 어떻게 가능해? 하는 질문이 턱하고 올라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휴가가 140일이나 돼요!남과 경쟁해서 먹고 살려면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일해야한다는 암시를 매일같이 받는 한국인 중 한 명으로서, 저런 기업이 존재한다는 것, 그것도 동종업계 상위라는 것, 게다가 그 회사가 북유럽 회사도 아니고 우리나라랑 매우 비슷한 일본 회사라는 사실은 굉장히 충격이었습니다.

더 놀라운 점은, 실력있는 사람에게 철저한 대우를 약속함으로서 효율을 극대화하는 서구식 기업모델이 아니라, 일본 특유의 연공서열 모델로 이런 꿈같은 복지를 이뤄낸 것입니다. 미라이 공업의 야마다 사장이 나와서 말하더군요. 미라이 공업에서는 승진이라는 것이 별로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사원 이름을 적어둔 종이를 선풍기에 날려 멀리 떨어진 종이에 적힌 사람을 승진시키기도 했다고요. 아니 이게 왠 농담같은 소리랍니까?

일본이 침체기에 들어선 기간 동안, 우리는 일본의 경쟁력이 약해진 이유 중 하나가 종신고용과 연공서열에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런 제도 하에서 직원들이 경쟁심을 잃고 안이해질 수 있다는 이유였죠. 하지만 미라이 공업은 그런 분석에 대한 명확한 반례입니다. 어떻게, 왜 이런 기업이 생겼는지 너무나 궁금해서, 프로그램을 보고나서 또 책을 샀습니다. 그 책이 바로 이 책입니다.

책을 읽고 나서도, 무릎을 탁 칠만한 내용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저 사장이 담담한 어투로 자신의 성공을 이야기하고 있었고, 엄청나고 특이한 비밀이 담겨있거나 하진 않았죠. 사장이 자신의 성공의 요인이라 직접적으로 집어 얘기하진 않았지만, 책에 암시되어있는 요인은 아마 다음과 같을 겁니다.


채찍은 필요없다. 당근만으로 충분해.
야마다 사장이 이야기하는 첫째는 바로 사람은 비용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어느 회사나 뛰어난 인재와 평범한 인재는 있기 마련이죠. 그런데 평범한 인재라고 해서 잘라버리고, 뛰어난 인재만 구하다보면 결국 대기업과 경쟁해서 이길 수 없다는 것입니다. 개인의 입장에선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이 더 매력적일테고, 결국 중소기업을 떠나 대기업으로 갈테니까요. 그래서 야마다 사장은 그런 평범한 경영 논리를 적용하는 대신, 모든 사원의 능력을 믿고, 그들이 자신의 100%를 하게 만드는 데 중점을 두어 차별화합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100%가 모이면 결국 훌륭한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이죠. 결국 미라이 공업의 엄청난 복지는, 사원들이 자발적으로 일하고 싶은 의욕을 불러 일으키게 한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사장은 전능하지 않다.
야마다 사장은 자신이 뛰어난 분야는 영업 뿐이라고 솔직하게 인정합니다. 그래서 자신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만 하고, 나머지 분야는 그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에게 맡겼습니다. 그리고 회의나 보고 같은 절차는 대폭 간소화 시켰습니다. 사장이 현장의 일에 간섭하지 않고, 사원 각각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전적으로 신뢰하겠다는 뜻입니다. 이는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하나하나 모니터링하고, 계획을 짜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다른 회사의 경영자와는 사뭇 다른 태도죠. 그러기에 야마다 사장은 사원의 실패에 좀 더 관대합니다. 실패는 반드시 있는 것인데, 그것을 어떻게 처리하고, 무엇을 배우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차별화, 차별화
다른 경쟁자와 차별화해야한다. 이 말은 사실 누구나 하는 말이라, 그다지 새롭게 들리진 않죠. 하지만 역시 이것이 미라이 공업이 성공한 가장 주요한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책에 따르면, 미라이 공업은 다른 기업이 만들고 있는 상품을 똑같이 만든 적이 없다고 합니다. 약간씩이라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가하여 새로운 제품을 내놨죠. 수많은 특허와 실용신안이 이 기업의 강점입니다. 그런 특이한 제품때문에, 대기업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겠죠.

이유를 나열하고 보니, 뭔가 획기적인 방법은 없는 것 같죠?  물론 이 기업에도 운이 따른 적도 많았을 겁니다. 그리고 사장이 이미 아버지 회사에서 전기설비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얻고나서, 똑같이 전기설비 기업을 시작했다는 점도 유리한 점중 하나였겠죠. 사장의 말에 따르면, 자신이 연극에 너무 심취해서 극단을 만들고 거기에만 신경쓰다보니, 아버지가 회사에서 쫓아내고 의절했다고 하네요. 하지만 아무래도 음적 양적으로 아버지의 도움이 있었던 것 아니겠습니까? 또, 야마다 사장처럼 전적으로 사원을 믿어서 시너지효과를 내는 것은, 그것이 근면한 사람들이 많은 일본이라서 가능했던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장점들은 소소한 것이고, 소기업이라는 불리한 점은 굉장히 큽니다. 그것을 살려서 성공했다는 것은 이미 두 말할 바 없이 대단한 일이죠.

어쨌든 획기적인 것은 없다고 해도, 미라이 공업의 사례는 미래 사회의 기업이 어떻게 되어야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힌트일 것 같습니다. 최근의 신자유주의의 풍토는 인간마저도 철저하게 경영해야하는 하나의 자원(Human Resource)로 취급하잖아요. 현재 시장을 지배하는 신자유주의적 효율성의 논리는, 능력있는 사람은 너무 많이 일하게 하고, 능력없는 사람은 일자리가 없어 곤란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결국 이런 조류는, 전 세계에서 더이상 값싸게 부려먹을  사람이 없어질 때까지, 아니, 전 세계에 있는 인적 자원을 다 '캐낼 때'까지 계속 되겠죠.  하지만 미라이 공업은, 이런 조류를 따라가는 것만이 진실은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야마다 사장이 실험한 이런 모델이 일회성이냐, 아니면 보편적인 방법이냐에 대해 깊이 고찰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후자가 사실이라면, 모든 기업이 그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으실 분은, 아마 거의 없을 거라 믿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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