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에 담아요, 마음 반올림 39
김혜진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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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학창시절은 어땠나요?

좋아하는 친구와 좀 더 가까워지고 남몰래 눈물 훔치고,

또는 좋아하는 교회 언니(누나), 형(오빠)은 없었나요?

그 사람 때문에 학창시절 교회를 다니거나 하지는 않았나요?

아니면 친구의 비밀을 혼자만 간직한 적은요?


난 어려서부터 착한아이 콤플렉스가 있었어요.

그래서 남들이 보는 앞에선 참으로 모범적이었죠.

물론 뒤에서 호박씨를 깠다는 말은 아니에요.

그렇게 용기가 많은 친구도 아니었거든요.

뭔가를 하고 싶어도 그냥 마음속으로 삭히고, 미루고, 숨기고, 대체하고..

그런 친구로 살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오늘 이 책을 읽었어요.

<가방에 담아요, 마음> 김혜진작가의 5개 단편을 묶은 책인데.. 십대의 마음을 담은 다섯 편의 사랑이야기라는 뒷표지 문구가 이 책을 설명하네요.

 

 

 

 

 

 

 

5편의 애절한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마냥 유치하다고만 생각했던 십대들의 사랑을 들어보니 아 그때는 그것이 정말 다였겠다 싶은 마음을 이제서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어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다보니 내가 아닌 남의 이야기에 그닥 귀를 기울일 심적 여유가 없었네요.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그 감정이 되돌아 왔다고 해야 할까요.

그 눌러 놓았던 감정들이 새록새록 나 여기 있어 얼굴을 삐죽 내밀었다고 해야 할까요.


애틋하면서도 풋풋하면서도, 유치하면서도 절절하면서도, 지금의 농익은 감정보다는 아직은 설익은 그래서 씁쓸한 그 감정을 다시 맛보았습니다.


당신에게도 그 시절의 느낌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조금은 미숙했지만 그게 그 당시 나의 최고였던, 추후 돌이켜보면 아무렇지 않게 미소지으며 넘길 수 있는 이들이 그때는 목숨이 아깝지 않았던 사건이었다는 것을.

우리 부모님들은 모른 척했지만, 아니 모른 척 할 수밖에 없었지만, 혹은 몰랐지만, 우리 아이들이 성장할 때는 어루만지고 보듬으면서 위로하고 응원할 수 있기를 소망해봅니다.

 

 

 

 

 

 

 

 

p.11

하고 싶은 일도 딱히 없고, 잘하는 것도 없다. (중략) 뭘 할지 몰라서 대학이라도 가려는 건데. 사실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한심한 건 나도 마찬가지다.

p.64

우리는 혼돈으로 태어나 혼돈의 모습을 빼앗기게 된다. 혼돈은 혼돈이었을 때 그 무엇보다 강했을 것이다. 강하고 약하고를 판단하는 기준에서 아예 벗어나 있었기 때문이다. 결정하지 않았을 때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것과 같다. 하나씩 이름을 붙이고 방향을 정할 때마다 혼돈은 죽어간다. 마침내 모든 가능성에 꼬리표가 붙으면 우리는 평범한 인간이 되는 것이다.

p.141

신우와 나는 우리 부모들의 이중성에 대해, 일관성 없음에 대해 한참을 떠들어댔다. 나누는 삶을 살라고 하면서 손해 보지는 말라고 한다. 겸손하게 낮은 자리에 머물라 하면서 성적은 잘 나와야 하고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 예수님처럼 살아라. 잠깐! 그렇다고해서 예수님처럼 고아와 창녀와 거지의 친구가 되라는 뜻은 아니야. 옛님처럼 똑똑하게, 존경받으며, 앞서 나가라는 뜻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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