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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빌라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산다 ㅣ 책마중 문고
한영미 지음, 김완진 그림 / 어린이작가정신 / 2017년 11월
평점 :
피를 나누고 같이 밥을 먹고 그러면 가족일까.
우리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점점 가족 구성 인원이 적어지고 있다. 우리집만 해도 네 명.
많아야 다섯 명, 적은 집은 세 명, 두 명, 한 명인 집도 많다.
가족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멀리 계시기야 하겠지만, 현재 내 주위에 가족은 나 하나뿐이라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삼대가 같이 살던 우리 어린 시절과는 다르게 지금은 삼대가 같이 살아도 아주 조촐해졌다.
그리고 삼대가 근처에는 살아도 함께 사는 경우는 매우 드물어졌다.
<우리 빌라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산다>는 나에게 가족의 의미를 다시 부여해줬다.
피를 나누어야만 가족이 아니라, 곁에 함께 있어주고, 멀리 있는 피붙이보다, 자주 얼굴보고 만나고 얘기할 수 있는 이웃이 우리 가족은 아닐까. 아니, 요즘의 가족은 아닐까.
요즘엔 단독주택에 사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시골에는 아직도 많다고 하지만, 사람이 좀 많다는 도시는 대부분 아파트와 빌라가 숲을 이룬다.
나도 결혼하고 아파트에 둥지를 틀었다. 처음에는 어색했다. 서로 얼굴만 마주치고 눈인사만 했다. 그러다가 아이들을 빌미로 서로 대화를 하고 집으로 초대하고 초대받고 같이 밥을 먹고 급한 일이 생기면 서로의 집 아이들을 돌봐주고 그렇게 이웃사촌이 되고 그렇게 가족이 되었다.
강원도에 사는 내 남동생 가족들보다, 우리 옆집이, 우리 윗집이 내가 기쁘고 행복하고 슬픈 일들을 더 많이 안다. 우리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피를 나눈 가족이 아닌, 정을 나눈 가족으로.
이 책은 3층에 사는 유진이, 4층에 사는 총각, 2층에 사는 할머니, 반지하에 사는 영아, 옆 궁전빌라에 사는 청바지 할아버지가 처음에는 어색하고 의심하고 의식적으로 피했던 관계가 차츰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논과 밭이 무성한 시골이 아닌 이상, 그저 그런 대중소도시에 살고 있다면 누구나 느낄 수 있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초등학생 정도라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평이한 소설이지만 어른들이 읽으면 더 여운이 남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