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서랍 - 말, 인생을 원하는 대로 끌고 가는 힘
김종원 지음 / 성안당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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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부터 썼던 내 말이 어렵다, 힘들다, 이상하다, 상황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적은 없었다. 물론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도 있고, 늘 투덜대는 사람도 있다. 그건 말하는 방법의 차이라고만 생각했다. 말과 글이 그 사람을 대신한다고 머리로만 기억하고 있었나보다. 내가 하는 말과 글은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김종원 작가는 그동안 온라인에서 많은 활동을 해왔고, 출간한 책들도 제법 있어서 잘은 몰라도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름이다. 나 역시도 이분의 소식을 받아보고 있다. 꼼꼼하게 다 읽는다고 자부할 수는 없지만, 글이 신중하다, 글이 깨끗하다고 생각해왔던 작가 중 한 분이다.

표지에서 이 책에 대해 분명하게 말해준다.
"말, 인생을 원하는 대로 끌고 가는 힘"이라고.
책은 말에 대해 글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모든 내용은 사람으로 이어진다. 내가 상대를 사랑하는 마음, 관찰하는 마음, 알고자 하는 마음, 궁금한 마음, 존경하는 마음, 싫어하는 마음, 비난하는 마음 등 모든 마음들이 상대에게 하는 말로 이어진다. 나를 사랑하고 내가 좀 더 가치 있는 사람이 되고자 날것이 아닌 신중한 말과 글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총 8부로 나뉘고 6개의 서랍을 설명한다.
1. '말의 서랍' 크기가 인생의 크기를 결정한다.
2. 얄밉고 무례한 사람을 제압하는 '기품의 서랍'
3. 하고 싶은 말을 세련되게 표현하는 '치유의 서랍'
4. 매사에 부정적인 사람을 다루는 '긍정의 서랍'
5. 상처받지 않고 나를 지키는 '자존감의 서랍'
6.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는 '공감의 서랍'
7. 상황과 때에 맞는 언어를 선별하는 '안목의 서랍'
8. 언어 감각을 단련해 '말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법

모든 장에 접어 놓지 않는 파트가 없을 정도로 나에게는 꼭 필요한  내용이었다. 매일 블로그를 쓰고 이웃들에게 댓글을 남기면서, 내 마음을 글로 표현하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내 글이 내가 생각한 만큼 전해졌을까 했던 고민들, 신중하지 못했던 내 글들로 혹시 오해를 사진 않았을까 하는 고민들이 있어서 나에게는 좀 더 도움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이렇게까지 생각해야 하나? 좀 더 편안하게 넘기면 안될까? 생각할 정도로 작가는 말에 대해 신중하다. 그가 지적하고 고친 글을 본문에서 살펴볼 수 있다.

p.71
<포스팅 글>
-비수기라서 손님이 별로 없었어요.
-소고기인데 다가가 사진을 찍으니 하얗게 굳은 기름이 보였어요.
-음식은 많았지만 그나마 연어가 제일 먹을 만했어요.
-본식은 애피타이저보다는 먹을 만했어요.
-일식이라서 간이 강하지 않아 특별한 맛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OO호텔 앞에 있는 바다나 보러 가자고 해서 나왔어요.
-풍경이 너무 좋네요.
-역시 호텔 위치는 좋네요.
-여기가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장소라는데 특별한 것은 없어요.

<작가의 수정>
-비수기라서 손님이 적어 여유롭게 식사했어요.
-음식도 많았고, 연어가 특별히 더 좋았어요.
-본식은 애피타이저보다 더 근사햇어요.
-일식이라서 간이 강하지 않아 건강한 맛이 느껴졌어요.
-OO호텔 앞에 있는 멋진 바다를 보러 가자고 해서 나왔어요.
-풍경이 정말 좋네요
-역시 호텔 위치도 좋네요
-여기가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장소라는데, 그럴 만한 가치가 충분했어요.

작가의 글을 보면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과 따뜻한 배려가 느껴지고, 좋은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 뭐 꼭 그렇게까지 해야해? 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좋은 말이 듣기에도 좋다. 듣기에만 좋은 것이 아니라 그 사람에 대한 인식도 좋아진다. 팩트를 전한다는 미명아래 품격이 떨어지는 말을 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책에서 말에 대한 내용이 아닌 침묵에 대한 내용이 있어 옮겨본다.

<세상에는 말이 필요 없는 순간도 있다>
군대 시절 기억에 남는 사람이 한 명 있다. 그는 참 멋진 동기였다. 모든 부분에서 모범이 되었으니까. 하루는 한 선임이 그에게 '여자 친구와의 첫 키스'에 대해 물었다. 군대에 다녀온 남자라면 대개 비슷한 질문을 받았을 것이다. 나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아마 약간 과장해서 대충 이야기하겠지?'
하지만 그의 대답은 나의 잠든 정신을 깨웠다.

"죄송하지만 그건 둘만의 비밀입니다. 저만 알고 간직하고 싶습니다. 소중한 제 기억을 지켜주시면 좋겠습니다."

군대의 무서움을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그의 대답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인지. 물론 그는 말도 못하게 혼났다. 하지만 끝까지 첫 키스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 그는 대가를 지불해야 했다. 남보다 더 크게 소리쳐야 했고, 미움을 받고 더 열심히 일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모든 대가를 치르고, 결국 지키고 싶은 추억을 지켜냈다.

순간의 즐거움을 위해 추억을 나눌 수도 있었다.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서 소설을 쓸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소중한 추억을 간직한 사람의 풍모는 아닐 것이다. 그는 다른 선택을 했고, 누구보다 찬란하게 빛났다. 말하지 않아서 빛났다.

"말이 우리에게 빛을 줄 때도 있지만, 때론 침묵이 가장 강렬한 빛을 내려준다."(p.218)

이 책은 말에 대한, 글에 대한 작가의 깊은 생각과 넘치는 사랑을 충분히 맛볼 수 있다. '축하합니다' '응원합니다' '기대합니다'라는 글을 입에 달고 살았던 나여서일까, 저자는 진심으로 자신의 마음을 전하라고 한다. 진심은 통한다는 말은, 진심을 제대로 표현한 말은 통한다(p.217)고 설명한다.

"마음에 정성을 다했다면 그 마음을 전달하는 표현에도 정성을 다해야 한다"(p.217)

내가 상대를 생각한다고 표현했던 내 말과 글이, 나는 진심이었다 할지라도 상대가 형식적으로 받아들였다면 내 진심을 표현하는 방법이 부족했을지도 모르겠다. 내 글이 좀 더 따뜻해지길, 내 말이 상대에게 힘이 되길 바란다면 꼭 읽어보길 바란다.

내 말과 글이 조금은 더 진실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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