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설레는 마음
이정현 지음, 살구 그림 / 시드앤피드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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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두근거리고 얼굴이 붉어지고 눈물이 흐르고 손발이 오글거리고 가슴이 따뜻해지는 책을 만났다.

책을 받고 스르륵 넘기면서 예쁜 그림과 짧은 글들로 몇 시간이면 읽을 수 있겠다 싶었다. 막상 책장을 펼치고, 한 장 한 장을 넘기기가 너무 힘이 들었다. 예쁜 그림을 보느라, 글에서 얘기하는 내용이 나의 추억들과 오버랩되어 그 속에서 한참을 맴돌았다.

처음에는 사랑이야기구나, 이럴 때도 있었지.. 별 감흥이 없었다. 나도 사랑하는 가정이 있기에 어릴 적 연애의 감정과 별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가정을 사랑하는 마음이 조금은 잔잔한 그리고 조금 깊은 호수 같다면, 연애 때의 감정은 엔돌핀이 치솟는 흥분과 절망, 드라마틱한 심장박동에 있을 것 같다. 별 감흥이 없던 내 마음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데워지더니, 어느 순간 눈물과 애잔함으로 채워졌다.

요즘은 많은 것을 포기하는 세대라고 하지만, 그 시절, 우리가 힘든 상황 속에서도 놓치지 않으려 했던 사랑이란 감정과 추억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특별할 것 없었던 일상이 한순간에 뜨거워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그랬다.
 
책 표지 디자인이 정말 예뻐서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다.

 

p.27
느긋하되 게으리지 않게 / 바쁘되 산만하지 않게 / 자유롭되 흐트러지지 않게

p.82
처음인 것처럼 사랑해주세요. (...)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처음처럼 사랑하길.

p.101
나는 항상 내 앞의 당신을 존중한다. 노력 없는 삶은 없으니 소중하지 않은 삶도 없다.

p.158
손잡고 걸으면 고개를 돌리게 만드는 네 보폭이 좋았고, 뒤에서 않으면 걱정이 없어지게 하던 네 머리칼의 향이 좋았다. 가슴팍에 너를 품으면 그 앞으로는 너와 걸어가고 싶은 길이 보였다. 나는 그간 너무 바쁜 곳에 살아서, 하늘에 별이 그렇게나 많은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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