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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애의 마음 (리커버)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5년 8월
평점 :
상수와 경애의 궤적은 사랑했던 날들, 떠나보낸 사람, 살면서 숱하게 상처 받았던 날들의 공간으로 다시 돌아가게 한다.
나이에 맞지 않게 사회적 눈치라는 것은 한참 부족하고, 개인적인 친분을 쌓기에도 언젠가 ― 본인은 절대 의도하지 않았지만 ― 뒷통수를 한대 칠 것 같은 어리숙한 상수(실제로 뒷통수를 맞은 사람이 있으니 느낌만은 아닌 듯).
파업에 참여했다가 회사에서 요주의 인물로 낙인 찍혀 눈칫밥 먹으며 조용히 회사에 다니고 있는 비주류 느낌의 경애. 약간은 카리스마 있고 퉁명스러운 느낌을 준다.
회사에서는 형식적인 부서를 만들어 골칫덩어리인 두 사람을 유배시킨다.
친해져 보려는 상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애와 편한 사이가 되는 건 쉽지 않은데, 이야기가 진행되며 두 사람은 몰랐지만 서로 과거 어느 시절의 추억으로 연대하고 있는 관계였다는 것이 드러난다. 전혀 접점이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이 업무적으로, 개인적으로 얽히면서 조금씩 가까워지고 빛바랜 과거의 조각들을 보게 되면서 왠지 모를 안쓰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상수가 자라오며 느낀 결핍, 가족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보며 어쩌면 상수는 어린 시절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야 했기에 어른이 되어서도 아직 마음의 일부분은 어린 시절에 머물고 있는 듯했다. 그런 그가 아버지가 나빴다고 말할 수 있게 됐을 때에야 비로소 마음 속 울타리에 갇혀 있던 어린 상수를 놓아줄 수 있지 않았을까.
상수는 이중 생활을 해오며 정체를 드러내지 않았지만 (비록 시작은 외부 요인이긴 하더라도)자신의 의지로 동굴 밖에 모습을 드러낸다. 더 이상 누구의 뒤에도 숨지 않겠다는 그의 강인한 의지는, 경애로 인한 작용으로 보인다. 경애를 만나고, 경애를 알아가면서, 이전의 떳떳하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탈피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그녀의 앞에 서고 싶은 마음이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은 상수의 성장 소설이기도 하다.
너무 옛날이지만 경애가 그 시절 많이 사랑했고, 동경했던 E. E는 영화를 사랑했고 홍대 감수성을 몇 스푼 뿌린 사람 같지만 겉멋이 들기 보다는 속이 꽉찬 다정한 사람이다. 그런 그를 갑작스럽게 떠나 보내고, 어른이 되어 만난 산주도 얼마간의 상처를 남기고 떠났지만 경애는 그들을 마음 속에서 놓지 못한다. 겉으로는 무뚝뚝하고 툴툴대는 것 같지만 한 번 마음이 가면 그 정이 너무 깊어 떠나 보내지 못하는 사람. 그래서 경애의 마음을 읽으며 위로를 받게 되는 것 같다. 정 때문에 쉬이 놓지 못했던 지난 날의 한 시절이 떠오르면, 상수가 마음을 폐기하지 말라는 위로를 전해준다.
두 사람은 같이 아옹다옹하기도 할 뿐더러 각자의 방향으로 삐걱거리느라 한참을 돌아가는 사이처럼 보이지만, 지금 둘의 모습을 상상한다면 함께 앉아서 도란도란, 하지만 약간은 쓸쓸한 마음을 안고 다정하게 E의 이야기를 나누기도, 그리고 둘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는 모습일 것 같다.
마음을 폐기하지 마세요. 마음은 그렇게 어느 부분을 버릴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우리는 조금 부스러지기는 했지만 파괴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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