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달리기를 즐겨 하지는 않지만, 가끔 마음이 동하면 한번씩 나가서 뛰곤 한다. 힘들긴 하지만, 자연을 눈에 담고 바람을 맞으며 뛰다 보면 기분이 환기되고 몸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운동이다(마음을 잘 안먹는 게 문제긴 하지만).오랜만에 도서관에 가서 신착도서 코너를 둘러보다가 가볍고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인 책이 있어 꺼내들었다. 담백한 표지와 제목이 마음에 들었고, 각 에피소드의 제목이 타자기 감성의 글씨체라 홀린 듯 책을 빌렸다.요즘 러닝이 대세라고는 하지만 평소 달리기 속도나 기록에 별로 욕심이 없는 편이라 책은 빌려와놓고 선뜻 손은 안갔는데 읽기 시작하니 술술 잘 읽혔다. 달리기와 인생 그 사이 어디쯤 있는 에세이 같았다. 달리기를 통해 깨닫는 인생 철학이랄까.신체의 기능이 바닥이었던 저자는 어느 날 체력을 길러보고자, 코로나로 무료해진 일상을 달래보고자 달리기를 시작한다. “보이지 않는 바벨을 어깨에 얹고 사는 것만 같았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이미 나는 빠져들었다. 맨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 2km를 뛰고 죽을 듯이 힘들었던 그는 “오랜만에 느껴본 그 불쾌한 기분, 그 낯선 기분이 나를 끌어당겼던 것 같다.”고 말한다. 10km를 뛸 체력이 생기면서부터 달리면서 떠오른 생각을 글로 기록하기 시작했고 서울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하기까지의 기록이다.나도 비록 러닝은 아니지만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는데 운동이라는 것이 결국 자신의 한계를 경험하고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점에서 닮아있기 때문에 책을 읽으며 많은 부분이 공감됐다. 특히 러닝은 긴 호흡으로 하는 운동이다보니 자신의 체력을 잘 안배해서 본인의 페이스에 맞게 달리는 것이 중요한데 인생과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이든 달리기든 타인과 비교하기 보다는 나에게 집중하고 나의 상태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책에서 저자가 말한 대로 매일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매일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자존감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점에서 기승전운동을 다짐하게 되는 책이다.이 책은 러닝의 기술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누구든 손에 잡으면 부담없이 읽어볼 수 있는 이 가벼운 책처럼 누구든 가벼운 달리기에 도전해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달리기에 관심 없더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니 기회되면 한번 읽어보는 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