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1928년 콜롬비아 북부 작은 마을 아라카타카에서 태어났다. 1940년대는 남아메리카의 많은 나라들이 폭력과 혁명으로 난리였다. 콜롬비아도 마찬가지다. 마르케스는 이러한 때에 기자생활을 시작했고(1947년), 곧 유럽과 미국 주재 특파원으로 콜롬비아를 떠나 있게 된다. 이후 1950년대에 조국의 부패와 장기 집권 등을 비판하는 글을 쓰면서 한동안 콜롬비아로 돌아가지 못하고 유럽과 멕시코를 전전하게 된다. 

 

1967년에 내 놓은 "백년 동안의 고독"은 그의 대표작이다. 그의 소설은 남미의 마술적 사실주의의 진수를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명성을 얻게 되고 198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다.

 

 

 그의 작품 중 단 한권을 읽는다면, "백년 동안의 고독"이 정답이다. 서른 아홉의 나이에 내 놓은 소설이라니... 천재에게 나이가 무슨 상관일까 싶긴 하다.

나는 문학사상사에서 출간된 안정효 씨 번역(영어 번역본을 번역한 것)으로 읽었다. 1990년대 초에 읽었는데, 2005년에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민음사에서는 스페인어 번역가 조구호 씨가 번역하여 2000년에 "백년의 고독"이라는 제목으로 나왔다.

 

 

마술적 사실주의(Magical Realism)라는 것은 남미 문학, 그 중에서도 마르케스 작품에 잘 나타나는 표현 방법이다. 굉장히 사실적이긴한데, 어떻게 보면 허구같은 것이다.  이 소설의 배경인 가상의 마을 '마콘도'에서는, 굉장히 차가운데 손을 대면 불같이 뜨거운 물건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그런 게 있을 수 있나? 얼음이다. 뭐 이건 간단한 예에 불과하지만. 어느 마을에 30일동안 비가 내린다. 이건 있을 수 있는 일일까? -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 책은 몇 대에 걸친 가족의 이야기다. 좀 길지만,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소설이 아직 죽지 않았음을 말할 때 자주 거론되는 책이다.

 

 

  "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사랑'에 대한 소설이다. 미국에서는 발렌타인 시즌마다 '불멸의 사랑'을 다룬 추천작으로 이 책이 거론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게 진짜 사랑일까? 51년 9개월 4일을 기다리고 또 기다려 53년 7월 11일 만에 이룬 사랑이다. 비교가 될 만한지 모르겠지만, "위대한 개츠비"같은 사랑 얘기와는 아예 스케일부터가 다른 사랑이다.

마르케스의 소설 중 가장 흥미진진하다는 사람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좀 지루했다. 분량도 상당한데다가, 마지막 장면이 감동적이라는 말 때문에, 그것만 기대하다보니 중간 과정을 읽는 게 더욱 버거웠다.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의 소재가 되는 사건은 실제로 마르께스가 체험한 것이고(작가는 30년 이상이나 이 사건을 소설로 쓰려고 기다렸다), 오늘 이 땅 위에서도 자행되고 있는 '명예살인'에 관한 것이다. '집단적 책임'과 '정당한 폭력'의 문제, 그리고 '숙명주의'인가 '불운한 우연'인가의 문제를 생각하게 하는 일이다. 1980년대 초반에 쓰여진 작품이지만, 우리말로 번역된 건 좀 늦다.

 

마을에 결혼식이 있어 온 마을 사람들이 밤새 술을 마신다. 새벽녘에 그 결혼식에 문제가 생겼고, 날이 밝기 전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부검 결과 '전면에서 두 번에 걸쳐 깊이 찔리는 바람에 간이 거의 잘렸'고, '위는 네 군데를 찔렸'고, '그 가운데 하나는 몹시 깊이 찔려 위를 완전히 꿰뚫고 나가 췌장까지 파괴해 버렸'(p.96)을 정도의 끔찍한 살인이다. 살인을 강행한 쌍둥이는 피로감과 '평생 다시는 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확신', 그리고 실제로 '열한 달 동안 깨어 있었(p.102)'다는, 믿을 수 밖에 없는 사실을 체험했지만, 어떠한 복수도 없었고, 3년 후 사면된다. 이 사건의 최대 희생자는 '불쌍한 바야르도' 한 사람인데, 그를 동정하는 건 과연 옳은 것일까?  
 


 

  2004년 10월 26일, 마르케스가 십 년 만에 새 작품을 선보인다고 하여 라틴 아메리카(를 비롯한 전 세계)가 들썩였다. “공식적으로 배포되기 일주일 전에 최종 교정본을 복사한 해적판이 보고타 시내에 출연했고”, 라틴 아메리카에서 확고부동하게 1위를 차지하고 있던 "다빈치 코드"를 순식간에 밀어냈다는 소설이다. 아흔 살 생일을 맞이한 주인공과 그가 기억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이다.

 

아흔이라는 나이는 어떤 것일까. 늙는다는 것은 “우리가 마음속으로 느끼지는 못하지만, 바깥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보는 것”이라 한다. 주인공은 “우리를 용도폐기된 존재로 여기는 젊은 여자 친구들이 도발적인 말과 행동을 거리낌 없이 하게 되는 것”(p62)이라 생각한다. 그런 아흔의 할아버지가 열 넷의 순진한 소녀를 바라보며 사랑에 빠진다. 불 같은 질투도 느끼고, 흥분하여 이성을 잃기도 한다. 마르께스는 늘 이런 식이지. 이번에도 비교해서 뭣하지만, "은교" 의 사랑과는 스케일이 다르다. 

 

 

마르케스의 장편 소설들이 너무 힘들다면, 단편을 권한다. 정말 재미있다.

 

"꿈을 빌려드립니다"는 오래 전에 나온 "사람이 살았던 시대"라는 제목의 책의 개정판(?)이다. 개인적으로는, “눈 속에 흘린 피의 흔적” “난 전화를 걸려고 온 것뿐이에요” “물에 빠져 죽은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남자”가 재밌다. 나머지 중에는 사실 그 여운이 너무 엄청나서 이해가 안 가는 작품도 있다.

 

 

 

 

그 외에 "인질" "사랑과 다른 악마들" "칠레의 모든 기록" "납치 일기" , 그리고 작가의 자서전 "이야기하기 위해 살다"등이 국내 출간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