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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행동경제학을 만나다 -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브랜드의 비밀
곽준식 지음 / 갈매나무 / 201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 인간은 자기가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현실 밖에 보지 않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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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 가면 너무나도 다양한 제품 종류에 압도당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가격, 맛, 품질, 중량, 성분, 디자인, 브랜드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그 외에도 세일 상품, 1+1 제품, '100% 국산', '원조', '친환경', '프리미엄' 등 너무나 다양한 선택사항들 앞에서, 구매 전 생각했던 선택기준은 온데간데 없고, 비교하면 비교할 수록, 더 많은 제품을 보면 볼수록, 나의 선택기준은 변동되고 혼돈에 빠지게 됩니다. 결국은 직원을 불러 이렇게 묻습니다. "이 마트에서 제일 잘 나가는게 뭔가요?"
모두들 이런 경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 비해 특정 카테고리 내의 선택 가능한 제품의 종류가 대폭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이 고려해야 하는 구매옵션의 종류는 많아진 반면, 각 제품 차별화의 간격은 줄어들었습니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느끼는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와 신뢰도가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브랜드 파워가 약해진 것이죠. 소비자들은 기업 주도의 일방적인 메시지에 피로감과 상업적 의도에 대한 불신감을 느기는 것이겠죠. 또 과거 구매의사결정에 있어 한 번 오류를 경험한 소비자들은 이러한 휴리스틱을 수정하려는 강력한 동기를 부여받는다고 합니다.
소비자들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구매의사결정에 새로운 휴리스틱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뭐든지 검색하고, 비교하고 분석하는 소위 '똑똑한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마크 얼스는 그의 저서 <허드(Herd)>에서 '인간은 기존에 알려졌던 것과 달리 스스로 판단해서 주체적으로 의사결정하기보다 무의식적으로 타인을 의식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끊임없이 영향을 받는 존재이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사회적으로 진화된 생존전략의 하나로 인간은 타인의 행동을 모방함으로써 집단에 동화되려는 본능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인간의 사회적 특성을 잘 활용한 것이 소셜 미디어입니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90%의 조사대상자가 Facebook 친구들의 추천을 신뢰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소비자들의 구매의사결정에 있어 지인이나 집단 구성원의 선택이 나의 선택에도 영향을 미치며, 그들에 대한 신뢰가 그들이 추천한 제품 및 서비스의 신뢰로 연계되는 경향으로 소비패턴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제 기업은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브랜드가 치열한 경쟁 가운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비밀이 있습니다.

<브랜드, 행동경제학을 만나다>에서 저자는 소비자들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선택이라고 믿고 구매하는 행동들에는 사실상 많은 오류와 비합리적인 판단들이 존재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소비자의 다양하고 복잡한 심리적 행동 패턴들을 사례로 들면서, 우리가 많은 경우에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시스템2'를 따르기 보다는 감성적이고 직관적인 판단을 하는 '시스템1'의 휴리스틱을 따라 행동한다고 설명합니다. 그리하여, 소비자들의 구매 휴리스틱과 심리를 이해하는 것이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브랜드의 전략을 세울 수 있는 비밀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많은 경우에, '이러이러한 특징이 있기 때문에 이 브랜드가 좋아'가 아니라 '나는 이 브랜드가 좋은데, 이러이러한 특징이 있기 때문에 좋은게 분명해'라고 자신의 선택의 정당함을 입증하기 위한 자기 합리화를 한다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비싸니까 당연히 더 좋을 것이다'라고 생각한다든지, 같은 가격인데 고급커피를 선택한다거나, 평판이 좋은 연예인이 선전했던 제품광고를 떠올리며 제품에도 동일한 긍정적 이미지를 연상한다는 것입니다. '뉴', '프리미엄', '유기농' 등의 '감정의 꼬리표'에 소비자들이 더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감정 휴리스틱이 일어나는 '시스템1'의 효과입니다. 저자는 이러한 감정 휴리스틱을 잘 활용한 기업의 브랜드 전략 사례를 보여주며 긍정적인 브랜드 평가를 유도할 좋은 방법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기업들이 너도나도 이런 휴리스틱을 '잘'(때론 '교묘하게') 활용할 수록 소비자들은 더 피곤해지는 것 같습니다. 소비자 vs 마케터의 전쟁이라도 난 듯, 소비자의 심리, 행동, 소비패턴 등 데이터가 될 수 있는 것은 모조리 수집하고 분석한 뒤, 틈새를 파고드는 전략으로 어떻게든 소비자의 마음에 포지셔닝하려는 브랜드에 대항해 어떤 외부적 환경에도 흔들리지 않고 똑똑한 소비를 다짐하며 여기저기 제품 후기와 추천 등의 정보를 모으려고 스마트폰 세상 속에서 살고 있는 소비자. 이런 똑똑한 소비자의 쉽게 열리지 않는 지갑을 열기 위해 더 과장되고 자극적인(?) 신제품(또는 비슷한데 겉옷만 갈아입은)들이 출시되는 제품 마케팅. 모든 것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업이 진정으로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려면, 기업의 마음부터 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범용화된 제품 홍수 속에서 소비자의 브랜드 충성도와 신뢰도는 점점 감소되는 추세입니다. 그러나, 그 말은 곧 소비자들은 그럴수록 신뢰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제품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기업의 브랜드 전략도 달라져야 할 것입니다. 본문에서 사례를 든 컴퓨터 회사 델은 고객의 불만을 진심으로 귀기울이면서 최악의 기업에서 최고의 기업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살 수 있었습니다. 또한 Authenticity 가 중요한 가치로 등장하게 되면서 '구체적 진실'('100% 국산콩', '유기농', '100년의 역사', '알프스 물' 등)이 제품의 신뢰도에 크게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런 Brand Authenticity를 소비자에게 어떻게 감성적으로 어필하는가가 기업이 고민해야할 숙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브랜드, 행동경제학을 만나다>는 행동경제학의 측면에서 소비자를 분석하고 기업에게 브랜드 전략을 제시한 책입니다. 행동경제학자의 구루,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을 읽고는 싶지만, 방대한 양이나 학문적 깊이에 있어 부담스럽게 느껴지시는 분, 기업에서 과연 행동경제학을 어떻게 응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셨던 분, 브랜딩이과 마케팅을 공부하고 계신 분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위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소비자의 입장에서 읽어도 흥미로울 것입니다. 이 책을 읽고나면 자신의 소비 패턴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아마도 제품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져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챕터별로 재밌는 사례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어서 부담없이 챕터별로 골라 읽을 수 있어서 좋군요.
* 본 서평은 커뮤니티 <기획과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의 서평 이벤트 당첨으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