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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시인에게 주는 충고


마음 속의 풀리지 않는 모든 문제들에 대해

인내를 가지라.

문제 그 자체를 사랑하라.

지금 당장 해답을 얻으려 하지 말라.

그건 지금 당장 주어질 순 없으니까.

중요한 건

모든 것을 살아 보는 일이다.

지금 그 문제들을 살라.

그러면 언젠가 먼 미래에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삶이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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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번역 비평_최고 번역본을 찾아서 (1)공자의 論語
<동양고전연구회>와 <유교문화연구소> 역본 최다 추천

2005년 05월 31일   이은혜 기자 이메일 보내기

믿고 읽을 만한 번역본을 선별해주는 것이 전문가들에게주어진 과제 중의 과제이다. 특히 공자의 論語는 1백종이 넘는 번역본이 있어 일반인이 고르기가 쉽지 않다. 논어는 번역의 역사가 깊고 그 수준도 다른 고전들에 비해 높은 편이다. 이강재 서울대 교수는 “이제 논어번역은 원문의 충실성은 기본이고, 얼마나 자기 것으로 소화해서 전달하느냐에 달려있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대학생 수준에서 읽기 좋은 논어 번역본을 추천해달라”며 관련 전공 교수 30명에게 설문조사를 했다.


논어 번역은 연구사를 얼마나 섭렵했느냐, 주희의 역주가 있느냐 없느냐, 창조적 번역의 정도에 있어서 지나치는 면은 없는지, 본문을 잘 이해할 수 있는 해제가 있는지 등을 골고루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 설문 응답자들은 각각의 책들이 이 중 한두가지를 만족할 뿐, 완벽한 번역본은 아직 없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번 설문에서는 동양연구회가 번역한 ‘논어’와 유교문화연구소가 번역한 ‘논어’가 각각 6명의 추천을 받아 가장 신뢰할만한 번역본으로 드러났다. 


둘다 올해 출간된 것으로 여러 연구자들이 장기간에 걸쳐 공동번역한 것이며, 현대어로 재번역하는 데 중점을 뒀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동양고전연구회가 옮긴 것은 유건종 교수를 중심으로 고려대 출신 학자들의 작업으로 “고어적 표현이나 어색한 표현을 많이 완화시켰다”, “교양적 수준에서 쉽게 읽힌다”, “기존 번역본들이 지닌 장점을 두루 참조해 오역이 최소화했다”, “현대 사상가들의 주석을 참조해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등의 의견이 있었다. 이 번역본은 9명의 연구자들이 격주 토요일마다 모여 강독하고 옮긴 지 9년여 만에 내놓은 결과물로 전문성에 있어서도 그 수준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추천자들은 말한다.

9년의 되씹음 거쳐 성과 얻었다
유교문화연구소가 옮긴 책은 논어의 ‘언해본’을 바탕으로 작업했는데 가장 정통적인 번역으로 꼽힌다. 이 책은 “기본으로 돌아가자”라는 모토를 내걸었는데, 공동번역자들은  일제 때 단절된 조선시대 경전읽기로 다시 돌아가는 마음으로 원전의 고전적 맛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추천 교수들은 “현대적인 표현으로 고쳤으면서도 한문도 적절히 써 고전의 장중한 맛이 살아있다”, “읽기 쉽다” 등을 추천의 이유로 꼽았다. 특히 동양고전을 한 단계 더 들어가서 보고 싶다는 학생들에게 적극 추천된다.


그 다음 총 5명이 추천한 김학주 서울대 명예교수의 번역은 老 대가다운 면모를 여실히 발휘하고 있다. 김학주 교수는 1970년대부터 동양고전을 선두에서 번역하면서 고전부흥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활약했다. 김 교수는 현직에서 퇴직한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예전의 번역본들을 꼼꼼히 재검토한 전면 개정판을 계속 내놓고 있어 주목을 끈 바 있다. “쉽게 풀어 썼으면서도 전문가들끼리의 논쟁거리를 충분히 던져준다”, “이만큼 탁월한 해제를 보기 어렵다”라는 게 교수들의 평이다. “번역에 있어서 학자적 양심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책”이란 말이 따라다니는데, 이미 관용어처럼 굳어져서 형식적으로 해석하고 넘어갈 수 있는 어구들도 더욱더 정확히 풀이해놓았기 때문. 


이기동 성균관대 교수의 번역작업도 많은 추천을 받았다. 이 교수는 ‘논어강설’ 외에도 ‘대학·중용 강설’, ‘노자’, ‘장자’, ‘맹자강설’ 등 수권의 동양고전을 섭렵해 역해서를 내놓고 있어 일가를 이루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의 역본이 네 명으로부터 추천을 받았는데, 이유는 무엇보다 “역자해설에서 본문의 내용을 주변의 현상과 견주면서 풀이하고 있어 이해를 쉽게 돕는다”라는 것인데, 이는 전문성이 탁월하기에 가능했다는 평들이다. 현대어로 번역된 건 물론이다.

참신함과 날카로움-배병삼·황희경
김학주·이기동 교수의 번역은 주희의 주석을 중심으로 해석을 했기 때문에 “공자보다는 주희의 시각을 보여준다”는 의견도 많았는데, 이는 한편으로는 정통적인 흐름 속에서의 논어를 익힐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지만, 늘 듣던 얘기인지라 깊이 음미하지 않으면 자칫 고루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도련 교수가 번역한 ‘논어-주주금석’은 주자의 영향에서 탈피해서 논어를 보려는 가장 선구적인 시도이다. “문맥을 정확히 살피는 데 중점을 두고 자구 하나하나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경박하게 주희를 다 쳐내지 않으면서, 정약용의 조선적 글읽기를 참조해 잘 번역했다”는 추천을 받았다.


황희경 교수의 번역은 3명에게 추천받았는데, 그의 번역은 “새로운 시각, 날카로운 해석, 장중한 사상적 깊이”로 특징지을 수 있다. 노신, 김근목, 이택후 등 중국 현대사상가들의 논어 주석을 소개한다는 점에서 참신하다는 것.

그리고 앞의 문맥들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면서 중간중간 “번역자의 사상이 번득인다”라는 게 추천자들의 공통적 의견이다. 


배병삼 교수의 번역은 ‘튀는 번역’이라고 해 정통유학파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이지만, 오역 없이 원전과 주석을 널리 활용해서 잘 번역했다는 추천을 3명에게 받았다. 무엇보다 한글세대를 위해 완전히 한글로 번역했다는 점, 또한 사회과학자로서의 안목을 곁들였다는 평이다. “오늘날의 문제의식과 잘 연결되도록 논어를 해석했다”라고 전문가들은 견해를 밝힌다. 김형찬 교수의 번역 또한 3표를 얻었다. 그는 기자 출신이면서 동양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의외로 많은 교수들이 추천하고 싶은 번역본이라고 밝혔다. “문장이 고답적이지 않고 일상적인 친근감이 있다”, “젊은 감각에 맞는 언어를 선택했다”라는 게 추천의 변이다.

성백효 번역본-극과 극의 평가
사실 전문가들에게 가장 많이 읽히는 건 성백효 역이다. 주희의 주를 가장 먼저 한글로 번역했고, 문법에 따라서 교과서처럼 정확하게 옮겼기 때문이다. 이번 선정작업에서도 7명 정도가 다른 책을 추천하면서도, 말꼬리에서 성백효 번역이 “가장 정확하고 해제, 주석, 원문, 번역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고어투가 너무나 많다”라는 우려를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이 번역본을 갖고 학부생에게 강의해본 여러 교수들은 이번 추천의 변에서 “성백효 역을 대부분 학생들이 어려워 한다”라고 말했는데, 만약 논어도 읽고 한문도 정식으로 배우기 위한 것이라면 이 책이 괜찮다는 의견도 3건이나 있었다.


그 외에 박기봉 교수 번역도 2명에게 추천됐는데 “완역이 아니고, 직역도 아니지만 책이 작고 맹자도 함께 언급하고 있어서 학생들이 가지고 다니며 편하게 읽기에 좋다”라는 게 추천의 이유다. 그 외에 단수 추천된 책으로는 이을호 역, 황갑연 역, 윤재근 역, 김종무 역, 남희근 역, 이우재 역(이상 교수) 등이 있었다.


추천자들은 학자들이 자신의 인생을 배경으로 해서 논어를 읽은 에세이 류를 추천하기도 했는데, 삶 속에 반추된 논어야 말로 ‘진짜배기’ 아니겠냐는 것이다. 이 쪽으로는 남희근·이우재·안병욱 교수 등의 책이 읽어볼 만하다고 추천되었다.


이번 취재결과 또한 “번역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된 역본들도 있었다. 공자의 논어 자체를 현대적으로 번역시도한 경우 자의적인 해석이 많아도 이에 대해서 쉽게 비판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원본과 대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서집주를 번역한 경우는 원본과 곧바로 대조되기에 명백하게 오류들이 드러난다. 김동길·허호구 교수 역은 “다산의 논어고금주를 번역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오역들이 너무 눈에 많이 띈다”라는 지적을 받았다. 정후수 교수가 옮긴 ‘주희가 집주한 논어’(장락 刊, 2000) 역시 “명백한 오역들이 많다”라는 비판을 받았다.  류종목 교수가 옮긴 ‘논어의 문법적 이해’(문학과지성사 刊, 2000)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지만, 여러모로 자의적이고 무리한 해석이 많다”라는 평을 얻었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추천교수 명단
곽신환 숭실대(한국유가철학), 권정안 공주대(동양철학), 김기현 전남대(동양철학), 김병채 한양대(중국철학), 김영호 영산대(유교철학), 남상호 강원대(중국철학), 박경환 한국국학진흥원(동양철학), 배병삼 영산대(정치사상), 송석준 공주대(한국철학), 송인창 대전대(동양철학), 안재순 강원대(동양철학), 이강재 서울대(중국어사), 이동희 계명대(한국유가철학), 이봉규 인하대(동양철학), 이상익 영산대(유교철학), 이상훈 단국대(유교철학), 이애희 강원대(동양철학), 이천승 성균관대(한국유가철학), 임종욱 청주대(국문학), 장숙필 고려대(한국유가철학), 장현근 용인대(동양정치사상), 정상봉 건국대(동양철학), 조광호 영산대(정치사상), 조남호 국제평화대학원대(동양철학), 지준호 성균관대(중국철학), 최영진 성균관대(한국철학), 최영찬 전북대(중국철학), 홍원식 계명대(동양철학), 황준연 전북대(동양철학), 황희경 영산대(중국철학), 이상 총30명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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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05-06-0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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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의 역사_ 공자의 논어
"삶의 문법으로 번역하길 바라며"

2005년 05월 31일   전호근 경기대 이메일 보내기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내용으로 가득차 있는 ‘논어’이지만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논어를 번역하는 일이 오히려 난해한 문헌을 번역하는 것보다 어렵다. 논어에 관한한 최고의 주석가라고 할 만한 주희의 경우도 자신의 ‘논어집주’에서 “어떤 것이 옳은지 모르겠다(未知孰是)”라는 문구를 여러 차례 삽입해 스스로 텍스트의 내용을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하물며 주석과는 달리 완전한 번역어를 제시해야 하는 번역의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다.


현재 논어의 우리말 번역서는 시판되고 있는 것만 1백60여종에 이르고 있으며 절판된 책까지 모두 합치면 3백종이 넘는다. 어떤 동양고전보다 많은 양이다. 하지만 수많은 동양고전 가운데서 논어가 가진 특별한 지위를 감안한다면 그리 많은 양이라 할 수 없다.


우리 나라에서 논어 번역의 역사는 16세기의 ‘논어언해’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지만 근대적인 의미에서 최초의 번역은 1909년 최남선이 간행한 종합잡지 ‘소년’ 9호~12호까지 실렸던 ‘소년논어’라 할 수 있다. ‘소년논어’는 비록 완역은 아니지만 원문의 내용을 우리말로 옮기는 수준에 그친 것이 아니라, 원문의 신성성을 떨쳐버리고 주체적인 의미의 번역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소년논어’는 단순히 한문 문자를 우리말로 번역하는 선에 그치지 않고 삶의 문맥을 활용해 번역했을 뿐만 아니라 대중어를 이용해 번역했다는 점에서 깜짝 놀랄 만큼 생동감이 뛰어나다. 완역이 되지 못하고 팔일편 첫부분에서 중단되고 만 것은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최남선 이후 지금까지의 논어 번역사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으로는 1974년 박영사에서 문고판으로 간행한 이을호가 옮긴 ‘한글 논어’를 들 수 있다. 이을호 역은 원문에 얽매이지 않고 과감하게 우리의 일상언어로 바꾸어 번역했는데, 자연스러운 대화체를 사용함으로써 마치 공자의 육성을 직접 듣는 것처럼 생동감 있게 번역했을 뿐만 아니라 간결 명료한 번역으로 원문과의 대칭적 구조까지 살렸다는 점에서 절묘한 번역이라 할 만하다.


또 이을호 역은 삶의 문법이 분명히 보이는 번역으로 당시 65세, 막 정년을 앞둔 노학자의 치열한 학문역정을 엿볼 수 있을뿐더러 번역을 통해 권위를 굴레를 벗고 일상 속으로 다가오는 공자의 모습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앞으로 논어를 번역할 이들이 반드시 참고해야 할 탁월한 번역이라 할 수 있다.


1990년대 이후 간행된 1백여종에 가까운 논어번역서 가운데에도 훌륭한 것이 많다. 이 시기의 논어 번역서는 주희나 정약용 등 전통 주석가들의 견해를 번역의 근거로 제시하는 한편 현대 학자들의 견해까지 반영하여 번역하고 있다.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논어 원문에 없는 부분까지 독자들의 이해를 위해 부기하고 있는 점, 기존의 번역서에서 해결하지 못한 난해처를 많은 부분 해결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기존의 논어 번역보다 한결 심층적인 번역물이 간행되었다.


예컨대 1998년 동녘에서 간행한 한필훈 번역의 ‘한글로 읽는 논어-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하나의 사례로 들 수 있다.


이 책은 논어 본문만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나올 경우에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본문 앞부분에 당시 공자가 그런 말을 하게 된 배경을 간단하게 기술하면서 본문으로 이어지게 편집해서 쉽게 읽히는 논어로 청소년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또 1999년 홍익출판사에서 간행한 김형찬역 ‘논어’는 표현하기 까다로운 특수 용어를 우리말로 적절하게 번역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자로편 21장의 ‘狂者’를 ‘꿈이 큰 사람’으로 번역함으로써 기존의 번역서가 모호하게 처리하고 넘어간 난해처를 분명하고 적절하게 해결하고 있다.


아울러 2000년 시공사에서 간행한 황희경 번역의 ‘논어-삶에 집착하는 사람과 함께하는’의 경우는 학이편 4장을 학이편 1장의 내용으로 해설한 내용, 팔일편 24장에 나오는 의봉인과 공자의 만남을 몽타주 기법으로 해설한 내용 등에서 기존의 논어 번역을 넘어서는 참신함이 엿보인다.


우리는 공자가 논어를 읽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자주 망각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공자가 아니라 논어텍스트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성인으로서의 공자를 가정하고 일상 속의 인간들에게 당신들의 삶은 잘못됐으니 이처럼 비범한 말을 가르침으로 받아들이라는 일방적 훈계로 일관된 번역과 해설을 붙여왔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고전 읽기는 우리의 일상을 얕보는 천박한 사고를 부추겨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현실의 모순을 은폐하고 안락한 도피처를 찾아 떠나게 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고전을 해체하고 우리의 일상 속으로 끌어들이는 길만이 참된 의미에서 우리의 고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삶의 문법으로 번역한 논어를 기다리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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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05-05-3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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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역 없이 集解까지 종합적으로 갖춘 '이광호 번역본' 압도적 추천
고전번역 비평 최고 번역본을 찾아서_(2)주희의 근사록

2005년 06월 14일   이은혜 기자 이메일 보내기

송대 여러 사상가들의 이야기를 엮어놓은 ‘근사록’은 사서집주에 비해 널리 알려지지도 않았고 내용도 어렵지만, 여러 대학에서 ‘대학생들이 읽어야 할 고전’으로 추천되고 있다. 근대 이후 국내에서 번역출간된 근사록 번역본은 총 14종이며,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번역본은 10종에 내외이다. 그러나 관련 전공 교수·강사 20인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몇몇 번역본을 제외하고 시중 유통본의 50% 이상이 전문가들의 신뢰를 전혀 얻지 못하고 있다.

이기동 本, 대학생 수준에서 읽기 좋아
근사록 번역은 우선 얼마나 사상을 깊이 흡수하고 내용을 충실히 번역했는가, 오역은 없는가, 엽채의 집해가 함께 번역되었는가, 현대어로 번역을 했는가 등을 중심으로 번역의 장단점이 가려지고 있다. 이번 설문에서 대부분 전문가들은 이광호 연세대 교수의 번역을 가장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자 중 14명이 이를 추천했다. “가장 정확하게 번역해서, 오역이 거의 없다”, “송대 철학의 뼈대를 잘 드러냈다”, “기존 번역본들의 오류와 단점들을 대부분 수정했다”, “근사록은 원문만 보면 이해할 수 없는데, 성백효 역과 함께 집해 번역이 함께 실려 있는 본이다”, “구마다 해설을 붙여놓아 이해에 도움을 준다”, “한문투로 번역하지 않고 우리말답게 번역하려 노력했다” 등의 의견이 주를 이뤘다.


퇴계학을 전공한 이광호 교수의 번역은 무엇보다 사상적으로 근사록을 이해하는 수준이 ‘심도있다’는 것이다. 이 번역본은 10년의 세월을 묵혀 나온 결과물인데, 오류를 줄이기 위해 한 학기 동안 대학원에서 강독하고, 수업보고서의 의견을 토대로 수정하는 작업도 거쳤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글의 맥락과 뜻을 밝히기 위해 상세한 주석을 달았다는 점이다. 사실 이광호 교수의 주석에 대한 전문가들 의견은 좀 갈리는 편이다. “역자의 관점이 드러나는 주석은 아니다”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사록에 대한 주석이 별로 없는 현 시점에서, 이는 대학생이나 일반 교양인들이 근사록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원문이 같이 실려 있고, 책 뒷부분에 주요 용어 해설과 진영첩의 영역본 ‘Reflections on Things at Hand’를 편역해서 실었다는 점 역시 이광호 번역의 미덕으로 꼽힌다.


이기동 성균관대 교수의 번역본은 8명의 추천을 받았다. “현대어적 번역”,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번역으로 정평이 나 있는 이 교수는 근사록 번역에서도 그러한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오역이 거의 없다”, “원문에 토를 다는 방식이 아니라, 쉽게 읽힌다”, “현대의 주자학 연구가 반영됐다”, “역자의 자득에 의한 해설이 자세히 달려 있다” 등이 이기동 번역에 대한 추천사들이다. 특히 이기동 역을 꼽은 이들은 “이광호 역은 대학생들이 접근하기에 다소 어려운 측면이 있는 반면, 이기동 역은 대학생 수준에 안성맞춤이다”라고 말한다. 즉 대학원생 이상의 전문가 수준에서야 이광호 번역이 가장 낫겠지만, 학부생들은 아직 소화하기에 어렵다는 것. 이기동 번역은 이 교수 혼자의 작업만은 아닌, 10명의 박사과정생들과 정기적인 독해를 거쳐 나온 것이다.


이기동 번역의 단점들도 지적됐다. 일단 원문이 없다는 점은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 또 “이 교수가 비유를 들어가며 해석하는 부분이 자의적”이라며, “비유로 고전을 해석하는 방식은 자칫 시간이 지날수록 그 원래의 의미를 상실케 할 수 있다”라는 견해도 있었다.


이광호, 이기동 역 다음으로 추천된 것은 故 정영호 서울대 교수의 번역본이다. 두명에게 추천을 받았다. 정영호 번역은 1990년대에 가장 처음 나온 번역본으로, 이학박사(식물학)의 연구결과라는 점이 눈에 띄는데 이는 번역상의 어투로 연결되고 있다.


제목번역이 그러한데, 이를테면 ‘道體類’편은 ‘우주의 도, 자연의 도’로, ‘僞學類’편은 ‘학문을 연마하는 요체’로, ‘致知’편은 ‘마음을 보존하는 길’등으로 풀어 썼다. 물론 본문은 여전히 고투체라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정영호 번역은 최근 오류를 수정하고, 활자체를 좀더 확대했으며, 의역투를 좀더 가미해 개정판이 나왔다.

박일봉 역, 추천과 비판 동시에 받아
1990년대에 전공자들 가운데서도 가장 많이 읽혔던 번역본인 박일봉 번역은 상반되는 의견들이 동시에 제출된 번역본이다. 일단 이를 추천한 교수들은 “주석이 이해하기에 좋도록 풀이돼있다”, “주자학 연구가 반영돼 있다”라는 견해를 내비친다. 그러나 박일봉 번역은 일본어판 중역본이라는 점이 약점으로 작용한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역자가 근사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번역의 출처를 제대로 밝혀놓지 않았다”, “중역의 문제가 있다” 등을 단점으로 꼽고 있다.


각각 한명에게 추천을 받은 것은 성백효 번역과 이범학 국민대 교수의 번역이다. 성백효 역은 주해도 번역이 되어 있고, 또 한학자로서 워낙 정평이 나있기는 하지만, “대학생들이 이해하기에는 어렵다”라는 게 난점으로 꼽혔다. 그러나 “고전의 맛을 그대로 느끼고 싶다면” 혹은 “한문을 잘 아는 학생의 경우라면” 성백효 번역을 권하고 싶다는 것이 몇몇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범학 번역은 역사학자의 산물이란 점이 가장 독특하다. 사실 근사록은 철학전공자들이 대부분 번역해왔는데, 이범학 교수는 철학자들의 관점은 한계가 있다며 근 8년동안 번역작업에 몰두해왔다. 6백개가 넘는 모든 조문에 제목을 단 것이 눈에 띈다. 저자가 현대사회에 맞도록 배려한 점이다. 또한 당시의 시대적, 역사적 배경들을 주석에서 설명해 근사록의 이해를 돕고 있다. 한문문장도 최대한 의역했다. 그러나 타전공자인 만큼 아직 학계의 평가가 나오고 있진 않다.


취재 결과 몇몇은 “문제점이 있는 역본이다”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박일봉 번역, 성원경 번역처럼, “오역이 많다”라는 게 그 이유다. 사실 성원경 번역은 을유문화사에서 출간된 이민수 번역본과 함께 “난해한 학술용어나 구절들을 성의껏 역주했다”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오역의 문제는 이런 장점을 무색케 한다.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번역본이 아니라면 차라리 근사록을 읽지 않는 것이 낫다”라고 말할 정도다.  


취재중 대부분 교수들은 “근사록이 대학생 고전목록에 올랐지만, 이해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뽑아놓은 경구들이 단편적이고, 맥락이 분명치 않은 경우가 많고, 교훈을 담고 있는 잠언들은 매우 섬세하고, 까다롭고도 낯설다라는 것이다. 퇴계는 자신의 제자들에게 근사록을 두고 “주역의 설을 인용한 것이 많아 의리가 정밀하고 깊어 초학자들이 갑자기 이해하기 어려우므로, 배우는 자에게 먼저 가르치지 않는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런 난점 때문에 전문가들은 하나의 노하우를 알려주는데, 뒷부분부터 읽으라는 것이다. 앞부분은 성리학의 존재론 또는 우주론이 나와 형이상학의 극치를 설명해에 매우 어렵지만, 뒷부분은 오늘날의 학문을 하고 수신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충고들이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추천교수 명단
강진석 한국외대(중국철학), 김교빈 호서대(동양철학), 김기현 전남대(동양철학), 김덕균 성산효도대학원대학(중국철학), 김수청 동아대(중국철학), 김한상 서울대(동양철학), 송인창 대전대(동양철학), 송희준 계명대(국문학), 안은수 한국유교학회(유교철학), 이광율 대구한의대(동양철학), 이광호 연세대(한국유가철학), 이동희 계명대(한국유가철학), 이범학 국민대(역사이론), 이상호 대구한의대(유교철학), 이성규 서울대(중국고대사), 이용주 성균관대(종교학), 장동우 연세대 (동양철학), 최영찬 전북대(중국철학), 한형조 중앙연(한국유가철학), 황의동 충남대(한국유가철학) 이상 총20명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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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05-06-14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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