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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인 밥

 

詩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덮여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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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방을 생각하며


혁명은 안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버렸다

그 방의 벽에는 싸우라 싸우라 싸우라라는 말이

헛소리처럼 아직도 어둠을 지키고 있을 것이다


나는 모든 노래를 그 방에 함께 남기고 왔을 게다

그렇듯 이제 나의 가슴은 이유없이 메말랐다

그 방의 벽은 나의 가슴이고 나의 사지일까

 

일하라 일하라 일하라라는 말이

헛소리처럼 아직도 나의 가슴을 울리고 있지만

나는 그 노래도 그전의 노래도 함께 다 잊어버리고 말았다


혁명은 안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버렸다

나는 인제 녹슨 펜과 뼈와 광기

실망의 가벼움을 재산으로 삼을 줄 안다

이 가벼움 혹시나 역사일지도 모르는

이 가벼움을 나는 나의 재산으로 삼았다


혁명은 안되고 나는 방만 바꾸었지만

나의 입속에는 달콤한 의지의 잔재 대신에

다시 쓰디쓴 담뱃진 냄새만 되살아났지만


방을 잃고 낙서를 잃고 기대를 잃고

노래를 잃고 가벼움마저 잃어도


이제 나는 무엇인지 모르게 기쁘고

나의 가슴은 이유 없이 풍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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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


내겐 천년을 산 것보다 더 많은 추억이 있다.


계산서들, 시의 원고와 연애편지, 소송서류, 연가들,

영수증에 돌돌 말린 무거운 머리타래로

가득찬 서랍 달린 장롱도

내 서글픈 두뇌만큼 비밀을 감추지 못하리.

그것은 피라미드, 거대한 지하 매장소,

공동표지보다 더 많은 시체를 간직하고 있는 곳.

- 나는 달빛마저 싫어하는 공동묘지,

거기 줄을 이은 구더기들은 회한처럼 우글거리며,

내 소중한 시체를 향해 언제나 악착같이 달라붙는다.

나는 또한 시든 장미꽃 가득한 오래된 규방,

거기 유행 지난 온갖 것들 널려 있고,

탄식하는 파스텔 그림들과 빛바랜 부셰의 글림들만

마개 빠진 향수병 냄새를 맡고 있다.


눈 많이 내리는 해들의 무거운 눈송이 아래

우울한 무관심의 결과인 권태가 불멸의 크기로까지 커질 때,

절뚝이며 가는 날들에 비길 지루한 것이 세상에 있으랴.

-이제부터 너는, 오, 살아 있는 물질이여!

안개 낀 사하라 복판에 졸며

막연한 공포에 싸인 화강암에 지나지 않으리;

무심한 세상 사람들에게 잊혀지고 지도에도 버림받아,

그 사나운 울분을 석양빛에서만

노래하는 늙은 스핑크스에 지나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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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 하늘을

 

  푸른 하늘을 制壓하는
  노고지리가 自由로왔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詩人의 말은 修訂되어야 한다.

  自由를 위해서
  飛翔하여 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自由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

  革命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革命은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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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지 배가본드

1
오늘의 바람은 가고
내일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잘 가거라
오늘은 너무 시시하다.

뒷시궁창 쥐새끼 소리같이
내일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2
하늘을 안고
바다를 품고
한 모금 담배를 빤다.

하늘을 안고
바다를 품고
한 모금 물을 마신다.

누군가 앉았다 간 자리
우물가, 꽁초 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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