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론비평 : ‘민족 vs. 탈민족’ 담론 문제있다
서구産 민족개념, 반성 필요
2005년 02월 22일 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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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임지현 한양대 교수, 전상인 한림대 교수, 미야지마 히로시 성균관대 교수. © |
최근 임지현 한양대 교수를 중심으로 한 탈민족 담론이 계속 언론을 타면서 학계를 ‘민족 對 탈민족’이라는 오래된 논쟁구도로 몰고 있다.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가 15일 주최한 ‘‘일본’의 발명과 근대’ 학술대회의 기획취지와, 한림대 한국학연구소가 16일 주최한 ‘21세기 한국학’ 심포지엄에서 전상인 한림대 교수(사회학)의 발표는 비판적 검토가 필요하다.
한양대의 행사는 일본이 음악, 미술, 철학을 통해 근대국가의 이념과 율동을 보강해나갔다는 것에 대한 실증적 추적이 목표다. 각 논문들이 최근의 일본 연구경향을 간추리는 수준이지만 그런 관행이야 논외로 치더라도, 이런 제국주의 시절의 인문학 형성을 현재의 국사학 내지는 국학의 기원으로 파악함으로써 오늘날 인문학 담론의 생산주체에 부정적 뉘앙스를 입히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런 비판이 처음이 아니라 신선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발표논문이 일본 연구경향만 답습할 뿐 연구자 개인의 의견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 정치적 기획이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사실 이런 비판은 지난 3~4일 한국사회사학회의 심포지엄에서 이미 제기됐는데 윤건차 가나가와대 교수가 “일부 지식인 그룹이 서구産 민족 개념에 지나치게 의존해서 친일의 개념을 흐려놓는다”라고 주장하면서 임지현, 윤해동, 김철 교수를 거론한 바 있다.
한림대 행사는 나름대로 의미깊은 자리였다. 하지만 내재적 발전론, 식민지 근대화론, 유교자본주의론의 전개과정을 훑으며 특히 내재적 발전론에 대한 비판에 전력을 쏟은 전상인 교수의 발제문은 60~70년대 내발론과 현재의 그것을 전혀 구분하지 않고 있어 몰역사적이다. 토론자 이영호 인하대 교수가 지적하듯 현재 국사학 연구의 주류는 조선 5백년의 내재적 원리를 통찰해내는 것이다. 근대성이 경쟁력이었던 산업화 시대에 기안된 ‘자본주의 맹아론’을 고집하는 이는 없다는 게 근대성찰적 시대 학계의 ‘상식’이다. 이런 부분은 무시한 채 “내발론이 학문 외적 신념으로 일관하는 것은 연목구어다”라 하는 것은 현재를 논해야 할 자리에서 과거를 비판함으로써 현재를 과거와 혼동케 하는 전략적 발언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
공교롭게도 한림대 행사에서 미야지마 히로시 교수는 전상인 교수가 학문의 보편언어라고 말하고 있는 서구의 지역학이 “미국의 세계전략적 관점에서 비 구미지역의 현실을 분석해 유효한 정책을 입안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얻으려는” 목적을 갖는다고 규정한다. 미야자마 교수는 ‘동아시아학’을 새롭게 표방하며 이런 지역학적 ‘동아시아연구’의 자국중심성을 비판적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중일 역사에 서양의 ‘봉건제’를 적용시키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그는 한국사의 서술은 비교사적 관점에서 행해져야 하며 “한국과 별 영향관계가 없었던 서구 중세의 역사과정과의 비교보다는, 국경을 맞대고 막강한 영향을 주고받았던 15세기 전후 선진중국과의 비교사”를 통해서 역사의 변동과 흐름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런 차원에서의 동아시아사 서술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생산적으로 검토해볼만한 비교사의 전망이 제시됐으니 이를 좀더 현실화, 심화시킬 학술적 논의가 필요하다. 이런 시기에 민족과 탈민족의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낡은 이론 울궈먹기나 권력적 담론지향으로 비칠 수 있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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