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운 주말 아침이면 온가족이 모여 책을 읽곤 합니다. 각자 보고 싶은 책을 골라 읽기도 하지만 좋은 책이 있으면 머리를 맞댄 채 함께 읽기도 하지요. 6월 첫 주말에 우리 가족이 함께 읽은 책은 [봉황, 눈을 뜨다]입니다.
‘그림 읽어주는 남자’로 유명하신 박세당 작가님이 내신 동화책이라니 관심이 더해지고, 좋은 그림책 출판사로 알려진 ‘재미마주’에서 나온 책이라니 일단 믿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책은 가로*세로 232*232mm 의 양장본입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크기에 균형잡힌 정사각형의 판형이 마음에 꼭 듭니다. 정사각형의 판형은 요즘 그림책에선 흔치 않답니다. 파스텔톤의 민화느낌이 나는 그림은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정감이 갑니다.
한반도의 지형이 어떤 동물을 닮았는지에 대해 그동안 크게 두 개의 학설이 있었습니다. 전통적으로 중국대륙을 향해 포효하는 호랑이의 모습이라는 설이 있고, 일제 강점기 식민사관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연약한 토끼의 모습이라는 설이 있지요. 나름 민족에 대한 자긍심을 지닌 사람이라면 아무래도 토끼보다는 호랑이의 모습이 더 닮았다고, 그게 우리 민족의 전통적이고 자주적인 지리인식이라고 자부해왔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그동안의 인식이 가진 폭력성(?)에 눈을 뜨게 됩니다.
우리가 사는 땅 모양이 토끼를 닮았다고 생각하면 주변 강대국에 잡아먹힐까봐 덜덜 떨고, 호랑이를 닮았다고 생각하면 이웃 나라들과 으르렁거리며 서로 싸우고 미워하면서 살게 된다고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아~! 하는 깨달음이 생깁니다. 그럼 우리 한반도의 모습은 정말 어떤 모습이 맞는 걸까? 궁금해집니다. 작가는 이 부분에서 오랜 옛날부터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을 평화롭게 지켜온 봉황의 모습이 바로 이 땅 아래 잠들어 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봉황의 머리, 일본과 중국은 양날개, 몽골과 만주 벌판은 봉황의 몸통, 이렇게 크게 한 몸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더 이상 다투지 말고 봉황의 사람들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자는 것이지요.
이 책은 멀리 시베리아로부터 한반도와 주변국가에 퍼져 사는 모두가 하나의 봉황민족이므로 이런 사실을 잊지 말고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이루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지구인 모두가 평화를 염원하는 이 시대에 딱 어울리는 내용입니다. 가슴 따스해지는 내용과 인식의 전환을 가져다주는 책, [봉황, 눈을 뜨다]는 온 가족이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눌만한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