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행성 보름달문고 32
고재현 지음, 노준구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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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오래 전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에서 본 다음과 같은 내용 때문이었다. “사람과 침팬지의 유전자는 98%가 같다. 2%의 무엇이 사람과 침팬지를 다르게 했을까? 그 2%의 비밀은 바로 호기심이다.”   

 

 

실제로 사람과 침팬지의 유전자는 몇 %라는 숫자로 설명할 만큼 간단하지 않으며, 그 2%가 호기심이라고 잘라 말할 수도 없어서, 이 부분은 아직도 연구 중이며 그때마다 다른 결과들이 나오고 있음에도 작가는 그 2%가 늘 궁금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 궁금증을 스스로 풀기 위해서 책을 쓰게 됐다고 작가는 책의 맨 뒤에서 고백한다.

 

어릴 적부터 공상과 몽상을 넘나들며 엉뚱한 질문을 많이 한 작가는 어른이 되어서도 궁금한 게 많았지만 몰라도 아는 척해야 하는 어른 체면에 아무에게나 질문할 수 없게 되자, 만약 알고 싶은 것이 있어도 알아낼 수 없다면 어떻게 하지? 궁금한 것이 있어도 묻지 못한다면? 아니, 아예 호기심이 없어진다면? 하는 상상에서 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작가가 왜 이 책을 썼을까? 책을 읽을 때면 그게 늘 궁금한 나는 작가가 솔직하게 쓴 이 ‘지은이의 말’을 읽고 그제야 ‘아하!’ 하며 시원스레 궁금증을 풀게 됐다. 궁금증에서 출발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최고로 치는 시대를 살아가는 21세기 현대사회에서 이를 중증장애로 분류하는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책을 썼으니,  ‘꿈꾸는 행성’은 제목처럼이나 아이러니하다.  


꿈과 호기심, 질문이 통제된 미래 사회에서 지구의 다섯 번째 식민지별 E-5는 꿈꾸지 못하게 하는 행성이다. 그런데 제목은 ‘꿈꾸는 행성’이다. 사람이란, 특히 아이들이란 못하게 하면 더 하고 싶어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꿈꾸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도, 주인공은 결국 그 금기를 어기고 어쩔 수 없는 궁금증으로 인해 'D유전장애인'으로 판정되어 지구에서 먼 식민지별로 추방을 당한다. 'D유전장애'란 공상이나 상상으로 자신의 마음을 조절하지 못하는 1급 장애를 가리키는 말로, 'D'는 'Dream'의 첫 글자이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꿈과 호기심, 질문을 죄악시하며 원천적인 차단을 시도했음에도 꿈꾸기를 포기하지 않고 결국 그 꿈을 위해 모험을 감행하는 주인공 모하와 다른 친구들을 보면서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변치 않는 꿈의 속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꿈은, 꿈을 꾸는 사람만이 이룰 수 있다]는.... 바로 이것이다.

얼마 전 읽은,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하버드에 입성해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평생의 꿈이었던 의학대학원에 떨어진 뒤 고민 끝에 선택한 콜롬비아 영양학대학원에 이르기까지 금나나가 자신이 겪었던 이야기를 쭉 써서 정리한 ‘나나의 네버엔딩 스토리’에서도 바로 이 문장이 나온다. 미래의 먼 이야기를 다룬 책 ‘꿈꾸는 행성’과 21세기의 현재를 가장 치열하게 산 사람의 자전적 에세이에서 궁극적으로 하고자 했던 말이 어쩜 이렇게 똑같을까? 그건 바로 이 시대의 아이콘이 바로 ‘꿈’이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이 시대의 화두이기 때문이리라.  

 

책장을 덮으며 지구의 21세기로 시계가 맞춰진 채, 보키니 1호를 타고 날아가는 모하와 친구들 앞에 어떤 세상이 펼쳐지든... 그들이 꿈꾸기를 잊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면 어떤 역경도 헤쳐가리라는 강한 믿음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 믿음이 내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임을 깨닫게 된다.  

 

꿈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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