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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의 왕국 - 피터 앳킨스가 들려주는 화학 원소 이야기 ㅣ 사이언스 마스터스 2
피터 앳킨스 지음, 김동광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5년 6월
평점 :
화학적인 입장에서 원소는 물질의 가장 작은 단위로, 현재 100여 가지가 알려져 있다. 그리고 화학자들은 이 많은 원소들을 보기 좋게 표로 정리해 두었는데, 그것이 바로 주기율표이다. 저자 피터 앳킨스는 이 책에서 주기율표를 왕국에, 원소를 왕국 속 지역에 비유해 주기율표를 꿰뚫는 전반적인 흐름을 설명하고, 독자들이 ‘원소의 왕국’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책에는 또한 화학 발전의 역사도 담겨있다. 산소 수소의 발견, 이은 여러 원소들의 발견, 그리고 이 원소들을 배열한 주기율표의 발명까지 지금까지 화학자들이 어떻게 ‘원소의 왕국’을 세웠는지 설명한다. 그러나 아직 ‘원소의 왕국’이 완성되지 않았다는 것 또한 이야기한다. 미래의 화학자들이 할 일이 많이 남았다는 것이다.
흥미로웠던 것은 화학자들이 예측하는 ‘안정된 섬’이다. 우라늄 이상의 원소들은 너무 무거워 자연에 거의 존재하지 않고, 인공적으로 만들어도 매우 짧은 시간에 붕괴되고 만다. 하지만 화학자들은 주기율표에서 아래로 더 내려가면 길게는 수개월 까지도 붕괴되지 않고 존재할 수 있는 원소들이 존재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원소들은 방사능이 나오고 수명이 짧기 때문에 거의 쓸모가 없다. 그럼에도 많은 화학자가 이 원소들을 찾기 위해 애쓰는 것은 무엇일까.
그 답은 “더 많은 것을 알기 위해서”이다. 사실 이것은 모든 순수과학자들이 순수학문을 연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쩌면 ‘안정된 섬’의 원소들은 인류가 멸망할 때까지 아무데도 쓰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원소들을 찾는 일이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이유는 그 자체로 새로운 것을 알아내는 것이고, 인류의 지식 범위를 넓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새로운 지식을 발견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모든 학문에 대해 이익을 계산하고 그것으로 가치를 결정한다면 그것은 옳지 않은 것이다. 어떤 학문의 인류의 삶에 밀접하게 닿아 있기도 하지만 어떤 학문은 어쩌면 실생활에 쓰이지 못할 수도 있고, 우리의 삶과 전혀 관계없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후자의 학문도 인류의 지성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고, 언젠가는 그 학문이 삶에 밀접하게 닿아 사용될 수도 있기 때문에 무시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과거에는 실생활과 관련 없던 연구들이 현대에 와서는 모든 곳에 응용되고 있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주기율표에 나타난 원소들의 경향성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볼 수 있었다. 또한 ‘원소의 왕국’의 개척은 아직 현재진행중이라는 것과, 화학자들이 ‘안정된 섬’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화학자들이 어쩌면 쓸모없어 보이는 ‘새 원소를 찾아가는 탐험’을 왜 하고 있는지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