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기전의 나는? 행복했다구요.

나를 만나기 전 그녀는
줄리언 반스 지음, 신재실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6월

머리가 다 아프다.

이 책은 한 마디로 질투에 관한 이야기.

좀 더 자세하게 쓰자면, 아내의 과거의 질투에 시달리는 남자의 이야기.

매력적이지 않은가?! 사랑이야기. 그것도 절절 끓어 오르는 남자의 질투라니! 나 역시도 이 선정적인 내용 소개에 푸욱~ 빠져서 사 버렸다.

사 버리고 만 것이다.

내용 소개를 잠깐 하자면, 한 남자가 있다. 대학에서 강의를 맡아서 하는 멀쩡한 화이트 칼라 계열의 지식인. 하지만, 어느 날 바람이 나고 결국 늦게 배운 도둑질에 밤 새는 줄 모른다고 첫째 부인과 이혼을 하고 결국 바람난 상대와 재혼. 그리고 행복한 신혼 생활.....에서 끝나지 않는다. 로맨스가 아니니까.

암튼, 왜 그런지 모르지만, 이 남자 자꾸만 자꾸만 이 부인에게 더 빠지기 시작. 사랑이 깊어지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이젠 그가 몰랐던 예전의 부인의 남자들에게까지 질투를 느끼기 시작한다.

이성적으론 불합리하다라는 걸 알면서도 어찌할 수 없다. 한 번 쓰이기 시작한 마음은 끝도 없이 시작이 되는 것이까.

소재 괜찮지 않은가?

하지만, 이렇게 선정적이고 잼있는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한 장 한 장 책장 넘기기가 어찌나 힘들던지. 내용 몰입은 둘째 치고라도 읽다보니 도대체 이 남자에 대한 공감도 절대로 되지 않고, 주인공에 대한 불만은 작가에 대한 불만으로까지 뻗쳐 나갔다.

작가님,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가요?!

오가는 지하철과 지긋이 앉아서 읽는 모든 시간 통틀어 머리가 지근지근 거렸다. 도대체, 남들은 재밌다고 하는데 왜 나는 재미가 없는가?

부끄럽기까지 했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재미가 없었다. 지독히도.

이 책은 읽기 전에가 훨씬 더 행복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