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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galmA  2017-03-24 18:52  좋아요  l (1)
  • 아뇨. 글은 영원히 쫓기는 것입니다. 우리가 삶과 죽음에 그러하듯.

    <양을 쫓는 모험>으로 제 하루키 쫓기도 시작되었지요. 아, 밤새서 그렇게 하루키 읽을 때 정말 좋았는데...!
  • 뷰리풀말미잘  2017-03-24 14:28  좋아요  l (2)
  • 음.. 열일곱 살이었는데, 겨울이었고, 엄청 추웠고, 눈발이 조금 날렸어요. 혼자 집에 있었는데, 책이 너무 읽고 싶은 거예요. 하지만 가난해서 주머니에는 오천 원밖에 없었죠. 새 책 살 돈은 안 되고 헌책이나 사보려고 길을 나섰답니다. 자전거를 타고 한 시간이나 되는 길을 달려서. 그날 산 책이 ‘양을 쫓는 모험‘이었어요. 사천 원쯤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책에 눈 맞을까봐 품에 품고 그 길을 돌아왔죠. 언 길에 넘어지고 긁히고, 예티처럼 꽁꽁 얼어서. 그래도 그날 참 행복했던 기억이 나네여.
  • 한수철  2017-03-25 14:29  좋아요  l (2)
  • 어쨌든 움직이라구, 자네는 시간을 너무 허비하는군. 자신이 처한 입장을 잘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거네, 자네를 그런 입장으로 몰아넣은 사람이 바로 자네 자신이기도 하니까 말이야.
  • 한수철  2017-03-25 14:44  좋아요  l (1)
  • 이 책을 아직 접하지 못한 알라디너는 오해할 수도 있겠군, 싶어 재접속. 니미랄.

    양을 쫓는 모험, 신태영 옮김, 문학사상사, p199-200

    그럼 전 운동하러 가겠슴니다. 가능한 한 평온한 오후 보내십시용, 뷰리풀말미잘 님.^^
  • AgalmA  2017-03-25 18:26  좋아요  l (0)
  • 매우 이해되는 상황ㅎ 댓글이 사실 쉬운 일이 아니죠. 맞춤법부터 글 문맥에 따른 생각정리부터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려하는 것까지. 잘못 전달되고 끝나면 그야말로 헬)))
    아 하면 어 받아쳐주는 청자라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ㅜ
  • 뷰리풀말미잘  2017-03-26 11:18  좋아요  l (0)
  • 양을 쫓는 모험, 신태영 옮김, 문학사상사, p224

    ㅋㅋ 의외의 소심함!

    저는 방금 스팀 다리미의 증기 소리와 옷감에 열이 가해지는 독특한 냄새를 즐기면서 세 벌의 셔츠를 다리고, 주름이 잘 편인걸 확인하고 나서 옷장 안의 옷걸이에 걸었습니다. 머리가 어느정도 상쾌해진 것 같은 주말 오전입니다.

    오늘은 어찌 지내시나요. 등산? 조기축구? 모쪼록 관절에 가해지는 물리적 충격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 )
  • 뷰리풀말미잘  2017-03-26 11:28  좋아요  l (0)
  • 굿모닝 아갈마님! 저는 최근에 아갈마님에 대한 꿈을 두 차례 꿨는데요. 첫번째 꿈은 아갈마님이 하던 일을 그만두고 세차장을 개업해서 제가 그리로 놀러가는 꿈이었어요. 저는 종종 예지몽을 꾸는데 혹시 정말 개업했다거나 하실 생각이 있는건 아닌가 여쭤보고 싶고여.

    두번째 꿈은 저와 아갈마님과 한수철님이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내용이었어요. 제가 팟캐스트를 안 듣는데 최근에 우연히 듣게된 ‘지대넓얕‘(유명 팟캐스트죠)이 인상적이었나봐요. 아무튼 팟캐스트는 책을 읽고 토론을 하는 내용으로 구성됩니다. 한수철님은 대체로 나몰라라 하시고 저와 아갈마님이 열띤 대화를 이어가는 꿈이었습니다. 쩔었죠.
  • SUR  2017-03-26 10:34  좋아요  l (0)
  • 이도저도 잘 안되는 어중간한 이중언어 사용자라 스페인어 번역을 눈여겨 봅니다.
    스페인분이 하셨구나 했다가, 외국인이 한국말을 일케까지 잘 이해할 수는 없는 일일 거라는 둥, 영어를 원본으로 하지 않았나 하는 추측까지. 언어능력의 기준이 본인이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링크해주신 꿈 이야기까지 보고 두 언어와 문장의 ˝싱크로˝가 놀라워서 댓글 달려고 로그인했어요.
    언젠가 <양을 쫒는 모험>을 읽은 날 꿈에 양사나이 나왔더랬죠. 삿뽀로 맥주를 한잔 하며 작품을 고민하던 하루키의 몽롱한 의식에 펼쳐진 홋카이도의 설원과 맥주캔의 별, 그리고 양사나이... 이런 그림이 파바박 떠오른 건 처음 삿뽀로 맥주를 접했을 때.
    의지와 의욕이 바닥일 적에 댓글 달 의욕을 주는 글 감사해요. 시간을 두고 반복해 읽고 싶은 글이 이 서재에 여럿 있다는 사실도 더불어 말이죠.

  • 뷰리풀말미잘  2017-03-26 12:50  좋아요  l (1)
  • SUR님, 저는 1.6개 언어 사용자라 (영어가 0.5정도 되고요... 일본어가 0.1정도 되는 듯 하네요..) 검은 건 글이요 흰 건 종이로 보이는군요. 번역한 이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공부를 한다는 이 시대의 참 공부인입니다. 엑셀로 정리한 스페인어 공부 흔적을 보고 왠지 숙연해졌던 기억이 아련하군요.

    삿뽀로에서 삿뽀로 맥주를 마시며 이 소설을 떠올리지 못한 지난날을 반성합니다. 댓글 달아주신 분들 덕에 오랜만에 꺼내서 보는데 역시 참 좋네요.

    빡치면 하루키의 아무 책이나 꺼내서 아무 페이지나 읽곤 하는데, 묘하게 기분이 완화되곤 합니다. 두통이 오거나 할 때 욕조에 물 가득 받아서 들어가 앉아있으면 왠지 조금 아픔이 둔감해질 때 있잖아요. 하루키 글의 온도와 포근함이 따듯한 물 같아서 그럴까 싶네요. 의지와 의욕이 바닥이라고 하시니 펴 놓은 책 한 대목 읽어드리죠.

    . . .

    “이상한 말 같지만 도저히 지금이 지금이라고는 생각되지가 않아. 내가 나라는 것도 어쩐지 딱 와 닿지를 않아. 그리고 여기가 여기라는 것도 말이야. 언제나 그래. 훨씬 뒤에 가서야 겨우 그게 연결되는 거야. 지난 10년 동안 줄곧 그랬어.”

    “왜 하필이면 10년이죠?”

    “끝이 없기 때문이지. 그뿐이야.”

    그녀는 웃으며 고양이를 안아 살짝 바닥에 내려놓았다.

    “안아줘요.”

    우리는 소파 위에서 서로 끌어안았다. 고가구점에서 사들인 고색 창연한 소파는 천에 얼굴을 가까이 대면 옛날 냄새가 났다. 그녀의 부드러운 몸이 그런 냄새와 잘 어울렸다. 그것은 희미한 기억처럼 부드럽고 따듯했다. 나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만히 뒤로 넘긴 다음 귀에 입술을 댔다. 세계가 희미하게 떨고 있었다. 작은, 정말로 작은 세계였다. 거기에서는 시간이 온화한 바람처럼 고요히 흐르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셔츠 단추를 모두 풀고 손바닥을 가슴밑에 놓고 그대로 그녀의 몸을 바라보았다.

    “마치 살아있는 것 같죠?” 라고 그녀가 말했다.

    “당신 말이야?”

    “네, 내 몸과 나 자신 말이에요.”

    나는 “그래, 아닌게아니라 살아 있는 것 같군” 하고 대답했다.

    나는 정말 고요하다고 생각했다. 주위는 쥐죽은듯이 고요했다. 우리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가을의 첫 번째 일요일을 축하하기 위해서 어디론가 가버린 것이다.

    “있잖아요, 참 좋아요”하고 작은 목소리로 그녀가 속삭였다.

    “응.”

    “어쩐지, 꼭 피크닉 온 것 같아요.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다니까요.”

    “피크닉?”

    “그래요.”

    나는 두 손을 등뒤로 돌려 그녀를 꼭 안았다. 그리고 입술로 이마의 앞머리를 치운 다음 다시 한 번 귀에 입을 맞췄다.

    “그 10년은 길었어요?”

    그녀가 내 귓전에 대고 속삭였다.

    글쎄, 아주 길었던 것 같은 느낌이야. 아주 길었고, 무엇 하나 끝나지 않았어.

    내가 대답했다.

    그녀는 소파의 팔걸이에 올려놓은 목을 아주 조금만 구부리고 미소 지었다.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는 웃음이었는데, 그것이 어디서 그리고 누가 지었던 웃음인지는 통 생각나지 않았다. 옷을 벗어 버린 여자들에게는 겁이 날 만큼 공통된 부분이 많아 그것이 언제나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곤 했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로 말했다.

    “우리 양을 찾아요, 양을 찾아내면 모든 일이 잘될 테니까요.”

    나는 잠깐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고 나서 두 귀를 바라보았다. 부드러운 오후의 햇살이 오래된 정물화처럼 그녀의 몸을 포근히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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