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럽게 아팠습니다
어째서 그렇게 서럽고 나서야, 말미잘을 찾는걸까요.
그동안은 사실 꽤 살만했습니다. 충실하게 바빴고, 비관을 조금 버렸고, 삶이 조금은 더 가치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렇게 사는 중에는 예술이 싫고, 글이 싫고, 우울이 싫고, 어쩌면 말미잘의 그 장미같은 문장들도 싫었었나 봐요. 붙들리면 그 아름다운 우울에 발이묶여, 다시는 움직일 수 없을거라는 두려움도 조금.
몸에 통증이 있고서야, 다시 침대에 틀어박히고서야, 머리속에서 제련되는 수많은 잡생각들을 마주하고서야, 나는 어쩌자고 말미잘을 찾았을까요.
돌아보면 언제나 그랬네요. 나의 우울을 기댈수 있었던, 나보다 어둠이 깊어 내가 기대도 상처입을거 같지 않던 말미잘과에게 저는 그저 이기적이고 방종스러운 어리광을 부릴 뿐이었고, 말미잘은 아무렇지 않게 받아줬네요. 그렇게 저는 한번도, 말미잘과 기쁨을 나눈적은 없었네요.
이 통증이 조금 가시고 나면, 우울하지 않게되면, 양지로 나가게 되면
그때는 조금 기쁜 화두를 들고 올게요.
올해는 말한 적 없었네요.
상처를 감추려고 발악하는 답잖은 글들 속에서,
언제나 말미잘의 글만이, 어떤 상처는 아름답게 흉질수도 있다고 말해줘서 위로가 돼요.
말하지 않은 수많은 순간에도 감사하고 있습니다.
미잘 어디갔어요? ㅠ.ㅠ
얼굴은 나날이 빛을 더하고, 몸은 나날이 갈라지고, 기술은 나날이 진보하고, 시간은 고스란히 쌓이는데, 이상하게 글은 멎네요. 얼어붙었어요. 뭔가 쓸라치면 글의 마디마디에서 수증기가 올라오고 문장은 미끄러지지 않게 위태롭게 부여잡고 전개해 나가죠.
푸념하러 온 것은 아닌데, 서재에 글도 뜸하시니 괜히 심술이 나네요!
그렇게 분발해 달라고 부탁드렸건만..
저는 아름다우신 미잘님 서재 들르면 글도 글이지만, 항상 사진 카테고리를 먼저 지나쳐 와요.
특히 지하의 허름한 책방이나, 낡고 부서진 콘크리트의 정글이나, 뒷모습이 익숙한 사내에 대한글은 볼때마다 심취하죠. 뷰말님이 담는 겨울도 보고싶어졌어요. 사진이 주연이고, 멋들어진 명품 조연의 코멘트가.. 참 부러운 감성이다 싶어요. 저는 좀처럼 셔터가 익술칠 않아 휴대폰의 카메라 아이콘도 방치되기 일쑤인데요.
요즘은, <여자없는 남자들> 을 읽고 있어요.
읽을때마다 느끼지만, 하루키는 썩 유려하진 않는데 사람을 몰두하게 하는 재능이 있나봐요.
항상 재밌다고 느끼지도 못하면서 거리낌없이 완독하게 된다니, 정말이지 골치아픈 작가예요.
그러니 그냥 읽어야지 어쩌겠어요 :)
없는 요점을 찾자면..
춥다고 실내에만 있지 마시고, 어서 사진기 들고 밖으로 밖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