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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2월
평점 :
끝내 연금술사들은 금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단 1 mg도. 연금술의 시대에 화학반응의 원리를 엿본 연금술사들은 흔한 금속을 귀금속으로 변화시키고자하는 꿈을 꾸기시작했다. 결국 원자를 구성하는 중성자와 양성자들의 재결합을 일으키지 못한다면 한 원소를 다른 원소로 변화시키지 못한다는 자연의 원리를 넘어서지 못한채 연금술의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되지만 연금술은 꿈 꾸는 젊은이를 화학, 철학, 삶의 신비를 엿본 현자들로 변모시켜 놓고 말았다. 연금술의 핵심 원소를 '현자의 돌'이라 부르게 되었다.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는 꿈을 갖게된 젊은이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며, 그저 그렇게 좋은 양치기의 삶이 금으로 정련되어가는 과정을 들려준다. 생각보다 꽤나 시간이 많이 걸리고 꿈을 향해 가는 길 또한 구비구비 돌아간다. 곧장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에도. 생각지도 못한 이들의 도움이 생각지도 못한 때에 기다리고 있고 수도 없이 고양되기도 하지만 또 그만큼 추락하기도 한다.
평범한 양치기였던 젊은이 산티아고는 피라미드 옆에 뭍혀 있다는 보물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여행 중에 가진 것을 다 잃어버리기도 하고, 한동안 피라미드와 보물을 잊고서 크리스탈 그릇을 파는 일에 푹 빠지기도 한다. 현자를 만나기도 하고 사막에서 모래바람과 대화하기도 한다. 결국 떠나온 고향집 근처에서 그는 보물을 발견한다.
마침내 산티아고는 보물을 발견해서 사랑하는 여인을 찾아가 행복하게 잘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보물을 발견한 산티아고가 얼마나 행복하게 살았는지에 대해서는 단 두세 문장도 들려주지 않는다. 온통 보물을 찾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이야기들 뿐이다. 독자인 나 또한 그 보물의 값이 얼마였는지, 산티아고가 그 보물을 팔아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듣고 싶은 마음이 없다. 책장을 넘겨가는 내내 한 양치기가 보물을 찾아가는 과정의 이야기들에 열광하고 초조해 했다.
연금술사들은 끝내 단 1 mg의 금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화학 반응와 자연을 구성하는 원소들에 대한 이해를 정련해 내었고, 철학을 만들어 내었고, 끝내 그들 자신이 현자가 되었다. 실은 삶에 있어서 high time이란 금을 손에 넣는 그 순간이기보다 동방박사를 알아보고, 연금술사로부터 지혜를 얻으며, 사막의 모래바람과도 대화하며 절망의 순간에도 1 mg의 희망을 정련해 내는 순간들일지도 모른다.
꿈을 찾아가는 세세한 사연은 저마다 다르지만 꿈의 종류에 상관없이 그 전형적인 동력학은 늘 사람들의 가슴에 공명을 일으킨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는 꿈을 찾아가는 과정에 대한 아주 이국적이면서도 아주 전형적인 이야기다. 그래서 아주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