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깨어난 자 붓다 푸른숲 비오스(Prun Soop Bios) 1
카렌 암스트롱 지음, 정영목 옮김 / 푸른숲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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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깨어난 자 붓다', 이 책을 사둔지는 꽤 되었는데 두툼하지 않은 데도 읽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다.


붓다의 삶에 초점을 맞춘 평전 정도의 책으로 생각했는데 그 보다는 당시의 시대상과 붓다의 가르침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래서인지 붓다의 가르침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나에게 저자 카렌 암스트롱의 이야기는 따라 걷기가 조금은 더디고 어려웠지만 매우 흥미로웠다.


붓다와 동시대를 살았던 구도자들은 자아의 집착과 욕망을 벗어나 '닙바나'에 이르기를 '원'했다. 그리고 붓다가 출발했던 지점도 같았다. 놀라운 것은 명상과 수련을 통해서 자아를 씻어내고 또 씻어낸 후 '닙바나'를 맛본다 하더라도 붓다는 '닙바나'에 이르고자 하는 욕망 또한 자아에 대한 집착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 너머의 무엇이 있음을 강하게 느낀다. 


카렌 암스트롱은 이 지점에서 붓다가 어렸을 적 사람이 풀을 베는 모습을 보며 와중에 고통을 당하는 풀벌레의 마음과 sympathy를 느끼며 '닙바나'에 들어섰던 일화를 들려준다. 자아를 소멸시킴은 결국 타자와의 공감과 연결되어 있다. 


이야기는 붓다의 출가에서 구도, 깨달음, 전도, 죽음의 순서를 따라간다. 하지만 붓다라는 한 사람의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다 고대 인류가 진리를 낳는 과정의 이야기라고 할 만하다. 붓다의 자아는 소멸되었고 진리가 되었다.


붓다가 고통이라고 말하는 욕망과 경쟁, 성장이 우리 삶의 자리를 점령하고 있는 오늘 고대의 한 사내 붓다의 깨달음은 우리에게 축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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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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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은 감옥에서도 득도에 이르지만, 어떤 사람은 행복해 보이는 모든 것을 갖고서도 스스로 삶을 중단한다. 대체 삶이란 무엇일까?

지극히 정상적이고 불행할 게 없어보이는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했다. 참 이러이러해서 죽기로 했다고 딱히 이해할 만한 이유도 없어보인다. 수면제를 먹었고 죽으려 했으나 후딱(?) 죽지 못했고, 정신병원에서의 1주일의 삶을 남겨 받게 된다. 수면제 과다 복용에 의한 심장 장애 쯤인것 같다. 그런데, 이런! 다시 살고 싶어졌다. 다시 살 수만 있다면 정말 잘 살 것 같기만 하다.

죽기로 결심했다가 다시 살기로 결심한 베로니카와 죽기까지 결심한 것은 아니지만 나름의 사연으로 정신병원에서 정신분열증 환자로 지내던 에뒤아르는 서로의 삶의 의지를 알아보고서 함께 정신병원을 탈출한다.

1주일의 시간이 지나고 베로니카는 죽지 않았다. 이 모든 일이 소설의 중간 중간 심상치 않은 분위기로 등장하던 정신병원장 이고르 박사의 소행(?)이었다. 애초에 베로니카의 심장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과다했던 수면제는 그저 소화가 잘 되었던 것이다.

코엘료의 소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는 살아야 하는 이유를 잃었다가 다시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 그리고 소설속에서 베로니카의 사연이 에뒤아르, 마리아, 제드카에게 영향을 주었던 것처럼 삶의 이유를 찾아가는 이야기는 그것이 지극히 상투적이라 할지라도 분명 전염성이 있다.

코엘료는 바로 뻔하지만 전염성이 강한 삶의 의지를 들려주고 있다. 이고르 박사의 논문의 마지막 장, '죽음에 대한 자각은 우리를 더 치열하게 살도록 자극한다'는 내용은 알고보면 뻔한 것이다. 하지만 그 실체는 말그대로 치열하고 역동적이고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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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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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연금술사들은 금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단 1 mg도. 연금술의 시대에 화학반응의 원리를 엿본 연금술사들은 흔한 금속을 귀금속으로 변화시키고자하는 꿈을 꾸기시작했다. 결국 원자를 구성하는 중성자와 양성자들의 재결합을 일으키지 못한다면 한 원소를 다른 원소로 변화시키지 못한다는 자연의 원리를 넘어서지 못한채 연금술의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되지만 연금술은 꿈 꾸는 젊은이를 화학, 철학, 삶의 신비를 엿본 현자들로 변모시켜 놓고 말았다. 연금술의 핵심 원소를 '현자의 돌'이라 부르게 되었다.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는 꿈을 갖게된 젊은이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며, 그저 그렇게 좋은 양치기의 삶이 금으로 정련되어가는 과정을 들려준다. 생각보다 꽤나 시간이 많이 걸리고 꿈을 향해 가는 길 또한 구비구비 돌아간다. 곧장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에도. 생각지도 못한 이들의 도움이 생각지도 못한 때에 기다리고 있고 수도 없이 고양되기도 하지만 또 그만큼 추락하기도 한다.

평범한 양치기였던 젊은이 산티아고는 피라미드 옆에 뭍혀 있다는 보물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여행 중에 가진 것을 다 잃어버리기도 하고, 한동안 피라미드와 보물을 잊고서 크리스탈 그릇을 파는 일에 푹 빠지기도 한다. 현자를 만나기도 하고 사막에서 모래바람과 대화하기도 한다. 결국 떠나온 고향집 근처에서 그는 보물을 발견한다.

마침내 산티아고는 보물을 발견해서 사랑하는 여인을 찾아가 행복하게 잘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보물을 발견한 산티아고가 얼마나 행복하게 살았는지에 대해서는 단 두세 문장도 들려주지 않는다. 온통 보물을 찾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이야기들 뿐이다. 독자인 나 또한 그 보물의 값이 얼마였는지, 산티아고가 그 보물을 팔아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듣고 싶은 마음이 없다. 책장을 넘겨가는 내내 한 양치기가 보물을 찾아가는 과정의 이야기들에 열광하고 초조해 했다.

연금술사들은 끝내 단 1 mg의 금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화학 반응와 자연을 구성하는 원소들에 대한 이해를 정련해 내었고, 철학을 만들어 내었고, 끝내 그들 자신이 현자가 되었다. 실은 삶에 있어서 high time이란 금을 손에 넣는 그 순간이기보다 동방박사를 알아보고, 연금술사로부터 지혜를 얻으며, 사막의 모래바람과도 대화하며 절망의 순간에도 1 mg의 희망을 정련해 내는 순간들일지도 모른다.

꿈을 찾아가는 세세한 사연은 저마다 다르지만 꿈의 종류에 상관없이 그 전형적인 동력학은 늘 사람들의 가슴에 공명을 일으킨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는 꿈을 찾아가는 과정에 대한 아주 이국적이면서도 아주 전형적인 이야기다. 그래서 아주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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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의 천국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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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재미있는 책을 고르다가 예전에 읽은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과 비슷한 느낌을 전하는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좀 자세히 들여다 보니 같은 작가의 책이고 느낌이 비슷하다.

여지껏 천국에 대해서 여러가지로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사후의 천국이란 없다는 이야기, 착하게 살았던 사람들이 사후에 보상을 받는 행복한 곳이라는 이야기... 하지만 나는 천국에 대해서 혹은 죽음뒤에 올 일들에 대해서 모른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잘 모를 것이다.

'에디의 천국'의 작가 미치 엘봄은 천국에 대해서 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가가 들려주는 천국 이야기는 지금까지 숱하게 들어왔고 상상해 왔던 그 모습과는 참 다르다. 무엇보다 지금껏 내가 그려왔던 또는 내안에 내면화 되어있는 천국의 모습은 모두에게 똑 같이 정해져 있는 그 무엇이고 우리는 죽음 뒤에 천국에 '들어가게' 된다. 어떤 이는 행복하게 어떤 이는 고통스럽게. 천국이 꼭 모두에게 같은 모습일 필요가 있을까? 에디의 천국은 에디만의 천국이다. 그의 인생이 그의 천국을 만들고 예비한다. 그가 사는 동안 알아채든지 못하든지 말이다. 에디의 천국은 세상에서의 삶을 이해하는 곳이다. 물론 이해의 과정은 행복하기도 하고 고통스럽기도 하다.

천국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인생관이다. 작가의 인생관에 따르면 나의 삶은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사람의 삶에까지 '연결'되어 있다는 것. 그래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사는 동안 잘 이해하지 못한 채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내가 알지 못하는 이의 삶에까지 내 삶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이해한다면 주어진 삶을 잘 살 수 있을까?

'에디의 천국'은 한 해, 두 해 지날 수록 길지 않게 느껴지는 삶을 아름답고 살아내고 죽음 뒤에 천국에서 만나게될 나의 다섯 사람을 가만히 기다려보게 하는 따뜻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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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사는 법
박경화 지음 / 명진출판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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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적인 사회에서 평화로운 마음을 지키는 법, 소비를 부추기는 사회에서 알맞게 쓰면서 사는 법, 일하라고 하는 사회에서 내 몸과 마음을 쉬게 하는 법, 정신없이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느리게 사는 법, 사람사이가 가벼워만 지는 세상에서 진실함의 무게를 두고 사는 법, 행복하게 살지 못하게 하는 세상에서 행복하게 사는 법.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사는 법', 어찌보면 반대말 처럼 들린다. 대형마트, 자동차, 아스팔트, 패스트푸드 점들이 시야를 꽉 채운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살 수 있다니 정말일까? 지은이가 들려주는 그 방법은 작고 지속적인 관심과 실천이다. 생태적인 삶은 주제로한 책들이 대부분 외국의 학술서적이거나 본받아야 할 인물의 평전 등이 대부분이었다. 실 생활에서 어떻게 할 수 있는지 현대 한국의 도시인의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하는 책은 정말 드문 것이 사실이다. 작년에 '녹색시민 구보씨의 하루'라는 책을 참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 역시 번역의 과정에서 서울시민 구보씨의 삶으로 조율되기는 했지만 서구 환경운동의 결과이다. 아마도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사는 법'은 현대 한국의 도시를 사는 우리들에게 알맞는 책이다. 참 반갑다. 게다가 학술적이지 않고 매우 실용적인 내용이 좋다.

요즘 성공하는 삶이나 자기계발을 위한 실용서들이 많이 눈에 띤다.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사는 법'은 현대 한국의 도시인이 쓴 동시대/장소를 살아가는 이들의 행복한 삶을 위한 참 좋은 실용서다.

앞으로 이 책과 같은 생태적인 삶을 이야기하는 책들이 시민들을 위한 과학과 손을 잡고서 다가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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