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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Was Edgar Allan Poe? (Paperback, DGS) Who Was (Book) 117
Gigliotti, Jim / Grosset & Dunlap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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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was 시리즈는 역사 속 인물들에 대한 짧은 평전이다. 실존 인물들에 대해서는 Who is ~?라고 제목이 붙는다.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이 흥미롭게 읽을 만한 내용이고, 또한 교육적이고 비평적이기도 하다. What is 시리즈까지 더하면 전체 시리즈는 제법 규모가 크다. 영어로 쓰여졌고 미국의 출판사에서 기획되고 출판된 것이라 그런지 주로 미국과 서구의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그들의 업적을 조명하지만 인디언, 여성, 흑인, 무슬림, 아시안을 포함하고자 하는 의도가 눈에 띈다.


 

시리즈가 나에게 유용했던 것은 쉬운 영어로 쓰여 있어서 고통없이 술술 읽어 갈 수 있었다는 점이다. 아이들에게 읽기를 권하고, 또 읽어주기도 했다. 아이들에게는 영어로 쓰여진 읽을 거리에 익숙해 지는데 이 시리즈가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책의 뒷표지 안쪽에 시리즈의 전체 목록이 나온다. 소년에게 이것을 보고 다음엔 무슨 책을 읽어보고 싶은지 물어보았다. 소년은 내 예상 혹은 바램과 달리 Who was Edgar A. Poe?를 말했다. 하긴 나도 소년이었을 때, 애드가 엘런 포의 단편 “검은 고양이”를 무섭게 읽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또한 그 무렵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가 등장하는 단편들, 아가사 크리스티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 같은 이야기들, 모리스 르블랑의 “괴도 루팡” 등 추리소설에 강한 끌림을 느꼈었다. 다른 사람들 처럼 아이에서 소년이 되었을 때 나도 삶이란 어떤 것인지 나름대로 이해해 보려고 하기 시작했었다. 가끔은 삶의 원리를 엿본 것 같기도 해 기뻤고, 또 가끔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원인과 결과를 구분할 수 없는 인과관계의 고리 속에서 연습장에 한 가득 풀고 풀어도 답을 맞추지 못한 수학 문제를 마주한 심정이 되었다. 추리소설과 미스테리는 “삶이란 이해되는 것인가?”라는 문제에 민감한 소년의 관심을 강하게 끈다.


 

Edgar A. Poe는 실제로 재능있는 작가였고, 걸작들을 남겼지만, 삶에서 불행했던 적도 많았고,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받아들여야만 했던 가까운 이들의 죽음이 있었다. 그리고 그의 죽음도 그렇게 제대로 이해되지 않은 상태도 남았다.


 

삶은 좀처럼 명확하게 이해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그 자체가 걸작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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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브르 곤충기 논술대비 초등학생을 위한 세계명작 54
앙리 파브르 지음, 박종규 옮김, 박연정 그림 / 지경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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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바쁘게 지내는 날들이다. 나도 그래야 하나. 무엇을 두고 바빠야 하는지 사실 그것이 헷갈리던 때, 나는 밤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었다. 거의 두 해 동안 이 책 저 책 손에 잡히는 대로 아이들옆에 누워 아이들 책을 읽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파브르 곤충기"였다. 다른 책들은 대부분 한 번 읽히고는 다시 책장의 다른 책들 틈으로 돌아가야 했는데, "파브르 곤충기"는 무려 세 번을 반복해서 읽었다.

 

아이들은 어른들을 보면 친절한 사람인지 아닌지 (자기들 말로는 "착한 사람인지 아닌지") 잘 살펴본다. 그래서 친철하고 착한 사람이라고 판단되면 함께 있으려 하고 그렇지 않으면 되도록 피한다. 아이들도 나름대로 어른들의 얼굴 모양이나 표정, 목소리, 태도를 주의 깊게 살핀다. 나는 같은 책을 세번째 읽어주다가 이렇게 된 이유가 파브르가 착한 사람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앙리 파브르는 1850년대 활동했던 프랑스의 곤충학자였다. 본업은 학교 선생님이었다. 곤충학 분야의 논문도 발표해서 상도 받았고, 10권의 곤충기를 쓰기도 했다. 그리고 가난했다고 한다. 파브르 곤충기 원작의 제목은 "곤충학 회상록 Souveniors of Entomology"이다. 오랜 시간 곤충 연구를 한 나이 든 곤충학자의 회상록인 셈이다. 그렇다면 곤충학자인 자신의 경험을 주로 이야기하고 싶었을 것도 같은데, 이 책의 주인공은 쇠똥구리, 매미, 사마귀, 전갈이다. 순전히 곤충들의 이야기이다. 그것도 재미있게. 과학적인 방법으로 조건들을 통제하고 논리적인 추론을 통해서 알게 된 곤충의 생태를 전하는 이야기에 파브르의 곤충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과 애정이 잔뜩 담겨있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 속 곤충들은 다 의인화되어 표정과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쇠똥구리가 태연한 표정을 짓기도 하고 전갈이 허둥거리기도 한다.

 

그럴 듯한 무언가를 이루어 머지 않은 언젠가 보란 듯이 내놓으려면 좀 더 바쁘게 지내야 할 것 같은 데, 나는 요즘 밤 마다 아이들 옆에 드러누워 책을 소리내어 읽고 있다. 아이들이 듣다가 잘 자게 목소리에 신경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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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CURIOUS 11
케빈 싱클레어 외 지음, 김성은 옮김 / 휘슬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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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언제나 흥미롭다. 그 나라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약간의 역사를 설명한 후, 곧장 구경할 곳과 음식, 숙박, 교통편을 나열하기 보다, 그 나라의 분위기와 사람들의 면면을 전해준다는 점에서 CURIUOS 시리즈는 매력이 있다. 무엇보다 외국인으로서 부딪히는 어려움과 느끼게 되는 감정을 충실하게 담고자 하는 노력이 돋보인다.

CURIOUS 시리즈는 오스트리아, 미국, 영국, 일본 편에 이어 중국 편을 읽었다. 미국과 일본 편이 특히 이방인이 느끼는 그 나라의 분위를 가감없이 전한다는 점, 그리고 오히려 객관적일 수 있는 외국인의 시각에서 파악한 그 나라 국민성을 잘 전한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 했다.

중국 편은 중국을 자주 다녔던 홍콩기자가 썼다. 아무래도 사회주의 국가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중국에 대해서 우호적인 또는 너그러운 시각을 가져야하는지 저자는 중국에 대해 우선은 "받아들이고 볼 것"을 요구한다. 저자는 중국을 서구와는 다를지라도 나름의 법칙을 가지고 돌아가는 거대한 사회이자 동시에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사회로 소개하고 있다.

경제적 낙후성과 부, 사회주의의 비효율성과 자본주의의 역동성, 서구 문화의 무질서한 유입과 왕조시대 전통 등, 서로 다른 면면이 동시대에 공존하는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단 "받아들이고 보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 첫번째로 넘어야 할 문턱인지도 모르겠다.

한국전쟁이후 줄곧 서로 다른 진영에서 경계와 거리두기를 해왔던 나라 가운데 하나인 중국이지만, 산업화의 과정에서 국가주도의 압축성장이라는 통증을 경험한 나라에 사는 사람으로서 저자가 전하는 중국 사람들의 면면이 오히려 이해하기 쉽게 다가온다.

다른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언제나 흥미롭다. 어쩌면 다른 나라에 대한 이야기가 신기해 보이는 것은 그 만큼 국제적 감수성의 부족을 반증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 가지 더, CURIOUS 한국은 어떻게 쓰여질지, 외국인에게 우리는 어떻게 보여질지 새삼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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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뉴욕 침공기 그랜드 펜윅 시리즈 1
레너드 위벌리 지음, 박중서 옮김 / 뜨인돌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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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책이 잘 읽히지 않아서, 그저 재미있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장을 넘겨 볼 만한 소설책 한 권을 찾아보았다. 그러다 만난 책이 [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뉴욕 침공기]. 겉표지 하단엔 The mouse that roared 라고 쓰여 있다.

이 소설은 미국과 소련을 축으로 하여 둘로 편을 나누어 맞서던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기까지 상당히 긴 세월을 '전지구적 냉전'으로 보냈는데 가만히 돌이켜 보면 그 시절의 이미지는 '공포'였다. 한 순간에 300만 평방킬로미터를 날려버린다는 Q폭탄과 이런 폭탄을 만들어 내고서도 불안하여 방공훈련을 하는 소설속 미국의 모습이 바로 그렇다.

반면 약소국 그랜드 펜윅 공화국의 모습은 여러모로 '유쾌'하다. 계곡 셋, 강 하나, 산 하나, 성 하나에 인구 6000명의 약소국인데 와인이 주 생산품이며, 14세기 건국된 이래 과거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온 나라. 냉전의 축을 구성하고 있는 미국과 소련, 두 강대국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여튼 이야기는 최근 수십년간 인구의 급증으로 형편이 어려워진 그랜드 펜윅 공화국은 여러가지 방법을 찾아보다가 패전국에게 전후 막대한 경제적 지원을 한다는 미국으로부터 원조를 얻기위해 뉴욕을 침공하기로 한다. 중세의 갑옷으로 무장한 펜윅 공화국 원정대는 때마침 Q폭탄 개발후 방공 훈련중인 뉴욕시에 손쉽게 진입하여 Q폭탄과 폭탄을 개발한 과학자를 납치하여 본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Q폭탄을 손에 넣게된 약소국 그랜드 펜윅 공화국은 이제 더이상 약소국이 아니다. 미국, 소련, 영국은 외교 사절을 파견하고 약소국 그랜드 펜윅 공화국을 보호하겠다며 군대를 파견하려 하고, 대신 Q폭탄을 보관해 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그랜드 펜윅 공화국은 20여개의 약소국들로 이루어진 약소국 연합을 결성하고 납치해온 Q폭탄을 개발한 과학자를 설득하여 강대국에 군비 감축을 강제하고 이를 감시하는 기구를 만들고 강대국들의 동의를 얻어내는 것으로 소설은 마무리된다.

소설속 인류 공멸의 군비 경쟁속에서 세상을 구원하는 지혜는 약소국 그랜드 펜윅 공화국에 의해서 실현되었다. 소설이 쓰여진지 50여년이 지났다. 공포의 세기를 극복하는 서구식 유머와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이야기다.  냉전의 세기 가공할 무기에 의한 인류 공멸의 공포는 지금 점점 희석되어 가고 있지만 전 지구적 자본주의가 사람들의 하루하루에 힘겨움을 더해가는 오늘날 그랜드 펜윅 공화국에서는 또 어떤 지혜를 선보일런지 자뭇 기대가 된다. 그런 소설책 한 권 쯤 더 찾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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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무명 철학자의 유쾌한 행복론
전시륜 지음 / 명상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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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이하면서 아주 '유쾌한 행복론'을 만났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인생은 '유람선에 타는 것'이란다. 이 행복론을 좀 자세히 들여다 보자. '선상에서 친구도 사귀고, 노름도 하면서 돈을 잃기도 하고 따기도 한다. 술도 마시고 춤도 춘다. 선창 소파에 누워 햇볕을 즐기며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을 읽은 뒤, 춤 한번 추자고 했더니 거절한 금발 계집애를 어떻게 죽일까 생각하며 살인을 꿈꾸지만 진수성찬인 저녁상을 받자 허허 하고 너털웃음을 짓는다. 배가 유유히 지나갈 때 일어나는 거품속에 우리는 삶의 슬픔과 괴로움을 씻어버린다. 그러나 때가 되면 새 승객을 위해서 하선해야'한단다.

고생을 모르고 살았던 누군가의 인생론인가? 진지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겠다 싶어 꼼꼼하게 책장을 넘겨 가며 내 삶과 비교해 가며 검증을 해가다 보니, 웃음도 났다가 눈물도 난다. 진지하게 이야기에 빠져들었다가 또 어느 순간 미소 짓게 된다. 그리고 내 삶을 돌아보게 한다.

지은이 전시륜은 충청도 시골에서 태어나 서울공대 재학중 한국전쟁을 만나 학업을 중단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철학과 물리학을 공부하였다. 학자가 되어 젊은이들을 가르치고 싶었으나 겨우 낙제를 면했고, 대학교육을 받고서도 접시를 닦는 직업을 갖기도 했고, 전자 부품회사의 엔지니어가 되기도 했다. 연애를 하면서, 공부를 하면서, 결혼 생활에서, 직장 생활에서 그는 다른 이들보다 참 많이 진지했던 것 같다. 너무도 진지했던 구혼 광고와  연애, 여러 어머니들을 모셨던 일이며, 진지하게 회사를 비판했다가 쫓겨나고 말았던 그의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첫눈에 좌충우돌 가볍게만 보이던 그가  쉽게 알아채기 어려운 삶의 의미를 길 옆에 떨어진 조약돌 하나 집어 쥐어주듯 들여주는 것만 같다.

정초에 철학자이자 물리학자인 전시륜의 행복에 관한 이론을 쉬는 시간 두지 않고서 꼼꼼하게 검토해 본 결과 나는 삶에 대한 지극한 진지함은 결국 유쾌함이 된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말았다. 살아가는 사람의 영혼의 힘은 자칫 고단할 수 있는 날들을 유쾌함으로 변모시키는 것 같다. 

전시륜의 두 번째 한글 수필집이 참 아쉽다.

책의 표지 그림, 파란 하늘에 흰 구름 몇 점 동동 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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