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지도 않은 <<승자의 뇌>>가 생각났다. 그러더니 249쪽 “세계 전체를 정신화하여 그것을 자신의 사유의 대상으로 삼는 존재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신입니다. 인간이 이런 존재가 되면 신이 된 것입니다. 인간의 신화입니다”에 와서는 “신화”가 들어갔던 것 같은 논문 제목까지 생각났다. 딴생각들로 이어갈 게 아니라 이 페이지를 이해해야 255쪽부터의 근대로 잘 들어갈 텐데.
리디북스에서 2013년에 사고 5%도 못 읽은 <<모비 딕>>. <<문학고전강의>> 통독 끝내기 전까지 한 번은 읽어 보려고 샀다. 저 때는 ‘한 번쯤 읽어야 하지 않을까’ 목록에 두기만 한 책인데, 작년 셰익스피어 강의 듣던 중 ‘그럼 모비 딕은 애초에 죽음의 영역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인가?’ 했던 딴생각이 이후로도 튀어나오고는 해서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딴생각만 모아도 수첩 채우겠네.
인친의 책꽂이를 봤다. (아마) 10여 년째 공부 중이신 게 고스란히 드러나는 책등들이었다. 난 5년쯤 언젠가는 언젠간 하며 미뤄온 화장대 정리만 겨우 했다. 수첩과 공책 들도 꽤 버렸는데 ... 어쨌든 저것들도 써버려야 할 듯.
책상 위 책 바구니에 넣어 두고 이틀에 한 번꼴로 꺼내 어쨌든 읽는 책들은 최근의 <<사회사상의 역사>>까지 치면 다섯 권이다. <<철학고전강의>> 통독이 한 번 끝나면, 뭐 읽고 뭐 읽고 나름의 수순을 정해뒀었는데 꼭 그래야 할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사회사상의 역사>> 종장을 읽다 보니 어째서인지 <<정치철학>>도 겹치고, <<에로스를 찾아서>> 필사하다 보니 어째서인지 <<철학고전강의>>의 플라톤이 맞물리는 것 같아서 이렇게 이 책 저 책 딱 분리되지 않는다면 <<플라톤, 현실국가를 캐묻다>>도 용기 내 꺼내 보고 <<국가>>도 사서 10권만 한번 들여다볼까 싶은 것이다. 어차피 지금 이해하려고 읽는 것도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