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들 - 개정판
요시다 슈이치 지음, 오유리 옮김 / 북스토리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집에서 밥을 지어먹게 되었다고 해서 생활이 눈에 띄게 달라진 건 아니다. 20대 초반에 비하면, 하는 일 없이 그냥저냥 흘려보내는 하루가 무료함이 아닌 불안함으로 느껴지기는 했지만 아직 '찾아보면 할 일은 얼마든지 있다'라는 낙관적인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었다. 그래서 그 밑바닥에 남은 희망을 손가락으로 끄집어내 깨작깨작 핥다 보면 날이 저물고, 야구 중계에서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이어지는 TV  앞에 늘어져 있다보면, 아침에 눈을 떴을 때는 아주 멀게만 느껴졌던 내일로 간단히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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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천온천에서의 밤을 계기로 뭔가가 변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기 애인이 간호사가 아니라 의사가 된다는데도 아무런 마음의 변화가 없는 것이 신기했고, 그것을 의식하는 순간 다른 뭔가가 변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좀 더 간단히 말하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점점 더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게 아니라 점점 더 누군가를 싫어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됐다.

요시다 슈이치, <일요일들>

 

 


  일상이라는 단어를 풀어쓰는 데에 탁월한 사람. 꾸밈없는 말들로 적확하게 설명하고 이야기하고 고백한다. 정작 유쾌한 이야기는 아니다. 가볍지도 않다. 소설에서는 모두가 '그런 척'을 할 뿐이라는 것이 묘하게 느껴진다. 그 안에 담긴 어떤 불안함은 책을 읽는 동안 긴장하게 만들기도 불편하게 하기도 하지만 그게 이 작가의 분위기이자 화법이다. 앞으로도 그의 소설은 찾아서 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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