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1
J.M 바스콘셀로스 지음, 박동원 옮김 / 동녘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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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엉엉 울었다.

  "걱정 마세요. 죽여 버릴 거니까요."

  "무슨 소릴 그렇게 해. 네 아빠를 죽이겠다고?"

  "예, 죽일 거예요. 이미 시작했어요. 벅 존스의 권총으로 빵 쏘아 죽이는 그런 건 아니에요. 제 마음속에서 죽이는 거예요. 사랑하기를 그만두는 거죠. 그러면 그 사람은 언젠가 죽어요."

  "상상력 한번 대단하다, 너."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측은한 마음은 숨기지 못했다.

  "그런데 넌 나도 죽이겠다고 했잖아?"

  "처음엔 그랬어요. 그런데 그 다음엔 반대로 죽였어요. 내 마음에 당신이 다시 태어날 수 있게 그렇게 죽였어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은 당신밖에 없어요. 뽀르뚜가, 당신은 내 하나밖에 없는 친구예요. 저한테 딱지랑 음료수랑 케이크랑 구슬 같은 것들을 사 줘서 이러는 건 아니에요. 정말이에요."

 

J.M. 바스콘셀로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우리가 어른이 되어가면서 기억나는 동심의 세계는 점점 축소되고, 그렇다면 상상력이라도 풍부해져야 할 텐데 그 빈곤함은 감추려해도 벌거벗은 것처럼 노골적이다. 이 글의 주인공이자 작가인 바스콘셀로스는 자신의 오랜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시에 우리가 기억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을 더듬어보게 한다. 무엇보다 그 신비롭고 비밀스러웠던 어린 시절을 이렇듯 생생한 글로 담아낸 그는 기억력이 대단했던 사람이었는지, 아니면 역시 상상력이 풍부했던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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