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 학교 이야기 살아있는 교육 11
윤구병 지음, 변정연 그림 / 보리 / 199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고등학교 때 윤리성생님께서 마르크스의 사상을 설명해 주면서 하신 말씀이 생각이 난다.
 "마르크스는 정말 순진한 사람이다".
그 선생님께서는 마르크스가 순진하기 때문에 사회주의와 같은 사상을 만들 수 있었다고 했다. 왜냐면 그 사상을 살펴보면 모든 사람이 평등해 질수 있는 훌륭한 사상이지만 현실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소위 마르크스의 여러가지 과학적 발견들과 법칙들이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 많이 나타났지만, 마르크스가 갖었던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인간성을 발견하고 확충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윤구병 선생님의 「실험학교 이야기」에서 교육의 새롭고, 놀랍고, 혁명적인 방법을 제시하였다. 읽다보면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고 있는 느낌에 윤구병선생님도 순진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마르크스주의와 마찬가지로 현 교육에 대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 역시 지금의 교육 현실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이 크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때에도 공부에 대한 압박이 컸고, 교육열이 상당했다. 그러나 지금은 한술 더 뜬다. 남는 시간에 열심히 뛰어놀아야 할 초등학생들은 학원을(피아노 학원, 미술학원, 속셈학원, 등등) 많게는 5개까지도 다니며 밤 늦게까지 공부에 시달린다. 중학생들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고등학교 때 나름대로 공부를 열심히 했던 나는 그때의 교육에 불만이 많았다. 아침 7시까지 등교하여 밤 12시까지 쉬지않고 계속되는 공부는 정말 '울며 겨자 먹기'였다. 대학은 가야되는데 모든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들은 피터지게 공부를 하니 나 혼자서 취미생활도 해가며, 가끔식은 영화도 보면서 공부를 할 순 없었다. 그러나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지만 대학 진학에 실패하고 다시 이어지는 재수 수험생활은 인간공부병기나 다름이 없었다. 일어나 공부, 밥먹고 공부, 자기전에 공부, 하루의 일과가 밥먹는 것과 공부만이 전부였다. 수능을 보고서 평생의 운이 다 작용했는지 실력이상의 점수를 받고서 교대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동안에 못 놀았던 회한을 풀 듯이 연필을 손에서 잡질 않았다. 아마도 나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대학교 1학년들은 그렇게 생활할 것이다. 실력보다는 학벌 위주의 사회인 만큼 어느 대학교를 들어갔는냐가 인생을 좌우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공부에 피크를 올려야 할 시기는 대학교 때일 것이다. 대학교 때의 공부가 어렵기도 하고, 또한 대학교에 진학하여 나의 인생의 방향을 제시해줄 전문적인 지식을 쌓는 것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시골에서 살다고 대전으로 이사온 나는 시골과 도시의 삶을 모두 살아봐서 두 곳의 생활을 비교할수 가 있다. 시골에서 살적만 해도 윤구병선생님의 말씀처럼 자연을 스승으로 두고 자랐다. 여름에는 동네 개울에 가서 놀기도 하고, 산에 올라가 꿩을 잡기도 하고, 낚시도 하며 매일 매일 동네 아이들이 모두 모여 여러 놀이를 하였다. 옷은 항상 더럽고, 손과 얼굴엔 흙먼지가 가득하였지만 그런것에 신경쓰지 않았다. 공부 걱정 없이 하루하루를 즐겁고 유쾌하게 보냈다. 도시로 이사오면서 이런 생활을 없어졌다. 아는 친구도 없다보니 학교에서 돌아오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리고 컴퓨터 게임이 밖에서 노는 것보다 더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지금에 와서 보니 도시에서는 뛰어놀 공간이 없다. 학교만 벗어나도 차가 달리고, 모두 아스팔트 길이다 보니 위험해서 뛰어 놀수가 없다. 당연히 도시 아이들이 시골아이들보다 뚱뚱하고, 체격은 클지 몰라도 허약한 것이다. 지금의 내가 이렇게 건강한 것도 시골에서 매일 뛰어 놀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가장 훌륭한 교사는 자연이다.'라는 말이 가장 가슴이 와 닿았다. 수학공식이나 영어단어 하나 외우는 것보다 자연을 밑에서 자라면서 햇빛을 느끼고, 비도 느껴보고, 바람도 느껴보는 것이 아이의 신체 발달이나 정신 발달에도 훨씬 큰 교육적인 효과를 볼수 있을 것이라 느꼈다.
글의 내용이 실험학교에서 있음직한 일을 얘기하는 형식으로 쓰다보니 읽기도 쉽고, 이해하기도 쉽고, 금방 읽을 수도 있었다. 현 교육의 대안을 쓴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고, 일반 독자가 읽더라도 이해하기 힘들수도 있지만 이 책처럼 이야기로 풀어 쓰니 머리속에 쏙쏙 들어온다.
윤구병선생님은 아이들의 감각적인 발달을 중요히 한다. 글의 내용을 보면 미술이나 음악, 또는 맛, 촉각의 발달을 위해 놀이같은 교육을 실시하다. 맨 앞에서 걸어가는 선생님을 기차처럼 붙잡고서 눈감고 걷기라든가 풀이나 나무껍질 등을 맛보거나 주위의 모든 물건을 소리내어 보아 악기화하고, 살아있는 그림그리기 같은 내용이 그것을 뒷받침한다. 아이들의 발달과정을 바탕으로 지식적인 측면보다는 감각의 발달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다 보니 교육적인 효과는 증대할 것이다.
하지만 웬지 현실성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것이 윤구병 선생님의 말씀이다. 도시의 아이들을 표현할때는 마치 그들은 모두 죽어 있는 것처럼 말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또한 공동체 학교에서의 교육은 훌륭하긴 하지만 한 사람이 크게 크기엔 오랜 투자가 필요할 듯 하다. 윤구병선생님의 말씀은 마르크스처럼 놀랍고 개혁적인 새로운 교육 방법으로서 현대의 아이들에게 가장 적합한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지금의 사회가 받아들이기엔 너무도 충격적이다. 이런 교육을 바로 실시하기엔 혼란만 불어일으킬 뿐일 것이다. 교육을 조금씩 조금씩 바꾸어 가야 할 것이다.
윤구병선생님께서는 우리나라의 교육에 문제점을 밟고 새로운 학교인 실험학교, 다른 말로 공동체학교를 세웠다. 그것이 바로 변산공동체학교이다. 변산공동체학교가 1998년에 세워졌으니 6년정도가 지난셈이다. 인터넷으로 변산공동체학교에 대해서 조사해 보았다. 아직은 크게 활성화된 것 같지는 않다. 학생의 수가 많은 것도 아니고, 그 효과가 잘 알려지지도 않고 있다. 나도 실험학교에 대한 이야기는 책을 읽어서 처음 알게 된 것이다. 하지만 6년안에 큰 효과를 기대하기를 바라기는 어렵다. 6년의 세월동안 어느 정도 학교의 발판을 마련했을 것이라 생각하고 점차로 커져서 우리나라 전역에 공동체 학교의 빛이 발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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