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가의 마지막 그림 >- 이유리 / 서해문집 -자신의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그것이 자기의 뜻대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신도 모르게 그 생이 마감되며 얼결에 남기게 되는 일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창작물을 남기는 이들에게 마지막 작품은 무엇이며 어떤 의미일까.그 또한 의도적인 작품보다는 그의 생을 표현하는 또 다른 흔적이었을 것이다.이 책은 화가들을 중심으로 그들이 남긴 마지막 작품들을 통해 역으로 그들의 삶을 뒤쫓아가보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미술의 세계를 거의 모르는 나로서는 생소한 이들이 많았고 그러기에 더 흥미롭게 읽었다.그들의 삶은 외로움과 고독, 그리움과 절망, 병마와 빈곤 등 어두운 부분들이 많았다.그 마지막 순간에 흘러나온 작품들 역시 그런 색깔들이 많았다.하지만 어찌보면 인생이란 눈을 감기 전까지도 자신의 삶이 어떤 색으로 마감할지 아무도 모른다.밝든 어둡든 어떤 것을 선택하는 이들보다는 평가받는 인생이 훨씬 더 많다.나는 마지막으로 남길 글이 무엇이 될까 문득 궁금해졌다.마지막으로 읽을 책은, 마지막으로 읊을 시는, 마지막으로 부를 노래는, 마지막으로 고백할 말은....'마지막'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무게가 가볍지 않은 이유는 그 이후로는 어떤 무언가라도 다시는 볼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내게 남겨지는 '마지막'을 선택할 수 없기에 그 무엇이 마지막이 되던지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나와 전혀 다르거나 생소한 삶을 살다가 마감하지 않고, 나로 살다가 마지막을 남기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지금을 정직하고 솔직하게 사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가면의 나는 벗어버리고 나를 살아내는 삶만이 나를 가장 잘 표현한 '나의 마지막 작품'이 될 테니 말이다.새해의 첫 리뷰를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생각하게 되어 나름 좋다.시작과 끝은 서로 분리되지 않고 연결되거나 순환하며 또 다른 길을 펼쳐줄 때가 많기 때문이다.책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문체도 마음에 든다.화가들의 삶의 시간을 같이 거닐게 해준 저자에게도 감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