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은 가도 사랑은 남는다 >- 김영봉 / IVP -처음 저자의 책을 본 것은 '주기도문'에 관한 것이었다.간결하면서도 깊이 있는 말씀이 좋았다.두 번째로 본 책은 소설 '오두막'을 중심으로 상처 입은 치유자들의 이야기였던 것 같다.목사님 중에서도 문학적인 색채가 짙으면서 신학적인 깊이가 있는 분들을 좋아하는데, 김기석 목사님과 더불어 좋아하는 분이다.이번 책은 장례 예배 때에 나눈 말씀을 다듬은 것이다.죽음이 단절을 뜻하지 않고 삶의 또 다른 연장이라는 개념이 일반화된 것은 오래 되지 않았다.빨리빨리를 외치다가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에 '슬로'를 심고, 부흥이나 성장을 잣대로 삼다가 미니멀리스트를 꿈꾸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듯.나는 가끔 그런 부분들이 석연치 않고 조금 더 과하게 표현한다면 불안했다.나만 알고 있던 보물섬들이 다른 누군가에게 발견되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어 황폐한 땅이 되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었던 것 같다.죽음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서도 그런 부분이 있었다.자신을 조금 더 객관화하는 작업과 동시에, 죽음에 대해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껴안고 경험하는 것이 단지 유행이 되지는 않기를 바랐다.그런 점에서 이 책은 '죽음이 삶의 또 다른 표현'이라는 요즘 트렌드를 잘 표현하고 있다.하지만 거기에 머무르진 않는다.유행은 지나가는 바람이지만, 진심으로 그것들이 내 것으로 바뀌는 사람은 내 안에서 또 다른 향기의 꽃으로 피워내는 독특함이 있기 때문이다.저자는 여러 사연을 안고 죽음의 문에 들어선 인생들, 그리고 그들을 사랑하고 아끼며 안타까워하는 그들의 주위 인생들을 진심으로 안아 준다.'품'이란 말이 좋은 것은 그 안에 온기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그의 글은 모두를 안아 주는 온기가 있다.그와 더불어 죽음 너머의 또 다른 삶과 죽음이 존재하는 기독교의 죽음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눈에 보이는 죽음 이후의 원초적인 죽음이 있다는 것, 그 죽음은 영원과 연결이 되어서 지금의 죽음을 통해 그 죽음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따뜻하게 알려준다.사람이 가도 사랑이 남는 그 사랑은 어떤 사랑일까.그에게 찾아온 사랑일 수도 있고 그가 남긴 사랑일 수도 있다.떠난 그를 잊지 않는 사랑일 수도 있다.시간의 흐름속에서 사람은 밀물과 썰물을 먹으며 닳아 없어지는 존재 같다면, 사랑은 그 밀물과 썰물조차 묵묵히 품고 있는 바다 같다는 생각이 든다.시작도 끝도 없는 사랑의 방대한 바다에 표류하며 아름다운 흔적을 남기는 인생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