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표류
이나이즈미 렌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 직업표류 >

 

-이나이즈미 렌 / 샘터 /이수미 옮김

 

 

 

이 책은 취업빙하기라 불릴 만큼 취직과 이직이 어려운 때에 결단을 내린 젊은이 8명을 4년 동안 취재하며 써내려간 책이다.
어떤 면에서는 좋은 대학을 나온 선택자들의 이직 이야기라고 치부해버릴 수도 있겠지만 그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다.
동종업계로 이직한 경우, 완전 다른 방향으로 옮긴 경우, 직장 자체를 접고 공부를 택한 경우 등 그 사례도 다양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먼저 떠오른 사람은 지금 취직이나 이직이 시급한 젊은이들이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앞 테이블의 젊은이들도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들어가는 것도 힘들지만 들어간 후의 삶은 더 치열하고 냉정하다.
책에 써 있는 단어들이 고스란히 젊은 그들에게서 튀어나오는 것을 살짝 들으며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지 조금은 더 알 수 있었다.
책에서의 그들도 고민의 접근은 다 달랐다.
어떤 이는 마지막까지의 그 과정들이 너무 잘 보이기 때문에 힘들었고, 어떤 이는 자신이 도대체 무엇을 잘 하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해 괴로웠다.
어떤 이는 상사처럼 될까봐 불안했고, 어떤 이는 너무 좋은 상사를 만나서 자신도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이직의 뜻을 굳혔다.
'일'이지만 일로서의 자리만이 아닌 '자기 찾기'의 자리이기도 하기에 일터는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읽으면서 난 나의 두 딸이 생각났다.
이제 갓 대학에 들어간 첫째는 수능시험이 끝나자마자 알바를 시작했다.
사회의 힘든 것을 경험하는 것도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란 생각에 적극 찬성했다.
오늘도 본인의 몸이 많이 아팠지만 그래도 일어나 집을 나섰다.
그렇게 나가는 딸을 보며 이 아이가 지금부터 알아가는 사회라는 곳은 얼마나 버거울지 애틋한 마음이 들었다.
자신의 미래와 많은 관련이 없는 알바를 구하는 일은 보수와 일의 양이 더 많은 좌우를 한다.
그러나 자신이 오래도록 머물 것이라 생각하는 일터는 그것보다 훨씬 복잡해지고 섬세해진다.

 

 

세 번째로 생각난 사람은 남편과 나였다.
남편은 처음에 가졌던 꿈을 접고 다른 길을 생각하며 청춘을 달렸다.
다시 되돌아와서 옛길을 걷겠노라 다짐하며 결혼을 하였고 그 길을 걷고 있다.
어느 날 둘째와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샛길로 나갔었던 그 기간들에 대해 많은 후회를 한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의외였다.
그 기간들은 나름 남편의 스펙이 되었고 지금의 자신을 표현하는 더 많은 분량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정작 본인은 아쉬워한다는 것이다.
나는 결혼 후에 가정에 있다가 6년 전부터 직장에 다니고 있다.
다니니라 마음을 굳혔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은 그리 넓지 않았다.
오랜 시간 일하는 사회에 발을 담그지 않았고 그곳들이 원하는 '프로그램화'가 이뤄지지 않은 사람이었다.
물론 지금도 역시 마찬가지여서 늘 어디 한 군데는 구멍을 메꾸느라 여념이 없다.
그러나 그 일이 정말 나를 대표할 만한 일인가 하는 것을 고민하면 그 균형이 조금 기울어진다.
그리고 일을 하면서 내가 잘하는 것과는 별개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게 되었다.
하지만 그 길이 나에게 필요한가, 그 길을 걸으면 내가 행복하다고 느낄 것 같은가, 그 일을 통해 정당한 경제활동이 선순환될 수 있는가, 이렇게 늦은 나이에 다시 시작해도 괜찮은가, 그런 고민들을 하게 된다.
어쩌면 남편이 젊은 날 하였던 고민들을 이제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 길을 걸어본 남편은 아쉬움과 후회를 말하고 있는데, 아직 그 길의 앞에 선 나는 새 길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결국은 '자기를 찾는 여정'이다.

 


책에서의 젊은이들은 여러 경로를 통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일을 통해 자신의 어떤 부분이 성취되기를 원하는지 알아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그 한 사람의 고민과 결정만 담은 것이 아니라 옆에서 그를 보았던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통해서 객관적으로 그 한사람을 바라보게도 한다.
한 곳에 오래도록 머물러 그 자리에서 감사의 종지부를 찍는 것도 아름답고, 자신의 참길을 찾아 헤매는 고통도 소중하다.
일이 수단이 아니라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만나는 동반자라는 인식이 어쩌면 험난한 세파를 타고 걸어가는 우리네 인생에겐 가장 중요한 열쇠일지도 모르겠다.
늦은 나이에 읽으며 내 속의 고민을 만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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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다른 회사가 변하면 우리도 변하겠죠."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니 결국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p30)
- 사업을 시작했을 때 상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상황에 처하고서 그는 깨달았다.
'나는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른다.'(p44)
- 내가 즐겁게 한 일이 '사회'에도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경험. 그가 상상한 '사회'가 그리 거대한 것은 아닐지라도 분명 소중한 경험이리라.(p124)
- 안 되는 걸 안 된다고 말할 수 없는 분위기가 폐쇄적인 조직을 만드는 것 같아요.(p167)
- 그녀에겐 '커리어 업'이란 올라야 할 계단이 아니다. 하나하나 목록을 지워가는 체크리스트에 가깝다.(p207)
- "자기 찾기를 하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을 거예요.(p229)
-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떤 가게든 경영 이념과 철학이 있더군요."(p272)

"취업빙하기에 취직한 이들은 기업 조직이 요구하는 인재상이 변화하는 시기에 사회인으로서 첫 경험를 쌓았고 그 변화에 조금씩 적응해왔다. 그렇다면 그들이 일하면서 느꼈던 갈등, 고민, 불안, 기쁨의 순간이 새로운 '가치관'을 형성하여 앞으로 기업 조직에서 일할 사람들의 지표가 되어주지 않을까?
그런 이유로 취업빙하기에 '좋은 대학에서 좋은 취직'을 쟁취한 사람들이 사회에서 무엇을 주고 무엇을 느꼈는지 알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 이나이즈미 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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