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환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 몽환화 >

- 히가시노 게이고 -

이 책은 추리소설의 대가로 알려진 히가시노 게이고의 2013년 작품입니다.
몇 해에 걸쳐 연재된 소설이었지만 작가가 더 오랜 시간을 다듬어 10년 만에 내놓았다고 하네요.
사실 그렇게 유명한 사람임에도, 나름 어릴 때엔 추리소설의 광팬이었음에도, 전 이 작가를 처음 만나는 책이었답니다.

사람마다 자신의 향기가 있잖아요.
다른 작품을 더 읽어보아야 하겠지만, 책을 덮으면서 느끼는 감정은 치밀함과 진중함이었습니다.
처음엔 무작위로 선택된 어느 퍼즐을 보여주는 것처럼 조금 당황스러웠는데, 내용이 전개되면서 하나씩 그 퍼즐이 맞춰질 때의 짜릿함은 추리소설들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겠지요.
그리고 그 안에서 보이는 인물들의 숨소리가 꽤 따뜻했습니다.
"세상엔 빚이라는 유산도 있다"고 고백하는 주인공들의 얼굴에서, 작가의 고민도 엿보여서 뭉클했구요.

내용은 어느 이름 모를 노란 꽃에서 시작하는데, 배경은 원자력으로 상실감에 휩싸인 현재에서부터 에도 막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정통적인 역사물이나 과학소설이 아니라, 오히려 그런 소재들을 이용한 중심 인물들의 고뇌를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고민을 만져준다고나 할까요.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뛰어들었는데 정작 그 사건보다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일 같은 것.
살다 보면 그럴 때가 많잖아요, 우리도..
의도치 않은 곳에서 어려움을 만나기도 하지만, 또 전혀 예측하지 못한 곳에서 전혀 다른 깨달음을 얻을 때가 얼마나 많은지요.
마치 그런 인생들을 둘러보는 듯한 감정이 일었답니다.
누군가는 빚이라는 유산을 떠안고 걸어가는 이가 있겠지요.
그 빚을 내팽개치거나 부정하지 않고 자신의 몫이라 여기며 살아가는 이들이 있겠지요.
나 또한 어느 부분으로는 그런 빚을 감당하며 걸어야 하는데 과연 그런 생각을 했던가 반문하게 됩니다.
빛날 것만 생각했지 빚으로 걸어야 할 그림자로서의 몫은 그다지 고민하지 않았던 것 같아 부끄러워지기도 하구요.

표지는 화려한 그림을 몽환화스럽게 한 꺼풀 더 얹어서 쌌는데, 전 그 종이만 따로 찍어 보았습니다.
한 꺼풀 벗기면 몽환스러운 게 사라지는 것, 그것은 과연 진짜 몽환스러운 존재는 아니었겠지요.
오히려 이렇게 전혀 화려함 없이 덮어주던 종이로 인해 몽환적인 분위기를 내고 있더라는 것.
그것도 무언가 머릿속에서 꿈틀거리게 합니다.

음...우왕좌왕 생각나는 대로 떠들어대고 있는 제 독후감이 무척이나 몽환스럽습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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