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만 들어도 가슴속에 종이 울린다 - 최돈선 스토리 에세이
최돈선 지음 / 작가와비평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 너의 이름만 들어도 가슴 속에 종이 울린다 >
               - 최돈선 / 작가와 비평 -

제목만으로도 누군가가 생각나고 가슴 속 어디에서인가 종소리가 들리나요?
그렇다면 더더욱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사실 전 제목만 보았을 때엔 말랑말랑한 순정이 가득 차 있는 책일 거라 생각했어요.
우리의 감성을 두드리고 비와 그대와 사랑과 이별을 노래하는 음악일 것이라 상상했지요.
물론 그런 부분도 있답니다.
시인의 글 답게 문장에서 흘러나오는 가락은 슬픔과 감격과 다다르지 못할 어느 그리움을 품고 있기도 하지요.
그러나 또 어느 부분은 전혀 기대하지 않은 색깔도 보여요.
마치 아주 오래 전에 읽었던 "걸리버 여행기"의 완역판을 보았을 때의 생소함과 떨림을 만나기도 하지요.
현실인 듯 가상의 세계와, 상상의 나라인 것 같으면서 현실을 풍자하는 글은 쓰리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한 맛을 전해줍니다.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려줄 때엔 나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물이 글썽거리기도 했어요.
이름만으로도 그리움과 애틋함을 자아내는 존재, 나 역시 그런 사람으로 남을까 스스로 늘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가슴엔 어머니라는 방 하나만큼은 비울 수 없는 우리네의 인생이 아닐까요.
그의 이야기에는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입니다.
아니, 그 종소리가 계속 울리지요.
어느 후배, 어느 친구, 어느 시인, 어느 화가..
그의 곁에 있는 이들을 향한 애정이 담백하면서도 끈끈하게 흘러갑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내 마음을 울린 것은 마지막 글, '시인'이었어요.
몇 십 년을 시인이라는 이름으로 살았어도 부끄럽다는 고백, 두 권의 시집을 냈고 남은 세 번째의 시집을 내는 것이 소원인 시인의 고백이 종소리가 되어 내 마음을 두드렸죠.

나에게도 그런 소원이 생겼던 적이 있었죠.
나는 시인이라는 이름표도 없고, 지금은 더더욱 그런 욕심도 더 비워버렸지만, 어느 해에 내게 들려왔던 종소리, "넌 나를 사랑한단 노랠 불러야지.."에 흔들려 무조건 시를 쏟아내던 시절이 있었지요.
세상에 태어나 나를 끝없이 사랑하시는 그 분, 내 하나님을 위한 시집 하나만 쓰고 갈 수 있다면, 그런 소망을 품게 된 날이 종소리가 되어 나를 다시 불러 세웠어요.
평생을 시인으로 살고, 수많은 시인들을 가르친 스승이 되었어도 자신의 생을 돌아보면 부끄러움이 더 앞서는 것은 막연하게 검은 점으로 그려져 있는 저 끝을 향해 걷는 이들의 발걸음이 아닐런지..
오늘은 그의 담백하면서도 도드라진 글들을 만나며 내게 다가오는 그리움들의 종소리가 새삼 감사하고 새로워졌답니다.
순하지만은 않은, 그러나 사람과 그 삶에
대한 애정이 진득하고 묵직한, 한 시인의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으로 오래 흐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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