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분의 1의 우연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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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할 처지에 몰렸을 경우,

저널리스트들에겐 보도와 인명 구조 중에 무엇이 더 중요한가?"
"개인의 자기 표현은 사회에서 어디까지 용납할 수 있는가?"

 

 


어릴 때엔 추리 소설을 너무나 좋아했다.
홈즈와 루팡의 이야기들을 섭렵하느라 헌책방과 친해졌을 정도였다.
요즘은 의도적으로 소설은 많이 읽지 않았다.
언제든 손에 잡으면 그 세계에서 다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까, 조금은 우려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출판사 사장님의 재미있는 포스팅에 이끌려 이 책을 빌려오게 되었다.

 


내용은 어느 신문사에서 공모한 보도 사진전에 "격돌"이라는 사진이 당선된다.
하지만 그 내용은 처참한 사고로 인해 6명이나 죽음을 당하는 이들의 바로 그 현장을 찍은 것이었다.
'10만분의 1의 우연'이 아니고선 너무나도 적나라하고 완벽한 현장을 찍을 수 없다는 평가를 받으며 야마가 로스케의 이 사진은 유명해진다.
그 사고로 인해 약혼녀를 잃은 누마이 쇼헤이는 의구심을 품고 우연을 만들기 위한 필연 조건들을 발견해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에게 접근하며 사건을 함께 펼쳐 보이는데, 같은 '10만분의 우연'의 방법으로 공명심을 조장했던 심사위원장 후루야와 로스케를 죽이게 된다.

 

특이한 점은, 사건이 벌어진 일과 범인이 초반에 다 드러내보인다는 점이다.
그 사실을 먼저 선포한 뒤에 하나씩 추리해가며 증명해내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가끔씩 독자의 예상을 뒤집으며 먼저 터뜨리는 작가의 의도는 반전의 묘미를 선물하기도 한다.
사물보다는 사실을 무척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부분에 있어선 꽤 인상적이다.
예를 들어 갑작스레 등장하는 대마의 자세한 표현 등은 뒷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기반이 된다.

 

'보도'와 '인명 구조'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 지,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펼쳐진 현실의 많은 얼굴일 것이다.
요즘처럼 누구나 폰으로 찍을 수 있고 보도할 수 있는 현대 사회에서는 그 기준이 더욱 애매하면서도 사회적 책임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도 고민하게 만든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명성을 듣기는 했어도 그의 작품을 만난 것은 처음이다.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작품도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자네들은 자네들이 사는 세계를 묘사하게'라고 말할 것 같다는 평이 마음에 와 닿았다.
정말, 그는 그가 사는 세계를 그만의 언어로 담았다는 느낌이 강렬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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