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에 대해 절친인 김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평소에는 이상하고 추잡한 인간이면서 무대에 올라서면 그럴듯한 소리를 해대서 도무지 적응이 안 된다> 작가에 대한 너무 적절한 평가이자 아울러 이 책에 대한 평론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싶다. 추천사를 쓴 요조는 그의 글이 쓸쓸해지긴 하지만 재미있다고 했는데 나는 마치 소화되지 못한 음식처럼 신물이 올라오는 걸 느꼈다. 웃음이 가장 손쉬운 방어기제라는 걸 아는 사람의 자기 공격 같은 글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써내려 가면서 나 자신을 향해 걸어가기를 선택한 사람. 그 시작을 도와준 친구들을 아끼는 사람. (김세희 작가님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이 책에 대해서는 작가의 너무나도 신랄한 자기 고백이 있어 옮겨 적는다˝글은 마음의 거울이라던데 내 글 속에는 쓸데없이 불평이 많고 불필요하게 위악적이며 초 단위로 감정 기복을 반복하는 못난 사람이 있었다.˝독자들은 아마 이 책에서 작가와 별다르지 않은 자신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절대 인정하기 싫겠지만.(아 참, 자기 관리 좋아하는 사람은 예외)
바르고 곧은 시선을 가지되 차갑지 않은 사람은 흔치 않다. 책을 읽어내려 갈 수록 문장 뒤에 숨은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일도 흔치 않다. 어떤 글은 명랑하고 어떤 글은 따뜻해서 나에게도 이런 사람이 있었으면 하고 자꾸만 바라게 됐다. 동생이 짧은 머리로 받아내는 시선을 그렇게 고까워했으면서 작가소개의 사진에 편견을 가졌다가 군대 이야기에 몇 번이고 사진을 다시 들여다 봤었다. 어쩌면 그래서 더 마음이 갔을지도. 세상에는 분명 이런 사람이 존재한다는 걸 조리있게 글로 풀어내 증명해준 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세상에 분명 존재하면서도 자신이 똘씨같다고 느끼거나 뭔가 잘못됐나 의심하게 되는 같은 부류이지만 유약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또 작가처럼 따스하고 바른 사람으로 살기를 기꺼이 바라는 사람들이 늘어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