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이름으로 - 개정판
헨리 나우웬 지음 / 두란노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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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무시받는 기분을 느꼈다. 감정의 격랑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나는 내 무력함이랄지 연약함에 대해 무척 관대한 편이지만, 주위 사람들은 관대하게 보아넘겨주지 않을 때가 있다는 걸 알았다. 여전히 감정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후배의 선물로 받았던  <예수님의 이름으로>라는 얇은 책을 펼쳤다. 이번에는 펜을 들고 특별히 밑줄을 긋거나 메모를 하며 읽었다. 하버드 교수에서 정신 장애인들과 사는 삶을 택한 나우웬이 '21세기 크리스천 리더십'에 대해 강연한 내용이었다. 그는 예수님이 마귀에게 받은 세 가지 유혹, 즉 '현실적이 되라, 멋있게 보이라, 힘이 최고다'라는 메시지가 무얼 의미하는지, 예수님이 베드로를 목자로 부르실 때 중점을 둔 것이 무엇인지 유려하게 제시한다.

 나는 문제 해결 능력이 부족한 편이다. '현실적'이라는 잣대로 나를 평가한다면 무시받아 마땅할 정도다. 나 스스로도 이 사실을 알기에 무시를 당하면 자존감이 떨어지고 만다.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목자 역할을 맡기시기 전에 "너는 얼마나 많은 업적을 쌓았느냐, 얼마나 많은 문제를 해결했느냐? 혹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인정을 받았느냐?"라고 물으셨다면 그도 좌절했을 것이다.   

 다행히 예수님은 마치 연인이 사랑하는 상대에게 그러하듯 매우 사적이고 단순한 질문을 던지셨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이 사람들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 여기에 Yes 라고 대답할 수 있다면 다른 조건은 불필요하다. 예수님이 원하는 건 우리 존재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인간에겐 서열이 없으며 무시받아 마땅한 이는 더더욱 없단 걸 알려준다. 오늘 친한 언니를 만나 이런 주제로 토론을 했었다. 언니는 토론을 하면서, '인격'이란 인정받거나 실력을 발휘하는 게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무시한다면 무시할 때 그의 태도가 인격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내겐 대인관계 능력도 떨어지는 편이다. 몇몇 인기있는 리더들을 보면 전혀 인기없는 나와 비교하지 않을래야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다. 모임에는 주목받는 사람들, 사랑받는 사람들이 정해져 있는 듯 보인다. 내가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다른 사람을 더 좋아하면 처음의 호의가 떨어져버린다. 리더라면 주위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쳐야 할텐데, 내 영향력은 극히 미미하다. '나는 왜 매력이 없을까? 사랑받지 못할까?' 아무리 이런 고민을 해도 변하는 건 없다.

 그러나 애초에 이 질문은 관점이 잘못된 것인지 모른다. '내가' 주목받는 것이 더 기분좋긴 하겠지만, 하나님은 '두 세사람이' 예수님의 이름으로 모인 곳에 함께하시겠다고 말씀하셨다.(마 18:20) 헨리 나우웬의 말에 따르면 진정한 목회는 반드시 상호 보완적이어야 한다.(45p) 리더는 팔로워들과 마찬가지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죄인이고 깨어진 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는 실제로 이 강연을 하러 워싱턴에 갈 때 공동체 지체인 빌 반 뷰렌과 동행하며 생긴 일을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 보여준다.

 헨리 나우웬은 리더십이 많은 경우 리드를 당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리더십의 통념을 뒤집는다. 책을 읽으며 겸손에 대해, 연약함에 대해, 함께함에 대해 새롭게 고민했다. 나는 무시당하는 것이 싫었었다. 그래서 다른 이들보다 뛰어나고 강해지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 고민스러웠다. 혼란스러웠다는 게 더 정확하겠다.  하지만 맡은 일을 잘하는 추진력있는 사람들은 세상에도 많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사람들도 세상에는 많다. 세상은 영적 필요에 허덕인다. 그것에 귀를 기울인다면 더 이상 '무시받음'이라는 주제에 지체하지 않을 것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어떻게 사랑할 것이냐라는 직감이 든다.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네가 이 사람들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라고 물으셨을 때, 사람들의 시선을 더 따를 것이냐, 하나님을 더 의식하며 살 것이냐 라는 물음이 내 앞으로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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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아려 본 슬픔 믿음의 글들 208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강유나 옮김 / 홍성사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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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S.루이스가 아내 조이와 사별한 후 슬픔을 기록한 일기, <헤아려 본 슬픔>을 읽었다. 죽음과 사랑, 슬픔에 대한 여러 생각들이 다소 체계 없이 드러난다.(일기이기에 자연스럽다.) 그는 여전히 비유가 풍성하고 논리적인 문장을 구사한다. 자신의 생각과 마음 상태를 깊이 들여다보고 누구나 이해하도록 표현해내는 솜씨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조이의 실체가 잊혀지고 변질될까봐 두려워하는 마음, 신의 무자비함에 대한 물음과 원망, 진정한 사랑이 무언가 하는 고찰... 그것들은 지극히 사적이고 비명으로 가득 차 있다.

 내 목적이 그 하나하나의 생각들에 감동받고 공감하는 건 아니었다. 전체 내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파악이 잘 안된다. 그저 슬픔을 겪은 사람의 글을 읽고 싶었다. 독자가 감히 짐작할 수 없을 정도의 슬픔이리라, 하고 행간에서 루이스의 감정을 상상하면 마음에 위안이 되었다. 내밀한 연약함과 고통, 좌절 같은 것들이 나 혼자만 느끼는 게 아님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통을 이겨야 한다, 라는 설득의 글은 오히려 고통받는 이들의 마음을 찌르곤 한다. 극복방법이라면 이론적으로 얼마든지 알고 있지만 감정이 따르지 않는 문제인 것이다. 이럴 땐 감정을 정직하게 헤아리고 표현하는 게 낫다. 아래에 발췌한 문장을 보면 알 수 있듯 C.S.루이스의 글이 그러했다.

 ‘그러나 다른 모든 도움이 헛되고 절박하여 하나님께 다가가면 무엇을 얻는가? 면전에서 쾅 하고 닫히는 문, 안에서 빗장을 지르고 또 지르는 소리. 그리고 나서는, 침묵. 돌아서는 게 더 낫다. 오래 기다릴수록 침묵만 뼈저리게 느낄 뿐. 창문에는 불빛 한 점 없다.' p22 中

 이제 C.S.루이스의 마음에 귀를 기울여 보자. '희망이 없으면 어쩌지.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문이 열리지 않으면...' 누구나 이런 절박한 의문에 다가서는 순간이 있다. 그것으로 전부인 것만 같은 빛의 세계에서가 아니라 도처에 존재하는 어둠의 세계에서. 수많은 학대와 기아, 전쟁 속에서. 최근 돼지인플루엔자로 많은 사람들이 죽고 있다. 몇 년 전의 한 사건도 또렷이 기억난다. ‘김선일 피랍 사건'. 동아리 선배와 나는 ‘주 너를 지키리’라는 찬양을 부르고 기도했지만, 그날 밤 뉴스에서는 김선일씨의 죽음이 보도되었다. 하나님께서 부재하는 듯 보일 때 이 어둠은 진정 어둠이 된다. 창문에는 불빛 한 점 없다.

 C.S.루이스를 읽는 동안 하루의 슬픔을 헤아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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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핫 Cool Hot 1
유시진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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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진님만화중에 가장 맘에드는 만화다. 유시진님의 팬이라면 꼭 봐야할 것이다. 소설이든 만화든 가장 첫번째는 캐릭터다. 쿨핫의 캐릭터들은 모두 살아있다. 그들은 하나 하나 다 자기만의 생각이 있고 모두 빈틈없이 독자적이다.

유시진은 타인의 80% 90% 자신이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만 받아들이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거. 나도 그러고 싶다. 가끔 사람을 판단하고 평가하곤 하는데 사람에게 위 아래가 없다는 것을 그대로 실천하고 싶다. 아, 그리고 유시진님 그림체가 너무 맘에 든다. 정지영상의 묘미가 잔뜩 풍기는 그림이다. 고집 쎄어 보이는 동경이의 눈도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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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하는 글쓰기 - 스티븐 킹의 창작론
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옮김 / 김영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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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책이었다. 게다가 재미도 있었다. 뿡! 습작부터 가볍게 시작할 수 있도록 유익한 도움을 준다. 작가들은 그 많은 분량을 어떻게 다 쓸 수 있는지 항상 궁금했던 나였다. 그리고 처음 뼈대를 잡아놓고 나중에 쓸 때 그 뼈대에서 빗나가면 어떡할까 생각했던 나였다. 그런데 그는 문을 닫아놓고 그저 한없이 써나갔다. 나중에 독자들을 매료시키기 전에 그 글은 이미 작가 자신을 매료시켜 펜을 떼지 못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의미같은 걸 부여하려고 너무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았다. 나중에 수정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쓰지 않는 사람도 많겠고 주제를 특별히 부각시키는 사람도 많겠지만 이 책은 우리에게 희망을 주고 글쓰기의 즐거움과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새로운 시선을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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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광천녀 1
시미즈 레이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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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미도리 팬이였습니다. 근데 권수가 높아질수록 미도리의 비중이 점점 낮아지더니 이제 거의 나오지도 않는군요. 작가의 관심은 이미 아키라에게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 정말 납득이 안되는 건 어떻게 모든 남자들이 아키라에게 사랑을 느껴야만 하냐는 거죠.(완전 집착 수준...) 아키라가 완전 공줍니다. 게다가 마유도 조금 짜증스러운 캐릭입니다. 고력사같은 인물도 그렇습니다. 유이마저 아키라에게 넘어갔습니다. 사실 그림상으로 아키라가 특별히 이쁜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달의 아이에서 초반에 쇼너의 애인으로 등장하던 여자가 뒤에 가서 완전 떨어져 나간 것처럼 미도리도 들러리로 바껴버렸습니다. 아키라, 유이 잘 먹고 잘 살아라~ 그리고 작가는 신이 아니다~ 헛소리는 이쯤하겠습니다. 빨리 다음권이 나왔으면 좋겠군요. 시미즈레이코는 그림체가 정말 멋지게 발전했습니다. 보시면 절대 후회없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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