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아려 본 슬픔 믿음의 글들 208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강유나 옮김 / 홍성사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C.S.루이스가 아내 조이와 사별한 후 슬픔을 기록한 일기, <헤아려 본 슬픔>을 읽었다. 죽음과 사랑, 슬픔에 대한 여러 생각들이 다소 체계 없이 드러난다.(일기이기에 자연스럽다.) 그는 여전히 비유가 풍성하고 논리적인 문장을 구사한다. 자신의 생각과 마음 상태를 깊이 들여다보고 누구나 이해하도록 표현해내는 솜씨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조이의 실체가 잊혀지고 변질될까봐 두려워하는 마음, 신의 무자비함에 대한 물음과 원망, 진정한 사랑이 무언가 하는 고찰... 그것들은 지극히 사적이고 비명으로 가득 차 있다.

 내 목적이 그 하나하나의 생각들에 감동받고 공감하는 건 아니었다. 전체 내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파악이 잘 안된다. 그저 슬픔을 겪은 사람의 글을 읽고 싶었다. 독자가 감히 짐작할 수 없을 정도의 슬픔이리라, 하고 행간에서 루이스의 감정을 상상하면 마음에 위안이 되었다. 내밀한 연약함과 고통, 좌절 같은 것들이 나 혼자만 느끼는 게 아님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통을 이겨야 한다, 라는 설득의 글은 오히려 고통받는 이들의 마음을 찌르곤 한다. 극복방법이라면 이론적으로 얼마든지 알고 있지만 감정이 따르지 않는 문제인 것이다. 이럴 땐 감정을 정직하게 헤아리고 표현하는 게 낫다. 아래에 발췌한 문장을 보면 알 수 있듯 C.S.루이스의 글이 그러했다.

 ‘그러나 다른 모든 도움이 헛되고 절박하여 하나님께 다가가면 무엇을 얻는가? 면전에서 쾅 하고 닫히는 문, 안에서 빗장을 지르고 또 지르는 소리. 그리고 나서는, 침묵. 돌아서는 게 더 낫다. 오래 기다릴수록 침묵만 뼈저리게 느낄 뿐. 창문에는 불빛 한 점 없다.' p22 中

 이제 C.S.루이스의 마음에 귀를 기울여 보자. '희망이 없으면 어쩌지.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문이 열리지 않으면...' 누구나 이런 절박한 의문에 다가서는 순간이 있다. 그것으로 전부인 것만 같은 빛의 세계에서가 아니라 도처에 존재하는 어둠의 세계에서. 수많은 학대와 기아, 전쟁 속에서. 최근 돼지인플루엔자로 많은 사람들이 죽고 있다. 몇 년 전의 한 사건도 또렷이 기억난다. ‘김선일 피랍 사건'. 동아리 선배와 나는 ‘주 너를 지키리’라는 찬양을 부르고 기도했지만, 그날 밤 뉴스에서는 김선일씨의 죽음이 보도되었다. 하나님께서 부재하는 듯 보일 때 이 어둠은 진정 어둠이 된다. 창문에는 불빛 한 점 없다.

 C.S.루이스를 읽는 동안 하루의 슬픔을 헤아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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